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정아 Sep 15. 2016

올 추석

숙제하듯 송금하고 명절기분을 내려다

집에서 수확한 대추-이웃에게 추석선물로



한국의 추석 명절이 시작되기 며칠 전인 9월 8일부터 2주간 동안, 송금 수수료가 free라는 공고가 은행마다 붙었다. 이곳 사람들은 추석이 명절도 아니고 공휴일도 아니어서 덤덤하건만, 고국에 부모님이 계신 사람들은 선물이나 송금을 보통 하므로 수수료 면제라는 말에 솔깃하다. 한번 송금 하려면 액수의 고하에 상관없이 15불에서 20불 정도의 수수료를 내야하므로. 나도 그때를 기다려 친정어머니께 약간의 돈을 송금하였다.

시댁엔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셨지만, 시아주버니 댁으로 차례비용에 보탤 송금을 했다. 인터넷으로 백화점을 통해 육류나 과일등을 보내기도 했는데, 포장은 요란한데 내용물은 기대이하라고 하여 송금으로 대체한 지 오래다.

송금 후 엄마께 확인 전화 하였다. 안 받으신다. 몇 차례 더 했으나 엄마는 전화를 안 받으신다. 무슨 급한 일이 생긴 것인가 걱정이 되었다. 오늘 새벽에야 남동생과 통화가 되었다. 우려한 대로 어머니가 며칠 째 병원에 계시다는 것이다. 귀가 갑자기 안 들린다는 것이다. 병원에서는 노환의 일종이라고 했다니 가슴이 덜컹했다.

잘 안 들려 재차 묻고 물어서 며느리에게 구박받는 TV속의 노인처럼 되었단 말인가? 내 어머니의 나이 듦이 새삼스레 확인이 되면서 마음 한구석이 아렸다. 한쪽 귀는 괜찮으니 전화해도 받으신 다기에 병원으로 전화해 보았다. 엄마는 씩씩하게 전화 받으신다. 내가 걱정 할 까봐 더 아무렇지도 않게 말씀하신다. “일호 아범이 성능 좋은 보청기 해준다니 걱정 말아라.”이러신다. 그나마 한쪽이 잘 들리니 다행이라며 하나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하는 남동생은, 마누라의 유방암으로 인해 인생 공부 크게 하였나보다. 추석날엔 퇴원을 하실 수 있다며 병원에서 추석음식을 진두지휘 하신다고 한다.

노인 합창단에서 노래하시는 걸 노년의 행복으로 생각하셨는데, 귀가 안 들리면 노래는 어찌 하시려나 이 상황 에서 걱정거리도 아닌 걱정을 하고 있는 멀리 사는 딸이다.

시댁의 새어머니가 낳은 막내인 시동생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한쪽 귀가 잘 안 들렸다고 한다. 그래서 오래전 이곳에 놀러왔을 때 큰 돈 들여 보청기를 해 주었었다. 새어머니 말로는 가정환경 때문에 오는 신경성 이라며, 그 책임이 형과 누이들에게 있다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말씀하시곤 했다. 그래서 시댁의 유산 나누기에도 그 ‘귀 안 들림’ 이 이슈로 등장 했었다. '귀’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였다는 말을 들었다. ‘한쪽 귀’가 한쪽에선 돈으로 계산이 되고, 다른 한쪽에선 다행한 일로 여겨지니 참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어머니의 입원소식으로 조금 더 쓸쓸한 추석되었다. 한국에선 큰 지진 소식도 있던데 한국의 가족들은 피해 없다니 그나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남의 불행을 보고 안도하는 속 좁음 속에서도 세월은 지나가고 있다.

여럿이 모인자리에서 결례되는 귀엣말도 건강한 귀를 가지고 있을 때나 가능한 일이니, 남들이 귓속말한다고 타박할 일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던 것이 점점 귀하게 생각 되는 것'이 바로 나이 들어가는 징조인가보다.

법석 떨 것도 유난 떨 것도 없는 삶이다. 멀리 있거나 가까이 있거나 다사다난 한 삶 속에서 그래도 살아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모두에게 풍성한 추석을 기원 드리고픈 추석 전야이다.






작가의 이전글 50년 넘은 시인의 새 다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