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생각나는 음식점
<동네책방 그래더북 쓰기 챌린지>
돼지뼈를 고아 만든 육수에 간을 해서 먹는 얼큰한 돼지 국밥은 부산을 대표하는 향토 음식이지만 어른이 되기 전까지 돼지 국밥을 먹으러 가본 적도 없었다. 부산에서 나고 자라 대학까지 졸업했지만 부모님이 부산 분이 아니기에 우리 집 사람들 입맛은 부산 스타일이 아니었나 보다. 서울서 십 년 넘게 살다 다시 부산에 내려가 몇 년 사는 동안 손님 접대용으로 가끔 가기는 했지만 평소 찾는 음식은 아니었다.
오랜 시간 우려낸 국물에 소금 간을 해서 먹는 말간 설렁탕이 내 취향이었는데 다시 부산에 내려가 살 때 난감한 일이 있었다. 그건 바로 부산에서는 설렁탕 집을 찾기 어렵다는 거였다. 서울에서는 익숙했던 설렁탕 집을 부산에선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렇게 없을 수가 실망하던 무렵,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반가운 설렁탕 집을 발견했고 돼지 국밥 일색인 부산에, 그것도 집에서 꽤 가까운 곳에 설렁탕 집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따름이었다.
첫째 아이가 매운 음식을 먹지도 못하는 어릴 때이니 고기가 들어간 하얀 국물에 밥을 말아줄 수도 있는 그 집이 참으로 고마웠다. 주인 할머니는 종종 끼니를 때우던 우리를 늘 환하게 맞이해 주시고, 식당을 나서는 우리 아이에게는 막대 사탕 하나를 손에 쥐어 주셨다. 아이는 그 맛에 또 가자 졸라대고 말이다.
수많은 설렁탕 집으로 포진된 서울로 다시 돌아왔지만 종종 추억의 부산 설렁탕 집이 떠오른다. 동네가 고층 아파트로 도배되면서 설렁탕 집마저 사라져 가볼 수도 없게 되었다. 끼익 하고 소리 나는 낡은 세살문을 열고 들어가 "국수, 국수"하며 보채는 아이 그릇에 뽀얀 국물에 밥과 국수를 말아 먹이곤 했던 시간을 추억할 수 있도록 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둘 걸 그랬다.
* 이 글은 동네책방 그래더북 독서 회원들과 함께하는 <쓰기 프로젝트> 중 하나의 글이며, 이 날의 주제는 <생각나는 음식, 음식점 >이었습니다.(^__^)
* 사진 출처 shutter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