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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아 May 27. 2021

주연만큼 행복한

조연




이정아/수필가

[LA중앙일보] 05.26.18. 20:58

    

도서관의 북세일에 봉사자로 참여했다. 도서관 후원회원 17명과 도우미 학생 16명이 힘을 합쳐 성공적으로 치렀다. 종이책 시대가 수그러드는 마당이어서 중고 북세일의 수입도 줄어드는 추세였는데, 이번엔 아주 좋은 결과여서 모두들 흐뭇해했다. 열심히 홍보해준 언론사 덕분이 아닐까 싶다. 새 책 구입하여 도서관에 기부하는 아름다운 순환에 큰 도움이 되었다.


도서관 후원회원은 서너 명의 젊은 분을 제하면 기운이 쇠잔한 은퇴자들이 대부분이다. 전직 교수, 의사, 언론인에 잘 나가던 사업가들로 한 시대를 풍미한 분들 이건만 세월 따라 약해진 걸 어쩌랴. 무거운 책을 옮기거나 진열 탁자 세팅은 모두 청소년 자원봉사자들이 했다.


회원 등록을 받고 행사장 배너 걸고 책 판매하고 행사장 군데군데 앉아 감독하는 일은 시니어들이 감당하여 긍정적인 협업을 이루었다.


후원 회원들은 행사를 위해 책을 기증하고, 일도 하고 그 위에 찬조금을 보탰다. 세상 셈법으론 이해 못할 전혀 영리하지 못한 일을 한다. 그러면서 즐겁다고 한다. 봉사 속에 깃든 베푸는 마음이 존경스럽다.


며칠 전엔 장애우 돕기 선교회에 배식봉사를 갔다. 장애우와 봉사자가 맨투맨으로 토요학교를 열고 있었다. 토요일 만이라도 장애우 부모님들에게 쉬는 시간을 드리고 싶은 것이 봉사 이유 중 하나라는 젊은 간사의 말에 뭉클했다. 점심 제공만 생각하고 갔던 단순한 내가 부끄러웠다. 밥을 담당한 우리는 모두 시니어였고 봉사자들은 모두 젊은이였다. 이 나라의 미래가 밝아 보여 감사했다. 아름다운 청춘들에게 밥으로 힘을 줄 수 있다면 몇 번이고 더 하자며 돌아오는 길에 의기투합했다.


젊은이들을 보고 "젊어서 예뻐" 하던 노인들의 언어를 어느새 쓰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젊은이의 순수함이 때가 탄 어른의 눈에 그리 보이는 것이리라. 봉사하는 여학생에게 뭐가 가장 힘드냐? 하니 "덩치 큰 장애우를 진정시켜야 하는데 제가 너무 작아 힘이 없어서요…." 마치 죄인처럼 미안해한다. 젊음에 이런 겸손의 마음이 더해지니 아름답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이는 토요일의 봉사는 사회봉사 크레디트 점수가 두 배여서 학생들이 많이 지원한다지만, 그게 전부는 아닐 것이다. 이타적 사랑이 없으면 불가능한 것이 봉사의 마인드가 아닐까.


올드타이머들은 든든한 배경이 되어 멘토 역할을 해주고 젊은 피는 넘치는 기운으로 활력소가 되니 그 중간에 끼어 한 봉사가 즐거웠다.


좋은 이들이 마련한 행사에 잠시 함께 발을 담갔다고 큰 선행한 듯 뿌듯한 착각을 했다. '성공보다 행복을 추구하는 삶'을 권유하는 지혜자들의 말을 이해할 것 같다. 힘에 부쳐도 엔도르핀이 도는 이런 경험을 쌓아 손톱만큼의 기여라도 하며 살고 싶다. 주변의 모두에게 한 수 배우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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