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보다 생활 가치관이 더욱 중요하다
어렸을 적 이민 와 대인관계 배우기 어려웠다. 누가 특별히 가르쳐 주지 않고 주위에서 보고 들은 대로 행동하면 되는데 대부분 주위는 한국을 떠난 지 십수 년이 지난 사람이어서 나와 비슷한 문화만 알고 있었다. 사회 생활하며 한국에서 온 사람과 만나다 보면 무척 당황하게 하는 문화가 있어 무척 힘들었다. 브라질에 언제 왔는지 왜 왔는지 물어보는 것은 애교였고 가끔 개인사를 물어볼 때 황당했는데 제일 힘들었던 질문은" “결혼하셨습니까?”이다. 물론, 이런 질문을 들었을 때는 나이도 찼고 애도 있을 것 같았지만 나는 솔로였다.
서른 넘어 나야 결혼할 생각 없으니 안 했지만, 왠지 묻는 사람 의도는 “그 나이가 되도록 뭐 했소?” 하고 추궁하는 분위기라 쉽사리 대답을 못 했었다. 부모와 떨어져 살며 서른 넘은 남자가 결혼하지 않은 것은 누가 봐도 이상하게 보였을 것이다. 속으로는 말하고 싶더라도 쉽게 하지 못하는 심정들을 그 누가 이해하랴. 그래서 생각해 낸 가장 모범적인 대답은 “아직 안 했지만 곧 할 것입니다”라고 둘러댔었다. 이렇게 대답하면 그럼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면 되는데 또 열의 몇 명이 “근데 애인은 있나?”하고 남의 속을 뒤집어 놓았었다.
사람 속을 더 뒤집는 것은 헤어질 때쯤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너무 성실하고 재미있고 좋은 총각 같은데 내가 한국/미국 가서 사람 소개하여 줄게” 하며 꼭 내 명함과 사진을 찍어가는 사람들이었다.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이렇게 말씀하신 분 중 나에게 최소 안부 연락이라도 준 사람 아직 한 명도 없다. 젠장, 뭐가 잘못됐을까? 참고로 지금은 결혼하였고 늦깢이 쌍둥이 육아로 지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연락 안 하신 모든 분께 감사의 말씀을 이 지면을 통해 보내고 싶다.
주변 친구 중 제일 늦게 결혼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원래 빨리하고 싶었으나 찾지 못해 방황하던 심정을 알아주는 사람은 없었다. 변명 아닌 변명을 하자면 여자가 싫어서가 아니라 단순히 짝이 없어서라 말하겠다. 여기서 말하는 내 단짝만을 말하는 게 아니라 여러 짝을 두고 말하는 것이다. 박수도 한 손으로만 칠 수는 없다. 다른 손이 부딪쳐야 비로소 소리가 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서로 부딪칠 기회가 없다면 정말 통한의 눈물을 흘린다. 아 브라질에는 여자가 없나? 하고 생각하시는 분들을 위해 자 그럼 천천히 설명해 보겠다.
먼저 브라질에 있는 순수 브라질 여자들을 설명하겠다. 브라질 여자는 인디오 피가 섞인 혼혈인 여자만 있는 줄 아는데 사실 백인이 61% 넘으며 유럽인의 혈통이 많이 섞여 어여쁜 여자가 많다. 푸른 눈과 금발의 북부 유럽 여인, 태양에 그을린 피부에 짙은 검정 머리의 남부 유럽 여인, 하얀 피부에 키가 큰 슬라브계 여인, 여기에 브라질 인디오, 아프리카 흑인 그리고 최종적으로 동양의 미가 섞여 브라질 여성이라는 아름다움을 가진 것이 바로 브라질 여자다.
더군다나 이들끼리 섞이며 세상에서 가장 예쁜 여성이 많은 나라로 알려졌다. 지금도 세계적인 유명 모델을 보면 브라질 출신들이 상당수 있다. 유명한 슈퍼 모델 지젤리 뷘첸만 봐도 그렇다. 브라질 여자는 남자를 사귈 때 외모, 경제력, 집안 배경, 학력 등을 많이 따지지 않는다. 일부 신분 상승 기회로 삼는 여자를 빼고 이들이 찾는 첫 번째 조건은 남자가 얼마나 여자한테 잘해 주느냐이다. 키가 크든 작든, 공부를 많이 했건 안 했건, 장남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고 단지 얼마나 여자를 사랑하게 해주냐 이다.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여자가 원하는 것을 충족시켜주면 끝이라는 것이다. 남자를 사귈 때 따지는 조건은 필수사항이 아니고 자기가 좋으면 만사 OK이다. 브라질 여자와 사귀면 이것만은 좋다.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기 때문에 골치 아프게 이러쿵저러쿵 고민할 필요가 있다. 좋으면 좋고 싫으면 떠나 편하다. 그러나 때로 다혈질은 사람을 피곤하게 만든다. 사랑 표현을 적극적으로 하는 데 있어 남자로서는 좋기도 하지만 때로는 부담을 주는데 예로 서로의 관계를 정리하려고 해도 여자가 포기하지 않아 고생하는 남자도 있다.
특히 바람피우다 여자에게 걸리는 날은 그냥 죽는다. 참고로 바람피우는 것은 죽는 게 정답이다. 보고 있나요. 여보? 이곳에 오래 살았고 브라질 여자와도 사귀어 봤지만 그래도 브라질 사람과 결혼할 용기는 없었다. 태어날 2세가 걱정되어서가 아니라 정작 이놈들이 커서 나이를 먹으면 엄마와 같이 엄연한 브라질 사람이라 혼자 한국 사람인 나를 따돌리까 봐 걱정되서이다. 또 다른 이유는 술을 마시고 그다음 날 아침에 일어났을 때 진한 블랙커피에 빵 한 개 주는 여자와 내가 좋아하는 콩나물 끓여 주는 여자 중 누가 더 좋나 하는 데서 판결 났다.
쓰다 보니 길어졌는데 결혼을 하지 못한 이유로 여자를 사귀지 못하는 것이 첫째 이유고 둘째로 같은 한인 중 사람을 만날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 서로 한인끼리 사돈을 맺는다. 이들이 만나는 경우는 어렸을 때부터 교회 다니며 눈이 맞는 경우, 학교에서 동기 동창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경우, 동네 이웃사촌 그리고 회사 동료에서 사내 커플로 발전하는 경우이다. 이외에 소개받아 탄생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스스로 개척된 게 아니라 타인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여기서는 치지 않겠다.
하여튼 어렸을 때부터 친구였던 여자들은 이미 자기 짝을 찾아 떠났고 남은 사람은 서로 잘 알기 때문에 쉽게 사귀지 못한다. 문제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야 하는데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젊은이가 서로 얼굴을 부딪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데 서른 넘으면 소개팅 횟수도 줄어든다. 어떻게 해서 모르는 여자와 처음 만나려고 해도 주의 사람의 시답지 않은 소리에 만나지도 못하고 깨지는 경우도 있다. 더 중요한 건 주위 사람들로부터 소개받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두둥!
여기서 바로 글 제목에 대해서 설명하겠다. 이런저런 이유로 결혼이 어려운 사람이 최후로 사용하는 방법이 바로 한국에서 신부를 데려오는 것이다. 아직도 심심치 않게 주위에 이런 커플이 꽤 있다. 한국에 있는 선배 후배 사촌 팔촌 모두 총동원해 홍보하고 소개받으면 비행기 타고 붕~날아가 서로 인사하고 몇 주일(일부는 며칠..)만에 서로 오케이 하면 바로 브라질로 데리고 오는 것이다. 그럼 여기서 잠깐 왜 나는 안 하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 같아 설명해 보겠다.
첫째 A/S 가 안 된다: 살다 보면 누구든 부부싸움을 하게 되는데 그럴 경우 여자는 대부분 자기 친정 식구 또는 친구에게 하소연 한다. 수다를 떨며 남편 흉을 보며 만나 스트레스(자기 엄마 집에 간다던가 등등)를 풀게 되는데 브라질에 혼자 온 여자는 친구는 물론 친정 식구와 떨어져 있어 굉장히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간혹 업그레이드(교육)를 위해 친정집으로 A/S 보내게 되는데 여기서는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부부싸움 잘못했다가는 여자가 여권 챙겨서 한국으로 영영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둘째 무엇하던 남자가 같이해야 한다: 여자가 처음 와서는 3년간 귀머거리, 언어쟁애인이 된다. 시집살이가 아니라 포어를 못하니 자연히 그렇게 되는 것이다. 시장 보는 것부터 집안의 모든 대소사를 남자가 해결해야 한다. 처음은 사랑해서 상냥히 남자가 다른 일을 제쳐두고 달려와서 도와준다. 그러나 일하느라 스트레스받아 있을 때 여자가 귀찮게 전화해서 물어보면 어느 순간 폭발하게 된다. 아직 그런 것도 모르느냐 짜증을 내면 여자로서는 정말 답답할 것이다.
셋째 생활방식이 다르다: 요즘 한국 여자들이 많이 서구화됐다고 하지만 그래도 한국 방식과 브라질 방식은 많은 차이가 있다. 브라질에서는 남녀 모두 생활전선에서 뛰어든다. 그런데 한국에서 온 신부는 처음에는 말도 모르는 언어장애인이요 일도 할 줄 모르는 바보가 되어 무시당하고 특히 외국 나오면 그저 영화에서처럼 으리으리하게 사는 줄로 아는데 힘들게 하루하루 살아가다 보면 왜 여기까지 왔는지 회의를 느낀다고 한다. 이런 부분이 하나둘 모여 큰 싸움이 된다.
결론은 한국에서 신부를 데려와도 만만치 않은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쉽게 데려오지 못하는 답답함이 있다. 참고로 이 글은 십수 년 전에 썼는데 한국에서 이 글을 읽고 역시 A/S가 제대로 안 된다고 공감한 글도 봤다. 싸워도 알콩달콩 화해하고 살면 된다. 당연히 나는 수입할 기회를 저버리고 지난 2009년에 결혼했다. 지금 내 걱정은 없지만, 아직도 주변에서 짝이 없어 우울해하는 친구가 몇 있어 이 글을 다시 다듬어 봤다. 우리 모두 힘내고 주위를 잘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