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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라 Aug 01. 2022

비 오는 새벽 4시

미라클모닝 6일차

기상 시간 : 4:10 AM


비가 쏟아지는 소리에 잠이 깼다. 스마트폰을 더듬어서 시간을 보니 3:55분. 애매한 시간이다. 아이가 잘 자는지 들여다보며 괜히 이불을 여며주고, 베란다로 나가 살짝 열어둔 창문을 닫는다. 빗소리를 듣다가 오늘은 4시에 시작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몸을 일으킨다.




새벽 4시라는 단어만 들으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9년 전, 스물일곱 살 무렵 다니던 직장에서 함께 일하던 연구사님은 오랜 시간 선생님을 하다가 9 to 6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으신 분이었다. 선생님 특유의 차분하고도 분명한 목소리와 다정함에 이끌려 막내였던 나는, 학생 같이 연구사님을 많이 의지했었다. 연구사님은 열정은 넘치지만 어설퍼 늘 고되었던 그 시절의 나에게 버팀목이자 진짜 어른을 알려주신 분이었다.

 

연구사님께서 어느 날은 자신이 새벽 4시에 일어난다는 사실을 비밀처럼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그때 당시에는 어린 생각으로 새벽 4시에 기상해서 책을 쓰고 공부한다니, 역시 진짜 대단하다!라는 생각뿐이었다.

9년이 지난 후, 내가 엄마가 되어서야 두 아이의 엄마였던 연구사님에게 유일한 시간은 그 시간뿐이었던 것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저 대단한 노력, 역시 멋진 어른이는 다르구나 였던 연구사님의 기상시간은, 하루 중 도저히 짬을 낼 수 없어 잠을 줄여야만 했던 워킹맘의 비애였다.


이제는 나도 엄마가 되어 겨우 찾는 시간의 틈인 이 시간이, 고되면서도 즐거운 건 엄마가 아닌 나로서 존재하는 시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시간이 지나가는 게 너무 아깝다. 4시에 일어나길 정말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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