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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아 Feb 23. 2022

웃픈 조언

피기(Piggy)와 미키(Mickey)



남편 친구인 검프 아저씨 집에서 식사 모임이 있었다. 그 집에 아주 예쁜 돼지 저금통이 있는데, 예전 한국에서 보던 주황빛 플라스틱 돼지저금통이 아닌 봉제완구로 된 예쁜 돼지가 말까지 했다. 동전을 넣으니 "고맙습니다" "부~~~ 자 되세요" "500원만 더 주세요" 이런 소리가 번갈아 나는 저금통이었다. 신기했다. 하나 구할 수 없는가 부탁했더니 돼지가 많은 집을 알고 있다며 구해놓겠다고 한다.


돼지가 많은 집의 사연인즉, 비교적 이민 생활에 성공을 한 어느 가정에서 남편이 도박 병이 들어서 틈만 나면 매 주말마다 라스베이거스를 가더니 요즘엔 매일을 가까운 도박장에 가서 산다는 것이다. 엘에이에서 약 30분 거리에 상설 도박장이 있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이가 직업에는 소홀한 채 도박에만 매달리니 보다 못한 부인이 찾아간 곳이 운명 철학원이었다나? 그곳에서의 조언이 "집에 돼지가 있어야 한다"였다고. 돼지띠의 사람을 집에 들이던지 하라고 처방이 나왔단다. 아무리 생각해도 사람 구하기가 어려워 돼지로 된 핸드폰 액세서리에, 손톱 만한 금 돼지는 머리맡에 두고, 돼지저금통은 10개 이상 사서 거실에 늘어놓고, 소파의 쿠션도 돼지 모양, 하다못해 십자수 돼지 액자까지 온 집안이'돼지 판'이더라고 했다. 효과가 있었다나? 그러자 그 집 남편의 도박판 출근 횟수가 여실히 줄었다는 것이다.


그걸 전해 들은 다른 한 가정이 예의 그 운명 철학관을 찾아갔단다. 그 댁은 남편이 바람을 피워서였다. 그러자 나온 처방이 "쥐가 집안에 있어야 한다"였다. 주변에 수소문을 해 보아도 가족 중엔 쥐(쥐띠)가 없어서 다시 의논했더니 미키마우스 그림이라도 벽에 붙이라는 대안을 알려 주더란다. 머리가 스마트한 이 부인 단번에 남편의 바람기를 잠재우려면 그림 가지고는 안 되겠다 하여, 실물 햄스터를 키우기로 하였단다. 기막힌 응용력이 아닌가? 그래서 여러 마리의 햄스터를 키우는데 온 집안에 쥐 냄새가 진동한단다. 그 댁도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아마도 '플라 씨보(placebo)' 같은.


돼지와 쥐가 도와주지 않아도 되는 집은, 건강하게 산다는 뜻일 테니 오늘도 모두들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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