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모닝 3일차
기상시간 : 5시 30분
오늘은 생각나는 단어나 문장이 떠오르지 않는다. 하루 종일 회사 일로 머리가 복잡했고, 오늘도 일어나자마자 관련된 일들로 머리가 지끈거린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마다, 불안하고 초조하고 밑바닥까지 끌어내리는 못된 습관은 여전히 날 괴롭히고 있다. 이 나이 먹을 때까지 이런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되풀이해 사는 것이 못마땅하고 속상하다.
요즘 <단어의 집>이라는 안희연 작가의 산문집을 읽는다. 시인들의 산문집은 단어와 문장의 아름다움에 골몰해 있거나 감성적인 반면, 안희연 시인의 산문집은 어쩐지 유쾌하고 솔직하다. 프롤로그에서도 "그냥 사는 이야기를 적었어요."라고 쓴 이 결이 다른 털털함을 보라. 그냥 사는 이야기 속에 반짝이는 단어를 뜰채로 가득 담아서 시인의 눈으로 보석같이 만들어 놨다. 아마 오래오래 곁에 두고 읽을 책이 될 것 같다.
<단어의 집>에서 소개한 단어 중 '버저 비터(buzzer beater)'라는 단어를 처음 알게 됐다. 농구 용어라는 이 단어는 심판이 경기 종료 휘슬(버저)을 울림과 동시에 골대를 향해 던져진 공을 일컫는 말이다. 마지막 몇 초의 순간까지도 끝끝내 온몸을 내던지는, 성공과 실패의 여부를 떠나서 일단 해보고 마는. 흔들리지 않는 집중력으로 기회를 만드는 법. 쉽게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지 말 것. 일단 쓸 것. 일단 던져볼 것.
이상한 미라클모닝일지를 쓰기 시작한 지 3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요즘 내가 가장 기다리는 시간이 되었다는 것을 순간순간 느낀다. 일어나자마자 회사일로 가슴이 답답했지만, 지금은 어쩐지 고요하다.
일단 쓰자, 이 글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겠지만. 심판이 휘슬을 이미 불었을지 모르지만. 득점이 안될지 모르지만 쓰고 나면 후련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