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호기심은 제대로 불타올랐지만, 닿을 수 없는 세계라는 이질감은 제대로 느꼈던 것 같습니다.
평론 수업이다 보니 미술작품에 대한 해석이 지적이고, 전문적이고, 고귀했지요.
당연합니다. 학문을 탐구하기 위한 수업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그 때문인지 저는 미술작품을 볼 때 생각의 여유 공간이 없었습니다.
작가의 의도를, 작가의 기법을, 작가의 시선을 알아내기 위해 힘을 들였고, 그러다 보니 당연히 그 간극을 메우기 쉽지 않았지요.
그리고 이를 안내하는 안내자의 설명은 더 난해했습니다.
제 식견이 부족한 탓이 크지만, 안내자의 눈높이는 적어도 미술을 마음껏 즐기고자 하는 일반인의 눈높이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값진 기회를 얻었습니다.
미술의 높은 벽을 낮춰 그 안을 시선의 구속 없이 자유롭게 들여다보고 마음껏 상상할 수 있는 기회 말입니다.
<조형아트서울 2023>에 참여한 8 street 갤러리의 5인 작가들이 그 공간을 공유해 주셨습니다.
이번 전시의 키워드는 '닫다. 그리고 닿다'였습니다. 직관적으로 풀어보자면 '단절, reconnect'입니다.
단절과 연결의 의미가 5인 작가들 작품 안에서 개별적으로 고유한 의미로 새겨졌습니다.
저는 이번 키워드를 또 다른 의미로 해석해 보았습니다.
미술을 사랑하지만, 미술을 전문적으로 잘 알지 못하는 일반인들에게 미술작품은 일방적인 외침일 수 있고, 저는 이것을 단절이라는 맥락 아래 경험했던 거지요.
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작품을 마주하는 이에게 상상의 공간이 마련됐고, 저는 이것을 일종의 연결이라고 생각했습니다.
8 street 갤러리의 5인 작가들은 프로지만, 저를 포함한 크루들은 감히 전문적인 미술평을 할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냥 미술을 솔직하게, 직감적으로 즐기는 그런 일반인입니다. 조금 다른 점은 글을 쓰는 열정만큼은 '찐'인 그런 사람들이라는 거지요.
미술작품을 진심으로 바라보고, 마음으로 대하면서 미술작품과 글의 연결고리를 꼭 잡으려 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에게 허락한 그 상상의 공간에서는 최대한 자유하고자 했습니다. 신나게 보물찾기 놀이를 하듯이 말입니다. 물론 저희는 작가들이 숨겨둔 보물을 찾았는지 찾지 못했는지는 끝까지 알 수 없을 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