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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미숙 Jun 12. 2020

영어공부가 중요할까요? 돈공부가 중요할까요?

내 아이 자산관리 바이블

#사교육비줄이기 #부자에는왕도가없다

 

(1) 영어공부 vs 돈 공부    


대한민국은 세계 제일의 영어 광풍 국가입니다. 한글도 미처 떼지 못한 아이를 영어 유치원에 보내고, 초등학생이 되면 한 달에 50만 원 가까운 사교육 비용을 들여 영어 학원에 보냅니다. 숙제를 건너뛰기라도 하면 엄마 휴대전화에 진도율 체크 문자가 하루에도 몇 번씩 울리고, 아이는 계속되는 영어단어 시험을 준비합니다. 저 역시 한때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영어를 어설프게 따라 하며 영어공부에 많은 시간을 소비했습니다.


다행히 저는 영어를 좋아하고 영어를 정말 잘하는 사람이 되기를 간절히 꿈꿨습니다. 해외 연수도 가고 기회만 되면 영어공부를 했죠. 해외 주재원이 되기를 꿈꾸고 해외 출장을 다니는 멋진 커리어 우먼에 대한 환상도 가졌습니다. 막상 은행에 입행하고 나니 이제껏 쌓았던 영어에 대한 프라이드가 한순간에 보잘것없는 것으로 무너져버렸지만 말이죠. 영어를 잘하는지 못하는지가 제 앞날을 좌우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주변 사람들과 어떻게 조화로운 인간관계를 가지느냐 하는 자세와 돈에 대한 지식과 감각이 그 무엇보다 더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은행 본점에서 외환업무를 하던 시절 이외에는 영어를 쓸 일도 별로 없었습니다. 업무적으로 사용하던 영어 역시 대단하지 않았습니다. 영어는 업무를 하는 데 있어 그저 도구에 불과했습니다. 영문학도가 아닌 이상, 도구로서 충실한 영어의 수준 정도만 익히면 되는데 우리 아이들이 무조건 원어민(Native Speaker)이 되기를 바라며 교육을 시킵니다. 하지만 저 역시 영어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제 자식에게 영어공부를 시켰습니다.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영어에 노출시킬지 고민하며 영어 선생님이 상주하는 유치원에 보내기도 했습니다, 초등학생이 되어서는 하루 두 시간씩 배우는 영어 학원에 보내어 온라인 숙제며, 단어 테스트 준비를 시켰습니다. 3학년이 되던 어느 날, 영어 숙제를 하던 아이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했죠. 뒤통수를 얻어맞은 그날 이후 더 이상 아이를 영어 학원에 보내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저 역시 학원에서 시시때때로 보내주던 숙제 진도율 문자에서 해방될 수 있었습니다.


서너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에게 “이거는 파란색이지? 블루~. 이건 무슨 색이야? 엘로우~.”하며 어떻게든 한 단어라도 알려주려고 애쓰는 엄마들의 모습을 종종 봅니다. 그러면 저의 옛 모습을 보는 것 같아 피식 웃기도 합니다. 생각해보면 돈에 대한 개념을 가르쳐주는 엄마와 마주친 적은 별로 없었습니다. 장난감 가게 앞에서 막무가내로 떼를 쓰는 아이를 당해낼 재간이 없어 밀리는 부모도 부지기수입니다. 잘 생각해보십시오. 자기가 가지고 싶은 것을 다 가지는 아이가 어른이 되어 돈을 지켜낼 능력이 있을까요?    


(2) 돈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   

 

장난감 가게에 가보면 내 소중한 아이가 혹여 냉혹한 현실 세계라도 알까 싶어 원하는 것을 사주는 부모들의 모습을 흔히 봅니다. 결국 자식을 이기는 부모는 없는 것일까요. 부모가 힘들게 번 돈으로 어처구니없는 가격의 장난감을 사주는 것인지도 모른 채 아이는 환한 웃음을 보이며 행복해합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 돈에 대한 감각을 어설프게나마 가지게 될 무렵, 아이들은 자신이 받는 용돈이 얼마나 보잘것없는 수준이며, 자기 용돈으로는 갖고 싶은 장난감을 사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지요.


우리는 돈이 없는 세상을 생각할 수 없습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편의점에 가서 내가 먹고 싶은 과자를 사 먹을 수 있는 경험을 하게 될 때 아이들은 큰 재미를 느끼게 됩니다. 자기가 원하는 물건을 돈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아이들 역시 돈에 대한 집착을 보이게 됩니다. 학교라는 사회생활, 교우 관계 사이에서도 돈과 연관된 다양한 사회 활동을 하게 됩니다. 어른뿐만 아니라 아이 역시 돈에 대한 강렬한 욕망을 가지게 되기 시작합니다.


아이들은 돈이 생기면 쓰고 싶어 합니다. 정말 당연한 것입니다. 종이 쪼가리에 지나지 않았던 천 원짜리 한두 장으로 내가 먹고 싶은 사탕, 젤리를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어떻게든 부모에게 돈을 받을 궁리도 하게 되죠. 급기야 명절에 받은 자기 용돈을 부모님에게 왜 줘야 하는지 따지기에 이르기도 합니다. 이렇게 돈에 대한 관념이 생기기 시작할 때부터 옆에서 현명한 소비, 돈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진정한 부모의 역할입니다.


돈 그 자체만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살아가는 내내 돈에 대한 어긋난 관념이 생겨 힘듭니다. 돈을 버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를 알려주어야 합니다. 돈의 가치와 가치 있게 돈 쓰는 법을 아는 아이는 큰돈이든 작은 돈이든 구분하지 않고 소중하게 여깁니다. 써야 할 곳, 쓰지 말아야 할 곳을 구분하는 아이가 됩니다. 돈으로만 따질 수 없는 가치, 경험이 있습니다. 이런 가치와 경험에는 돈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것과 아낄 수 있는 비용은 아껴야 한다는 것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하죠. 슬기로운 경제생활을 하며, 궁극적으로 가치 있는 돈을 벌고 금전적으로도 편안한 인생을 살 수 있도록 말입니다.


부자가 되는 길에 왕도는 없습니다. 부자가 되려면 반드시 시간이 필요하게 습관이 중요합니다. 로또에 당첨된 사람이 행복할 가능성이 낮은 이유를 아시나요? 돈을 버는 데 시간을 들이지 않았고, 돈에 대한 가치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돈에는 거창하지 않아도 나만의 철학이 깃들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돈을 잘 벌고 잘 쓰는 법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습관으로 배어 있어야 합니다. 새 신발이 내 발 모양에 처음부터 맞지 않는 것처럼 습관 역시 어릴 때부터 나에게 맞출 시간이 필요합니다.

    

(3) 돈 공부 어떻게 시키면 좋을까요?

   

그렇다면 어떻게 돈 공부를 시켜야 할까요? 초등학생을 자녀로 둔 부모라면 누구나 용돈을 어떻게 줘야 할지 고민이 될 겁니다. 용돈을 일정 기간에 한 번씩 주는 게 좋을지, 필요한 돈을 그때그때 주는 게 좋을지 말이죠. 돈에 대한 감각을 키우기 위해서는 일주일에서 한 달 단위로 상황에 맞게 정해두고 일정 금액을 주는 것이 좋습니다. 내가 가진 돈으로 어떻게 쪼개어 쓸지 본능적으로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용돈으로 해결하는 항목과 필요할 때 부모가 해결해주는 항목을 구분해 관리하는 것도 좋습니다. 부모가 너무 돈에 대한 집착을 보이면 아이 역시 돈에 대한 그릇된 감각을 키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세뱃돈 역시 너무 억지로 저금하도록 유도한다거나, 아이에게 모두 맡겨버리는 것보다 합의하고 나누어 관리하면 좋습니다. 받은 금액 일부는 아이에게 주어서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도록 하고 나머지는 저축하도록 말이죠. 아이들 역시 소확행이 필요하니까요. 작은 돈일지라도 조금씩 통장에 입금하고 그 내역을 보여주면 아이도 저금하는 재미를 더욱 느끼게 될 것입니다.


재테크 카페에 가입하면 봉투 분할 법이라는 용어를 꽤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봉투에 이름을 붙이는 것입니다. 봉투에 적힌 제목대로 용도에 맞게 돈을 사용하는 습관을 들이기 위한 방법입니다. 하지만 수단과 목적을 혼동해서는 안 됩니다. 봉투를 분할하는 수단의 목적을 늘 상기해야 합니다. 용돈을 봉투에 나눠 사용하는 데 너무 집착해 경제관념이 망가지면 안 되겠죠. 봉투 분할 법은 기본적으로 효율적인 돈 관리 습관을 익히는 데 사용하면 좋습니다. 아이에게도 봉투나 저금통을 두어 개 준비하도록 시켜보세요. 하나는 원하는 장난감을 살 수 있는 돈, 다른 하나는 아이의 꿈에 다가갈 수 있는 구체적인 목표를 적게 하세요. 예를 들어 유튜버가 꿈인 아이의 저금통에는 ‘유투버 ○○○’, 여행을 가고 싶다면 ‘여름방학 하와이 여행’이라고 제목을 붙이고 본인 나름대로 계획을 세워 돈을 모아보도록 하면 좋습니다.


물론 아이가 원하는 것을 부모가 사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목표를 향해 돈을 모아나가고 목표한 돈을 만들었을 때의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그릇된 욕망은 자칫 끝이 없는 법입니다. 돈이 필요하면 엄마나 아빠가 언제나 줄 뿐만 아니라 자기가 원하는 것은 다 받을 수 있다고 여기는 아이는 아무리 부모의 돈이 많아도 그 돈을 지켜내지 못하게 만듭니다. 저는 VIP실에 근무하며 돈을 지켜내지 못하는 자식 때문에 속상해하는 고객을 수없이 만나봤습니다.


아이들에게 일을 하는 대가로 받는 돈에 대해서도 일찍 알려주면 좋습니다. 신발을 가지런히 정리하거나, 빨래 개는 것을 도와준다거나, 음식물 쓰레기를 버릴 때 약간의 돈을 주기로 정해두는 겁니다. 아이는 자신이 어떤 일을 했을 때 그에 대한 보상으로 받을 수 있는 것이 돈이라는 개념을 자연스레 익히게 되고, 작은 성취감도 얻을 수 있습니다. 자기가 소중히 모은 돈은 아이 역시도 함부로 쓰지 않습니다. 단돈 500원을 벌기 위해서 감수했던 수고를 아니까요.


자, 이 정도면 영어 공부가 필요할지 돈 공부가 필요할지 답이 되었을까요? 돈 공부가 다른 공부보다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돈 공부를 하지 않은 아이는 영어를 잘할지언정 불편한 삶을 살 수밖에 없습니다. 돈에 관한 이야기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제가 소개한 방법 중 자신과 아이에게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두어 가지만 실천해도 아이에게 충분한 자산을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아이 역시 돈에 대한 올바른 생각을 가지고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금수저만 자산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충분한 시간을 들이고 자산을 축적하면 아이가 성년이 될 무렵 일정 규모의 자산을 마련하게 되고 계획적인 인생 설계를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사진출처.래핑키즈런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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