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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아 Dec 30. 2017

선물은

허공에 던지는 사랑의 고백


[이 아침에] '선물은 허공에 던지는 사랑의 고백'

수필가/이정아

얼마 전 교우의 아들 결혼식 날이었다. 피로연에서 사회자가 자신이 외치는 물건을 가지고 앞으로 나오면 상을 주는 이벤트를 했다.

"아이폰 구형!"을 외쳐, 내가 손을 번쩍 들고 남편이 가지고 나가 확인을 했다. 잠시 후 가장 오래된 모델이라며 당당 당첨이 되어 스타벅스 20불짜리 선물권을 받았다. 이게 웬 횡재인가 희희낙락했더니 남편은 약간 자존심이 상했나 보다. 남편은 자타가 공인하는 얼리 어댑터인데 말이다.

나는 실은 그 구형의 아이폰도 기능을 다 몰라 온전히 쓰지도 못하는 처지이다. 그저 오는 전화, 가는 전화에 카톡만 받아도 벅차다. 별로 아쉽지 않은 전화였는데 남편이 내 생일 선물을 아이폰 신형으로 해준다며, 큰 글씨의 셀폰이 내게로 왔다.

별로 원하지도 않은 선물에 심드렁해 있는데 저녁마다 이것저것을 누르며 가르쳐 주기 바쁘다. 나는 공부는 뭐든 싫다. 내가 왕년엔 학생 가르치던 사람인데 감히 날 가르치려들 다니. 이런 건방진 생각이 알려고 하는 의지보다 늘 앞선다. 교육 전수받기를 즐거워하지 않는 내게 결국 "니 맘대로 해"하고 새 전화기를 던지자 드디어 나는 자유로운 몸이 되었다.

나태주 시인이 쓰신 '선물'이라는 글에는 "선물은 착한 마음으로 주고받는 물건을 말한다. 결코 무리한 부탁이나 불편한 일을 빌미 삼아 주지 말고, 마음으로 주는 물건이고 더하여 착한 뜻을 담아서 주는 물건이다." 언젠가 이 글을 읽고 나서부터는 선물을 대하는 마음이 편해졌다. 고마운 마음을 표하자니 그 마음의 상징으로 물건이 필요한 것이고 바로 그게 선물이라니 무얼 주고받든지 '선물은 기쁜 것'이 아닐까?

선물의 계절 중 가장 바쁜 크리스마스를 지냈다. 24일 아침부터 이웃집들에서 곱게 싼 선물이 오고 갔다. 두 옆집과 세 앞집이 동네 선물 범위였는데 앞집의 미오 할머니와 리즈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두 옆집과 앞 한 집으로 선물교환이 줄었다. 옆집에선 바디워시 세트와 매실청이 왔고, 꿀비누와 애플 타르트를 보냈다. 앞집과 다른 옆집엔 초콜릿 과자를 보냈더니 브랜디가 속에 든 어른용 초콜릿이 왔다. 다른 옆집인 미스터 로저는 며칠 후에 새해맞이 꽃을 보내올 것이다. 늘 그렇듯이 달콤함과 향긋함이 담장을 넘나들었다.

생일이 성탄절과 가까운 내겐, 그 두 시점 중간쯤에 둘을 합친 듯한 선물이 친지들에게 오고 나는 늘 불평이 많았었다. 선물이 모호하다고, 두 번의 선물 찬스가 한 번으로 줄었다고 선물을 받고도 즐겁지가 않았었다. 욕심쟁이에 지극히 세속적인 태도였다. 그러던 것이 이젠 감사히 수용하게 되었다.

선물을 하고 나서 마음에 남기거나 보답을 바란다면 더더욱 선물이 아니라고 시인은 이야기하신다. 선물은 오로지 무상의 행위이고 그 기쁨이며 허공에 던지는 사랑의 고백 같은 것이어야 한다나? 사랑은 주는 것이고 선물은 주는 것이다.

이제 신이 우리에게 준 공짜 선물인 365 새날이 펼쳐진다. 그것도 감사히 받아야겠다.

미주 중앙일보 12월 30일 201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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