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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아 Feb 25. 2021

강명희의 소설집

‘65세’를 읽고

한마디로 page-turner이다. 9편의 단편을 단숨에 읽었다.


첫추위의 주인공인 청춘남녀의 깨어진 사랑, 긴 하루의 결혼식과 장례식 뒤의 사연. 나라도 당연히 그랬을법한 65세 이야기. 밥상 잘 차리는 그녀를 찾아오는 남자들을 읽으면서 작가의 시골밥상을 직접 맛본 사람의 하나로, 그녀의 음식이 그리워 찾아온 그들이 이해가 되었다. 아픈 손가락은 뭉클했고 모정이 남긴 돈으로 조금이나마 살림이 핀 구두수선공을 마음속으로 축하했다.


소설을 쓰려고 교직을 그만두려는 작가를 만류하면서도 한편 대견해하는 아버지에서 내 아버지의 모습도 오버랩되었다. 도우미 아주머니와 몽골의 이삿짐센터 직원도 작가에게 용기를 준 사람들로 훈훈하며, 정식과 정만 형제의 애증과 코로나바이러스 19 사태는 지금의 세태를 보여주고, 랑탕에선 마음에 묻어두었던 친구를 만나고 보내는 신비한 체험을 하고, 마지막 편은 친구 소설가를 보내는 진혼제인듯했다.

최근 부상한 개념인 ‘오토 픽션’(autofiction)은 ‘자서전’을 뜻하는 ‘autobiography’와 ‘소설, 허구’를 뜻하는 ‘fiction’의 합성어이다. 이 명칭이 이 단편들에 적합한 명칭이 아닐까 생각했다. 올해 마침 65세가 된 내가 쓴 글이었나 착각을 할 정도로 감정의 코드가 맞아 더 흡인력이 있었다.

그러나 오토 픽션은 결코 ‘나’에 대해서 ‘만’ 쓰지는 않는다. 나를 말하기 위해서는 나와 관계된 사람들과 내가 속해있는 세상에 대한 기술이 필요하다.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과 주변에 관계된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는 과정이 따스하고 진솔하고 흥미로웠다. 앞서 출간된 두 책도 좋았지만, 단연코 이 책이 최고라고 말하고 싶다.


#강명희소설가#단편집#65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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