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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혜경 Dec 04. 2024

풍향계 같은 인생!

바람을 따라 어디든지!

보이지 않는 바람의 방향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것은 풍향계이다.

우리는 풍향계를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의 흐름을 볼 수 있다

나는 비행기가 이륙하려고 할 때마다 멀리서 흔들거리는 이쁜 풍향계를 즐겨 보곤 다.


풍향계는 바람의 존재를 보여주는 도구지만, 나에게는 인생의 방향을 가리키는 상징이었다.


사방이 꽉 막힌듯한 순간, 기도 중에 떠오른 풍향계의 이미지는 새로운 여정을 알려주듯했었다.

 순간부터 나는 주위상황흐름을 볼 수 있는 시야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 모든 상황을 지휘하시고 또한 내 인생 전체를 계획하시고 인도하시는 하나님이 이끄는 방향을 볼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느새 베이스의 리더 쉽이 되어 장기비자를 신청하려고 서류를 다른 리더들과 같이 이민국에 넣었기에 살짝 긴장도 되기도 했기에 더 기도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기도를 마칠 즈음에 풍향계가 눈에 스치면서 내 안에서 '풍향계는 바람을 따라 움직인다.'라는 문장이 갑자기 떠올랐다. 그래서 풍향계에 대해 남편과 이야기하고 혹시 무슨 의미일까 다시 기도했다.


그것은 우리의 여정을 알려주는 표지판처럼 느껴졌다.

불어오는 바람이 우리를 새로운 길로 안내할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가 들었지만, 그 길이 어디인지 몰라 답답함과 기대감이 교차했다.


우리는 또 어딘가를 가야 한다면 남편은 어디를 가고 싶은지.. 나는 어디를 가고 싶은지... 어디에 꼭 가야 할 일이 있는지... 어디가 우리를 필요로 하는지.. 서로 이야기를 했다.


서로 아는 것이 없었기에 벽에 붙인 세계지도를 보며 나라 이름을 하나씩 부르며 축복기도를 했다.


우리의 손이 점점 아프리카와 중동을 향해 가면서
갑자기 "이집트"라는 이름이 마음속에 강하게 떠올랐다.


서로 의 마음에 기쁨이 올라오는 것 같았다.

서로 쳐다보며 우리는 점점 잠깐 팔레스타인에 살았을 때 다녀온 이야기를 서로 했다.  

그렇지만 막연한 기대감으로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는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점점 기대가 되면서 다시 한번 더 명확한 싸인을 기다리기로 했다.


지난 선교지에서부터 여러 번의 경험으로 인해서 우리는 점점 믿게 되었다.

늘 움직여야 하는 때가 오면 상황을 통해 알려 주시고 준비하게 하셨던 하나님의 인도를 이제는 더 확실하게 믿게 되었다 아니 오히려 기대하게 되었다.




며칠이 지나, 베이스에서 연락이 왔다. 중요한 손님이 방문하셨고, 내가 그분을 돌봐달라는 요청이었다.

우리는 그분을 우리 집으로 모셨다.

처음 만난 낯선 분이었지만, 식사를 대접하며 대화를 나누는 동안 그는 우리에게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는 요르단에서 사역하며 살고 계신 분인데 더 어려운 곳은 이집트라고 하시면서 열심히 말하기 시작했다.


잠시 그 땅을 밟았던 우리 부부는 그분의 말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요르단과 이집트의 어려운 상황을 상세히 설명하며, 우리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요청은 단순한 부탁이 아니었고, 우리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 순간 나는 마치 바람에 춤추는 풍향계가 더욱 강하게 이집트로 방향을 가리키는 느낌을 받았다.




드디어 몇 주 뒤, 이민국에서 연락이 왔다. 함께 신청했던 미국 선교사 두 가정은 비자 승인을 받았지만, 우리 가족은 거절되었다.

소식을 들은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우리가 한국인이어서 거절된 걸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가며 은근히 싱가포르 정부에 대한 섭섭함이 밀려왔다. 영어가 유창하지 않은 나 자신에 대한 열등감이 마음을 더 짓누르며, 차별받고 있다는 억울한 감정까지 덧붙여졌다.


같은 빌딩에 살고 있는 친구들도 소식을 듣고 놀란 눈치였다.
"너희가 왜 거절당했는지 이해가 안 돼."
"분명 무슨 이유가 있었겠지. 그래도 너무 속상하다."
그들은 우리 가족을 따뜻하게 위로하고 격려해 주었다.

우리가 맡아하고 있던 일들을 떠올리며 걱정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그들의 위로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이 상황을 바꿀 방법은 없었고, 앞으로 매달 국경을 넘거나 3개월마다 출국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당해야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모든 일이 하나님의 계획 안에 있다는 기대감이 들기도 했다.

비자 거절이라는 막막한 현실 속에서도 기도 중 떠오른 풍향계는 오히려 마음의 평안을 가져다주었다.

하나님께서 새로운 방향으로 우리를 이끄시는 과정임을 점차 깨달으며, 섭섭함은 희미해지고 새로운 사명을 향한 설렘으로 바뀌어갔다.


바람을 따라 움직이는 풍향계가 가리키는 대로
우리 가족은 이집트로 방향을 잡기 시작했다.

우리를 아끼고 함께했던 싱가포르 친구들에게 ‘풍향계 메시지’를 전했다.

이야기를 들은 친구들은 입을 모아 놀라움을 표현하며, 하나님의 계획이 너무도 분명하다고 함께 기뻐해 주었다. 어떤 친구는 "비자 문제조차도 하나님의 타이밍 속에 있다는 게 참 신기하다"며 우리의 결정을 응원해 주었다.


비자를 받지 못한 상황은 분명 어려운 일이었지만, 그 시간을 통해 하나님께서 미리 우리를 준비시키셨음을 깨달았다. 오히려 이 여정이 축복임을 느끼며, 다가올 도전에 대한 기대감이 마음속에 커져 갔다.


우리는 8개월 동안 맡고 있던 모든 사역을 정리하며 새 출발을 준비했다.

이집트로 향하는 길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하나님의 풍향계가 가리키는 새로운 사명의 시작이었다.


설렘과 두려움이 교차하는 가운데,


우리 가족은 하나님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풍향계 같은 삶을 살고 있음을 확신하게 되었다.


미래에 이집트에서 펼쳐질 시간들이 도전과 크나큰 축복으로 가득할 것임을 믿으며 길을 나섰다.








* 사진 출처: TBandsma.nl – Terschelling Online met WADSCAN.nL의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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