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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건 싫다

by 이정아


단순하고 쉬운 것


이정아


내가 정말 못하는 일들 중 하나가 사람들에게 특별한 이유 없이 연락해서 안부나 소식을 묻는 거다. 전화는 그저 연락망일 뿐, ‘용건만 간단히‘의 신봉자이다.


나를 아는 사람은 그걸 알기에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무심함이 있다. 그래도 가끔 얼굴 본 지 오래여서 궁금하다는 이유로, 우연히 신문에 난 내 글을 읽게 되는 바람에 생각이 났다며 전화가 온다. 많지 않아 다행이다.


그이들이 먼저 안 하면 나는 절대 못할 사람이라서 그렇게 그냥 연락하는 사람들의 용기(?)가 고맙긴 해도 통화가 길어지면 얼른 끊고 싶다. 낯을 가리거나 인내심 부족이 단점이란 걸 나도 안다.

배고픔도 몸이 아픈 것도 실연의 상처도 별 무리 없이 다 견딜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을 넘겨 오래 하는 강의, 길고 긴 축사, 난삽한 언어로 꽉 찬 평론, 세상 다 아는 척하는 글들, 오바가 오버플로우 하는 글에 공감을 강요당하면 아득하다. 그 자리에서 사라지고 싶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대체로 이 긴 것들은 청자나 독자를 훈육하려는 오만함을 즐기려 하거나 자기의 지식 많음을 자랑하고 싶거나 그것도 아니면 내용 없음을 여러 방법으로 포장하여 정성이라도 바쳐보려는 경우에 나온다.

이 글도 길어지면 나 스스로 짜증 나니 그만하기로 한다. 뭐든 튀지 않고 적당하면 좋겠다. 나이 드니 간단할수록 좋다.


#현기증나는글들#화려한말들#지친다#폭염이라그런가#그럼네글은#할말없다


*윗 사진은 써도 된다고 해서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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