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 전문기자와 장보기
올해 외환시장의 키워드는 단연 '킹 달러'입니다. ㆍ
달러를 강하게 만드는 이유를 굳이 하나로 꼽으라면 높은 물가를 잡기 위한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 때문이겠지만 사실은 이 외에도 복잡한 이유들이 서로 얽혀있습니다. 강달러 배경에 대해선 여러 차례 말한 터라 이 부분은 건너뛰어 보겠습니다.
여하튼 강달러 현상에 달러/원 환율이 1400원대로 치솟고, 일각에선 1500원도 시간문제라고 합니다. 요즘 환율이 하루 20원을 넘나드는 데다 연말까지 강달러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감안하면 달러/원 1500원? 도달하지 못할 영역은 아닙니다. 주요국 통화들의 가치가 수십 만의 최저치로 추락하는 마당에 원화라고 가지 못할 레벨은 없습니다. 그만큼 달러 강세에 맞설 뾰족한 수가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고환율의 기억은 좋지 않습니다. 고환율은 과거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트라우마를 작동시키는 가장 대표적인 지표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환율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이니까 여타 다른 제반 조건을 제외하고서라도 경제주체들의 심리는 충분히 불안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고환율과 위기와의 연결고리가 강하게 작동할 때마다 자연스럽게 제기되는 이슈가 있습니다. '한-미 통화스왑'이 그것입니다. 통화스왑은 두 나라가 현재의 환율에 따라 필요한 만큼의 돈을 상대국과 교환하고, 만기가 되면 최초에 정한 환율로 원금을 돌려주는 거래입니다.
만약 한국과 미국이 통화스왑을 체결한다 하면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원화를 담보로 달러를 빌려오게 되는데 만약 우리나라에서 달러 사정에 문제가 생겼다면 이를 통해 달러 부족분을 충당할 수 있게 됩니다. 쉽게 말하자면 '달러 마이너스 통장'인 셈입니다.
최근 환율이 급등하며 외환시장의 긴장감이 높아지자 한-미 통화스왑 체결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자주 들립니다. 충분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2008년, 2020년 위기 때 한-미 통화스왑 체결 소식만으로 환율이 급락하며 시장 안정세를 되찾았으니 말입니다. 환율 불안에 특효약인 것처럼 보이기에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이전 한-미 통화스왑이 체결되던 당시는 전 세계적으로 달러 유동성에 문제가 생겼을 때입니다. 즉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구할 수 없는 신용경색 현상이 미국 금융시장이나 경제에 있어 부정적인 영향을 직접적으로 끼치게 된 셈이지요. 이에 연준은 시장을 진화하기 위해 달러를 빌려주게 됩니다. 결과적으로는 연준이 글로벌 금융 안정을 이끌었지만 실제 속사정은 조금 다릅니다.
어찌 됐건 연준이 다른 나라와 통화스왑을 맺을 때는 그만큼 한 국가의 달러 유동성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으로 달러 차입 시장에 문제가 생겨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과거 연준이 우리나라와 통화스왑 체결했을 당시도 우리나라와 단독으로 맺은 게 아니라 여러 나라와 함께 체결했습니다. 결국 우리가 우긴다고 되는 얘기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지금이 글로벌 달러 경색 상황이냐고요? 아닙니다.
이에 대해서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말을 잠시 빌려보겠습니다. 지난 9월 국회 업무보고 때 한 발언들입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스왑에 관한 내부 기준을 보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 유동성에 문제가 있을 때 논의하게 돼 있다.
이 총재는 조금 더 설명하기로 합니다.
달러 유동성을 판단하기 위해 연준이 살펴보는 테드 스프레드(TED spread)가 있다. 과거 위기 때 크게 튀었는데 현재는 달러 부족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면서 결론을 말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이론적으로 한-미 통화스왑은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외환 방파제가 이전보다 더 강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국내외 달러 사정이 경색으로 치달을 상황이 아니라는 해석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잠시, 테드 스프레드는 3개월 미국 국채 금리와 3개월 리보 금리 간의 차이를 말하는 지표입니다. 조금 더 쉽게 설명하자면 3개월 미국 국채 금리가 위험이 없다고 보고, 리보는 은행이 국제 금융시장에서 달러를 빌릴 때 사용하는 금리로 은행의 신용리스크를 반영한 지표입니다. 즉, 이 둘 간의 차이가 벌어지면 신용리스크가 커졌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과거 연준이 다른 나라와 통화스왑을 맺었을 때 테드 스프레드는 2008년 460bp(자료 출처: 매크로 마이크로), 2020년 145bp까지 뛰었지만 지난 9월 23일 기준으로 이 수치는 23bp 수준으로 아직은 양호한 수준입니다. 최근에 좀 더 올라오긴 했지만 이상 징후로 해석할 수 있는 수준과는 거리가 멉니다.
물론 우리나라 또한 달러를 차입하고 운용하는 단기 외화자금시장도 변동성이 다소 커졌지만 현재 잘 작동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달러 유동성이 정상 범위는 벗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강달러가 부추긴 원화 약세 이유로는 통화스왑을 체결할 수도 없을뿐더러 그 효과도 크지 않다는 게 시장 내부의 대체적인 의견입니다. 물론 통화스왑 체결에 따른 심리 안정 효과를 배제하기는 힘들지만 말입니다. 지금처럼 강달러에 마냥 시장이 쏠릴 때는 이런 진정제가 어느 정도 먹힐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미국과 통화스왑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지금 상황이 실제 연준이 통화스왑 카드를 꺼내야 할 때보다 훨씬 더 나은 상황일 수 있습니다.
대외 불안이 장기화되면서 시장이 어떻게 험악하게 전개될지는 지금으로선 그 누구도 예단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당장 통화스왑이 체결되지 않으면 큰 일이라도 날 것처럼 아우성 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정부는 최근 똑같은 말을 무한 반복하고 있습니다. 금융 불안이 심해지면 미국과 협력해 달러 유동성 공급장치를 실행하기로 했다고 말입니다.
환율의 상승세가 진정되지 않아 시장 불확실성이 큰 것은 사실입니다만 아직은 구원투수를 크게 외쳐 불러야 할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림 첨부: 하이투자증권 보고서 중 그래프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