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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아 Feb 24. 2022

정직할 수 있는 용기

어떤 면접

[이 아침에]

정직할 수 있는 용기

[Los Angeles] 미주 중앙일보

입력: 2022.02.23 20:29


이정아:수필가


친하게 지내는 아우가 근심 가득한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아들아이가 미술계 학교로 진학하는 인터뷰와 포트폴리오 면접을 보고 실기시험을 치렀는데, 순진한 아들 때문에 속상하다는 이야기다.


전말인즉 아이가 제출한 훌륭한 포트폴리오를 본 면접관이 전부다 너 혼자 한 작품이냐? 묻더란다. 아이는 “제가 다했지만 마지막 손질은 선생님이 도와주셨어요” 하고 정직하게 말했단다.


같은 학원에서 준비하던 아이들은 모두 제가 혼자 다 했어요 했는데 눈치 없는 자기 아들만 정직하게 말해 불이익을 당할 거라며 지레 걱정이다. 나도 그 시간에 맞춰 기도했기에 그 엄마의 노심초사가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정직이 최선인데 정직하게 말해 불이익을 당한다면 그건 정당한 경쟁이 아닐 것이다. 그럴 땐 “너만 못나게 왜 그랬어” 하지 말고 “정직하다. 훌륭해”하고 칭찬을 해주어야 마땅하다.


우리 인생에서 받는 최고의 보상 중 하나는 개인적 성취를 위해 숨겨진 잠재력을 발견하고, 그에 맞게 성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직하지 못하다면 잠재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 특히 예술 분야에서는 더 필요한 잠재력. 경험 많은 노 면접관도 그걸 아시지 않을까?


대학을 졸업하고 경기도의 P시에 있는 여학교에 가정 선생으로 부임을 했다. 그런데 엄마는 남들에게 자꾸 그 도시가 아닌 수원에 있는 학교라고 하신다. 그 이유인즉 그 도시는 기지촌이어서, 그곳에서 교사 생활했다고 하면 혼삿길에 지장이 있다는 거였다. 지극히 현실적인 자기 딸을 위한 거짓말에 나는 침묵으로 동의하는 죄를 지었다. 그 학교에 근무하는 7년 동안 마음이 늘 불편했다. 미국에 오려고 학교를 그만두니 얼마나 후련하던지.


거짓말은 처음에는 사소한 것처럼 시작되지만, 일찍 근절되지 않으면 곤란 지경에 빠질 때까지 계속 힘을 행사한다. 한 번 부정직해서 뭔가 얻는 것이 생기면, 다시 부정직해지고자 하는 유혹을 떨치기가 쉽지 않다. 우선은 그 흔적을 덮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또 다른 부정직한 행동을 하게 된다. 부정직은 어두컴컴한 뒷길을 걷는 것과 같아서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여러분 자신이 진실해야 한다. 마치 낮이 지나면 밤이 오듯 그렇게 진실이 여러분과 늘 함께 해야 한다. 그러면 누구에게도 거짓으로 대할 수 없다.”

-윌리엄 셰익스피어


정직한 사람들이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거짓말쟁이에 분노하기보다는 그들을 불쌍히 여기고, 좋은 생각을 가지고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정직하게  키운 아들로 인해 아우에게 마음의 평화가 오기를 기원하며.


2022 한국수필 7월호 캘리포니아 작가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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