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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정수 Dec 08. 2016

풍요속의 빈곤...음식이 남아도는 브라질

하느님이 세상을 창조하셨을 때에 여러 땅에 태풍, 지진, 화산 등 갖가지 재앙을 한 가지씩은 남겨두셔서 인간이 자만에 빠지지 않도록 하셨다. 그런데 브라질이라는 땅에는 아무런 재앙을 남겨두지 않아서 대천사 가브리엘이 다른 곳과 비교해서 너무 불공평한 것이 아닙니까 하고 물었다. 그러자 하느님은 ‘이곳에 사는 사람들 자체가 재앙이다’라고 말씀하셨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브라질은 넓은 대지와 엄청난 자원으로 사람이 굶어 죽지 않고 살 수 있는 나라이다. 전국 어디에서나 1년 동안 따뜻한 날씨와 좋은 땅으로 인해 3타 작도 가능하다. 바다의 각종 물고기는 일부러 멀리 나갈 필요도 없이 해변에서조차 쉽게 잡히기도 한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한국과 비교해서 엄청난 동식물들이 널려 있어 욕심부리지 않는 한 먹고 살기에는 충분하다.


이와 반대로 아프리카의 오지와 같은 극빈층이 전국적으로 4천만 명을 넘고 있다. 그 이유는 더운 날씨로 나태해져 노력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문제가 있지만, 혼란스러운 정책과 사회의 무관심이 큰 이유이다. 현재 음식 쓰레기로 버려지는 양은 연간 4천만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통계가 있다. 이 음식 쓰레기는 가공된 음식뿐만 아니라 농장에서 시장까지 운반하다 흠이나 상품가치가 떨어져 쓰레기장으로 향하는 것들도 포함되어 있다.



그 이유는 열악한 운송수단 인프라와 규격화되지 않은 포장 때문이다. 운송 인프라가 얼마나 안 좋냐 하면 농장에서 100상자의 과일을 시중까지 운반하다 보면 최후에는 70상자만이 정상적인 제품이고 나머지는 모두 깨지고 상해서 쓸 수 없다는 통계도 있다. 또한, 포장규격이 일률적으로 같다면 사용도 편하고 관리도 쉬운데 전국적으로 규격이 모두 틀려 이를 옮기는 과정에서 많이 상한다.

   

또 브라질 전국에 산재해 있는 뷔페식 식당은 점심 시간에 내온 음식물을 저녁에는 다시 팔지 않고 버린다. 숟가락 한 번도 가지 않았고 냉장고에 넣었다가 저녁에 다시 내놓아도 문제가 없는데 그냥 쓰레기장으로 향하는 이유는 남이 먹던 음식은 절대로 먹지 않는 문화도 그렇지만 그걸 먹고 탈을 일으키면 책임져야 하는 법률 때문에 멀쩡한 음식을 배고픈 이웃에게 나누어 주지 못하고 모두 버려진다.


지금은 집 가까운 곳에 슈퍼마켓 다 있고 물품도 좋지만, 브라질에서는 워낙 7일 장 또는 훼이라(시장)에서 식품을 구입하는 풍습이 있다. 대체로 이곳에 나오는 물품은 농수산물이며 이외에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식칼, 가스통 수리공 등등이 있으며 아침 6시부터 시작해 점심때부터는 물건을 정리하여 오후 2시쯤이면 말끔히 청소한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이유는 일반 슈퍼마켓과 비교해서 가격이 싸고 가장 중요한 것은 싱싱하다는 것이다.


훼이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매일 새벽마다 농수산물을 가득 싣고 시내에서 열리는 훼이라에 가서 직매하기 때문에 가격이 싸다. 모두 시청의 허가가 있어야 하고 가판대도 크기와 위치가 설정되어 있다. 재미있는 것은 새벽에 일찍 가면 싱싱한 물건을 살 수 있지만 가격이 비싸고 늦게 가면 갈수록 가격이 싸진는 반대로 질은 떨어진다. 그래도 점심 시간 쯤에 가면 떨이로 많이 깎아주는 흥정도 재미라면 재미이다.


하여간 지금은 많이 변했지만 훼이라에서 배추 파는 사람이 가판을 정리하다 배추가 땅에 떨어지면 그냥 버리곤 해서 이를 주워서 먹고 살았다는 이민 선조들의 증언이 있다. 워낙 물자가 풍족해서 땅에 떨어지면 불결해서 인지는 몰라도 예부터 먹는 것에 대해서는 상당히 관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요즘 같이 물가도 비싸고 굶는 사람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 것은 바로 사회의 무관심인 것이다.


물고기 요리 보다는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치는 유태인 같이 브라질도 전국민을  깨우치기 전에는 빈곤자는 지속적으로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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