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고양이 시리즈 #1 - 요가

collaborated with 안미선 고양이 화가

by yErA

기대를 들이쉬고, 불안을 내쉰다.

상상을 늘리고, 시선을 비튼다.
들숨, 날숨에 달콤한 꿈을 뻗어본다.


일상을 무차별적으로 습격한 코로나 바이러스를 피해 꼭꼭 숨었던 적이 있다.

생명을 담보로 한판 벌어진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아찔한 숨바꼭질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시끌시끌한 관계선이 하나둘씩 뚝뚝 끊어지더니 살기 위한 최소한의 생존선만 겨우 남았던 적이 있다.

일정표를 빼곡히 채웠던 이런저런 약속들이 당연하게, 기약 없이 연기되는 걸 보니 관계의 무게감이 이렇게 가벼웠나 싶어 서글퍼질 정도였다.

그렇게 시간과 공간의 차단 스위치가 내려졌던 적이 있다.

밤새 할머니 방에서 왕왕 새어 나오는 산만한 텔레비전 소리 같던 주변 소음은 일제히 무음 처리가 됐고, 쉴 새 없이 삿대질했던 어지러운 시선들이 걷히는 것을 실감했던 적이 있다.

그때 처음 느꼈었다. 가벼움!


무리에서 자유하다


무리에서 떨어져 혼자가 됐다.

떼 지어 이리저리 몰려다니다가 오롯이 '나'로 지내라는 명령 때문이었다.

관계의 교집합을 최대한 줄이고, 나만의 영역을 늘려야만 했다.

자유했다.


원치 않는 누군가와 시간을 나누며 한정된 소중한 에너지를 헌납하지 않을 자유,

수긍하기 어려운 의견에도 애써 웃으며 거짓 공감을 보내지 않아도 되는 자유,

내 맛은 아니지만 맛집이라 소문난 곳에 끌려가 '좋아요'를 외치지 않아도 되는 자유,

조금만 지나도 머리끝까지 짜증이 치미는 옷과 신발을 걸치지 않아도 되는 자유,

이른 아침부터 낯선 사람들과 좁은 공간에서 몸을 부딪히지 않아도 되는 자유...

최고는 시끄러운 시선을 떨칠 자유였다.

제각각의 판단과 기준이 잔뜩 담긴 시선을 피해 나만의 공간으로 숨을 수 있었다.

시선의 대피소가 허락된 것이다.


기대하다


바들바들 떨리는 몸의 무게중심을 잃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죽음의 공포 때문이었냐고?

정반대다.

살기 위해, 그것도 예쁘게 살기 위해 열심히 바둥거렸다.

머지않아 떼 지어 몰려다닐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빈 풍선에 자유를 한껏 불어넣으며 홀가분하게 둥둥 떠오를 줄 알았지만, 애써 불어댄 풍선은 결핍의 바늘 때문에 계속 쪼그라들었다. 어설프게 비틀어대는 내 몸처럼...


동기화하다


나를 수없이 스캔했던 타자의 시선은 사라졌지만, 나는 이미 그 시선과 철저히 동기화되어 있었다.

마음껏 아름다움을 뿜어내는 대상에 대한 나의 시선은 나를 향 직진했다.

가장 매섭고 냉정한 시선으로, 떼 지어 살며 관심받아야 하는 나에 대한 시선 말이다.

반복되는 들숨과 날숨에 불안을 내뱉고, 기대를 한껏 채웠다.

꽤 매력적인 나를 상상하면서 말이다.

결국 단 한 번도 시선이 사라졌던 적은 없었다.


KakaoTalk_20220529_170415793_02.jpg 꿈꾸는 고양이 #1- 요가34cmX34cm/실크에 혼합재료/2022


기대를 들이쉬고, 불안을 내쉰다.

상상을 늘리고, 시선을 비튼다.
들숨, 날숨에 달콤한 꿈을 뻗어본다.

by y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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