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지금 달러 살까요, 팔까요?
코로나를 다 떨쳐내진 못했지만 그래도 일상은 찾아오고 있다.
그럴 줄 알았다. 참고 참아왔던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 중이란다.
그렇다면 이쯤 해서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환율'
22일 환율이 1245원(1달러=1245원)까지 올랐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 금융시장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2020년 3월 그때 그 수준이다.
그 당시는 과거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전 세계 주가가 폭락하고, 달러 가치는 폭등하는 등 그야말로 난리판이었다. 물론 빠른 시간 내에 그 이상으로 회복하긴 했지만 말이다.
이쯤 되면 어김없이 받는 질문이 있다. 지금 달러 사요, 아니면 팔아요?
이보다 더 필요한 질문은 없다지만, 솔직히 매우 난감한 질문이다.
10년 넘게 온갖 시장 논리와 재료를 재고 또 재면서 환율 전망을 한다. 물론 전망대로 딱 들어맞기도 하지만, 민망할 정도로 환율이 반대로 간 적도 허다하다.
환율을 기똥차게 맞춘다면 직접 달러 거래를 하면서 돈 벌겠지라는 무책임한 말은 않겠다. 그리고 실제 외환딜러로 거래를 해봤지만 분명히 돈 버는데 소질은 없었다.
그렇다면 내 역할은? 외환시장의 트렌드를 잘 읽어 내고 이를 잘 전달하는게 아닐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시장 상황을 엿보며 미래에 대한 힌트를 조금이라도 얻어보도록 하자.
환율이 상승한다는 것은 달러 가치는 오르고, 원화 가치는 떨어진다는 의미다. 환율이 오르면 1달러를 교환하기 위해 더 많은 원화가 필요하다는 거니까. 사실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은 작년 1월부터 계속 올랐다. 갑자기 급등한 게 아니다. 물론 최근 상승 속도가 빨라진 건 맞지만 말이다.
환율은 여러 요인들이 얽히고 얽혀 있어 '이거 때문에 이렇다'라고 설명하기가 억지스럽지만, 가장 단순하게 접근해보면 환율이 오른 것은 국제 외환시장에서 달러 인기가 높아졌고, 이와 동시에 우리나라에서 달러가 더 필요해졌다는 거다.
코로나 변이가 전 세계를 괴롭혔지만, 백신 효과로 미국 경제가 가장 먼저 회복세를 탔다.
그러니 미국 증시가 가장 '핫'해졌고, 미국으로 돈이 몰렸다. 달러도 '핫'해진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와는 조금 다른 이유가 달러 흐름을 결정하고 있다.
미국 경제가 좋기는 좋은데 물가가 생각보다 너무 많이 오른 것이다. (1탄-엔화 편 참고)
높은 물가를 잡기 위해서 중앙은행은 시중에 풀린 돈을 거둬들인다. 여러 방법이 있지만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시중 금리를 결정하는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이런저런 설명이 있어야 하지만 다 생략하고 결론만 말하면 이전보다 시중에서 달러가 이전보다 줄어든다니 달러 가치가 오르는 것이다.
이런 정책을 이미 다 예상하지 않았냐고 반문할 수 있다. 물론 그렇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대목도 있다.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예상보다 많이, 그리고 빨리 시중에 있는 돈을 회수하겠다고 한 것! 다시 말해 금리를 큰 폭으로 그것도 서둘러 올리겠다고 한 것이다. 따라서 달러 가치가 더 빨리 오르는 것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렇게 말했다 "경제는 물가 안정 없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 "물가 안정의 복원은 꼭 필요한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달러 수요는 왜 더 늘었을까?
작년 우리나라 해외 주식투자 규모는 사상 최대였다. 국민연금과 같은 큰 기관뿐만 아니라 개인들도 해외투자에 전문가가 된 시대가 되지 않았나? 결국 주식을 사는 동시에 달러를 함께 샀다는 의미다.
이에 더해 유가를 비롯한 모든 원자재 가격 급등한 점이다. 우리나라 경제 버팀목인 수출은 지난 3월 역대 최대 규모를 달성할 만큼 상황이 너무 좋지만, 에너지 가격이 너무 오른 탓에 수입액은 수출액보다 더 크게 늘어 무역 가계부는 마이너스였다.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보다 수입으로 나가야 하는 달러가 더 많았다는 의미다.
한마디만 더 붙이자면 과거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위기'가 몰아닥쳐서 환율이 지금 레벨로 순식간에 급등한 것은 아니다. 글로벌 시장 여건이 그렇고, 우리나라의 외환시장 상황도 그만큼 달라졌다는 것이다. 수출이 잘 돼서 달러가 들어왔지만, 그만큼 나가야 하는 달러도 많아진 추세가 반영됐다고 이해하면 될 듯하다.
달러 강세 전망이 현재로선 우세한 듯하다. 미국이 물가 잡기를 목표로 설정하고 금리를 최대한 많이 서둘러 올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어느 시점에 시장이 충분히 이를 반영했다고 판단하면 급하게 변심할 수도 있지만 말이다. (시장은 그런 곳이다.)
그리고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제대로 안정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무역 가계부는 간당간당할 수밖에 없다. 달러가 이전처럼 넉넉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또한 해외투자 추세는 달라지지 않을 테니 달러 수요는 꾸준할 것이다.
이런 데다 최근 중국 변수가 부상 중이다. 중국이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일부 도시를 봉쇄하는 등 강력한 코로나 대응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 그렇다 보니 중국 경기가 부진할 것이라는 우려가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다. 한국 경제가 중국과 연결고리가 강한 점은 두 말하면 잔소리다. 한 나라의 경제가 튼실할 경우 그 나라 통화에 대한 매력이 높아진다. 이런 대목에서 중국 경제가 생각보다 부진할 경우 원화 매력이 함께 떨어질 수 있다. 이제껏 항상 그래 왔다.
예상치 못한 변수가 갑자기 튀어나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변심하는 곳이 금융시장이다. 그래서 전망이라는 게 힘들다. 달러를 사야 할지, 팔아야 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현재 시장 분위기로는 환율 상승을 부추기는 여건들에 좀 더 무게가 실려있다.
다음달 초 미국 금리를 결정하는 연준 정책회의가 예정돼있다. 외환시장뿐만 아니라 전 세계 금융시장이 가장 주목하는 이벤트다. 달러가 강세의 변곡점을 지날지, 기존 흐름을 더 강화할지 결정지을 이벤트다. 환율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이 회의 결과를 챙겨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