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파운드 폭락과 달러의 질주

외환 전문기자와 장보기

by yErA

국제 외환시장이 바람 잘 날이 없습니다. 23일 영국 파운드 가치가 이례적으로 크게 떨어졌고 그 탓에 달러 가치는 또 올 20년 만의 고점을 갈아치웠습니다. 강달러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파운드 가치는 하루 만에 3% 넘게 빠져 37년 만의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고, 유로 가치도 20년 최저치로 내리는 등 국제 외환시장 크게 흔들렸습니다.


참고로 영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근 12년 만의 최고치 껑충 뛰었고 이로 인해 유럽 다른 나라의 채권 금리도 덩달아 같이 올랐습니다. 통화나 금리 등이 기록을 갈아치우기에 정신이 없어 보입니다. 물론 글로벌 주요국 주가지수는 일제히 다 빠졌습니다. 금융시장 전반이 패닉이었습니다.


이쯤이면 영국에서 무슨 일이 생겼는지 궁금합니다.

'제2의 대처'를 표방하는 리즈 트러스 영국 신임 총리가 경제 정책을 발표했마디로 요약하자면 대규모 감세정책입니다. 50년 만의 대대적인 감세 정책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입니다. 감세 정책은 트러스 장관의 대표 공약이기도 했습니다.


소득세 기본세율과 주택 취득세에 해당하는 인지세를 낮추고 법인세율 인상을 철회하기로 했습니다. 은행원 상여금 한도도 없애기로 했습니다. 기업과 가계에 에너지 보조금도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영국 정부는 이러한 정책에 대해 침체의 악순환을 성장의 선순환으로 전환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결론적으로 정부 세수는 크게 줄게 될 테고 써야 할 돈은 많아지게 됐습니다. 시장이 우려한 대목이 바로 이것입니다. 지출 삭감 계획 없이는 영국 정부는 필요한 자금을 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해야 하는데 이는 영국 재정에 대한 우려를 키웠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폭등한 에너지 가격의 직격탄을 맞은 영국은 이미 경제 상황이 상당히 좋지 않습니다. 영란은행이 공식적으로 경기침체를 전망할 만큼 말입니다. 지난 8월 영국 소비자물가는 7월보다 조금 낮아졌다지만 작년에 비해 10% 가까이 랐습니다.


물가가 폭등하는 상황에서 사실상 돈을 푸는 이번 감세정책을 두고 시장은 경기부양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오히려 물가는 잡지 못한 채 나라 살림살이만 악화시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기업과 부유층의 감세정책에 따는 경제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진단과 함께 말입니다.


작년 영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은 100%가 넘어 재정건전성은 이미 좋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번 영국 정부의 광범위한 감세 부양책이 정부 부채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켰고 이에 시장은 이를 두고 무모한 도박이라는 해석까지 달았습니다.


그리고 영란은행은 물가를 잡으려고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고 마당에 정부는 돈을 풀겠다고 하니 정책의 신뢰에도 문제가 생겼습니다.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고, 이로 인해 영국 국채와 파운드에 대한 투매 현상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에너지 위기에 취약한 영국 경제에 대한 시장 평가는 이미 부정적이었던 터라 파운드 가치는 최근 3개월 동안 달러에 비해 11%까지 폭락하는 등 주요 통화 중 가장 저조한 성적으로 보이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영국의 새로운 거시정책이 국제 금융시장의 또 다른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선진국 통화가 마치 신흥국 통화처럼 폭락한 가운데 이에 따른 파장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고 파운드 약세로 인해 무너진 투자심리 때문에 무차별적인 달러 강세가 더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강달러에 제동을 걸만한 재료보다는 오히려 가속화시킬 요인밖에 보이지 않는 실정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계속해서 절하 압력을 받은 원화는 어쩔 수 없습니다. 이러한 대외 분위기에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원화 약세 속도가 조절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시기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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