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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아 Mar 18. 2022

있어도 그만

없어도 아쉽지 않은



한국에서 엄마 장례를 치르고 떠나오는 , 작년 12 20 선박으로 보낸 3단짜리 이민가방이 거의 석 달만에 미국 우리 집에 도착했다.


64파운드(약 30킬로)의 가방 안에는 우선 엄마 집에서 떼어온 그림을 담은 기다란 화구통이 들어있다. 다음으론 무거운 책이 많고 선물 받은 올망졸망한 보따리가 여럿이라 핸드 캐리가 어려웠다. 우체국에서 부치려니 운송료가 어마어마하여 그나마 가격이 헐한 유학생 이삿짐센터를 이용하였다.


팬데믹에다 이곳의 항만 노조가 파업이라 평소의 두배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조각배를 타고 노 저어 태평양을 건너왔어도 한 달이면 왔겠다 싶지만 무사히 받게 되어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한다.


식품류가 없었기에 망정이지 반건조 오징어라도 있었으면 곰팡이 날 뻔했다. 이곳에선 마스크 해제인데 잔뜩 담겨온 이제는 쓸모없는 마스크를 보니 헛일 한 셈이다. 또 한 계절이 지나고 나서 받는 겨울 옷 보따리처럼 생뚱맞은 것은 없다. 이미 석 달이 지나버린 달력도 전달 심부름해야 하는데 웃기다. 철 지난 철 모르는 철없는 물건이 거실에 산처럼 쌓였다.


비우고 버리는 중인데 다시 찾아든 물건들. 살펴보니 늘 그러하듯 딱히 필요치도 않고 그렇다고 함부로 버릴 수도 없는 것들이다. 인생은 딜레마(dilemma)의 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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