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제는 그래더북 팀장님이 추천해 주신 주제다. 팀장님이랄까, 실은 오래된 동네 친구이자 책 친구다. 동네 책방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을 때누구보다 기뻐하며 두 팔 걷고 나서주었던.. 덕분에둘이서 알콩달콩 회사놀이를 하고 있다.
아무튼! 팀장님께서 던져주신 오늘의 화두는
가져도 가져도 가지고 싶은 것!
어릴 때도 참 가지고 싶은 게 많은 아이였지만, 어른이 되었을 때부터 생각해 보면 여행 다니며 곳곳에서 모았던 엽서나 그림을 꼽을 수 있겠다. 그림이라고 해봐야 돈이 없던 대학생 시절유럽 골목 곳곳에서 사모은 게 다다. 그래도여행 가방에 소중히 넣어와 취향껏 액자를 만들어 걸어두고,장식된 벽을 흐뭇하게 바라보곤 했는데 아무래도 컬렉터의 기질이 있나 보다. 픕..
옷도 좋아했다. 특히티셔츠와 청바지를좋아해서 독특한 디자인을 많이 산 것 같다. 무라카미하루키가 사모은 티셔츠 컬렉션은 책이 되기도 해서 하루키 님은 무얼 수집해도 책이 되는구나 당황한 적도 있다. 분발해야겠다. 내가 모은 무언가가책의소재가 되려면 유명해져야 하니까.
핸드크림도 빼놓을 수 없다. 돈을 직접 만지는 직업을 가지면서 손이 더럽다고 느껴질 때가 많았다. 고객이 손가락에 퉤퉤 침을 묻혀 센 돈을 수없이 만졌다. 방구석 어디선가 묵힌먼지와 좀이 쓴 돈 수천 장을 세기도 했다. 고객이 돌아가면 손을 열심히 씻었다. 결벽증이 있는 사람처럼.. 건조해지지 않게 늘 핸드크림을 챙겨 바르며 핸드크림에 대한 집착이 강해젔나 보다. 안 써본 핸드크림이 없는 듯하다.
영국 Brighton은 글로벌 브랜드<BODY SHOP>의 고향이다, 이십 대 Brighton 근처 Lewes라는 곳에서 일 년 정도 지낸 적이 있는데, 당시 한국에서 꽤 비싼 <BODY SHOP>이 현지에서는 저렴했다. 덕분에 여러 향의 바디로션을 사두고 그날 그날 기분에 맞는 향을 선택해서 쓰는 호사를 누렸는데 봄꽃 향기가 가득한 아나냐 ANANYA 향을 잊을 수 없다. 아나냐는 꽤 오래전 절판되었다. 정말 너무 아쉬웠다. 가져도가져도 가지고 싶은 향이었는데..
내 수집가적 기질은 이런저런 물건에서 나타나지만, 역시 책을 빼놓을 순 없을 것 같다. 그러니 돈안 되는 책방을 하고 있는 거 아닐까? 책방을 하니 나를 잘 모르는 분들은 책 읽는거를 좋아하나 봐요라고들 하지만 사실 책을 읽는 것 보다사는 편을 좋아해서 책방을 하는 것 같다.살짝 홍보도 곁들이면 바로 여기. 하하~
함께 기획도 하고 책도 읽고 무엇보다 일상을나누는 팀장님과 얼마 전 파주 출판도시에 다녀왔다. 출판사나 출판사가 운영하는 북카페에 가자고 하면 누가 선뜻 나와 가줄까 싶은데 우리 팀장님은 당연히 기뻐하며 동행하겠노라 했다. 수많은 책을 보며 기뻐하고 책 속에 파묻혀 헤어 나오지 못하는 우리는 영락없는책순이니까. 읽는 것도 좋아하고 사는 것도 좋아하고 보기만 해도 좋아한다. 가지고 가져도 가지고 싶은 일 번이다. 베고 자거나, 아령으로 쓰거나, 장식용으로 쓰거나, 햇빛 가리개로 쓰거나, 뱃살 가리개로 쓰거나 하는 ㅋ 읽는 것 말고도 참 활용도가 많은 책을 보고 있노라면책이 맛있어 급기야 도서관 책을 훔쳐다 소금과 후추를 쳐서 먹는 <책 먹는 여우>가 이해될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