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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아 Jun 27. 2020

금의 환향 이어야 했는데

갑의 환향


갑의 환향’(鉀衣還鄕)‘
 
  만에 집에 돌아왔다. 작년 5월에 엘에이를 떠나 한국에 가서 수술받고 다시 돌아오기까지 꼬박  년이다. 간단할  알았던 수술이 우여곡절을 겪었다. 항암치료에 투석을 거쳐 신장이식을 받았으니 살아 돌아온 것이 감개무량하다. 신장이식도 모자라 나중엔 허리골절까지 당하여 ‘금의환향’(錦衣還鄕) 아닌 ‘갑의 환향’(鉀衣還鄕)‘인 것이 특별하다고 해야 할지. 쇠막대와 고무천과 끈으로 엮인 갑옷 모양의 코르셋을 입고 돌아왔으니 말이다.
 
남편은 나를 돌보느라  사이 7번을 한국엘 다녀갔다. 다녀갈 때마다 나를 안심시키려고 그랬는지 살림을 잘하고 있다고 염려 말라고  번이나 말했다. 식사도 알아서 척척 빨래와 집안 건사도 잘한다니 그렇게 믿었다.
 
비행기의 착륙 정보가 목적지까지 600Km  시간 남았다고 화면에 뜨자, 그때부터 가슴이 더욱 뛰기 시작했다. 아이가 있고 정다운 친지들이 있는 . 나를 위해 간절히 기도해주던 이들이 있는 미국이 가까워 올수록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이다.
 
 마당엔 살구도 단감도 초록 열매를 맺고 레몬이 노랗게 달렸으며, 복숭아도 가지가 휘도록 달리고 토마토도 무성하고 상추도 싱싱하게  자라고 있었다. 내가 없다고 변한  없어 보였다.
 
그러나  안에 들어와 둘러보니  모퉁이마다 거미줄이요, 마루 구석구석엔 먼지가 뭉쳐서 굴러다니는 중이었다. 냉장고 속엔   전에  봐다 놓았던 음식물들이 냉동된 채로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닌가? 올해의 절반도 거의 지났건만 거실에 걸린 달력은 2012년도 것이고, 책상 위의 탁상용 달력도 작년 내가 떠나던 달에 멈춰있었다.
 
살림하던 주부가 부재중이었던 우리 집은 지난  년의 메모리를 간직하고 있는 타임캡슐 같았다. 화장대에 쌓인 먼지도 욕실 타일 사이의 때도 그대로였다. 내가 돌아오기를 기다린 것은 사람들만이 아니었다. 주인을 기다리는 충성스러운 시종처럼 변함없는 미생물 무생물에 공연히 고마웠다.
 
언제 정지되었는지 모를 사발시계에 배터리를 갈아 넣었다. , 새로운 시작이다.


수필가 이정아

<미주 한국일보 수필로 그린 /6 26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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