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인격 담임 선생님이 되었습니다.

학급 화폐 학급 운영 나라 이름 정하기

by 좋아유쌤

학급 화폐의 첫 활동은 나라 이름 정하기다. 말이 학급 화폐 프로젝트지 사실 작은 국가 프로젝트라 불러도 상관없다. 나라 이름, 화폐 단위, 정치 부서, 헌법 및 법률 등 나라에서 국가 시스템도 도입하기 때문이다.


나라 이름은 학생들이 추구하는 가치에서 따온다. 구체적으로 포스트잇 2장씩 나누어 준 다음, 1년 동안 우리 반에서 추구했으면 하는 가치를 적게 한다. 다 쓴 학생은 칠판에 포스트잇을 붙이고 자리에 앉는다.


교사는 모인 가치들을 비슷한 것끼리 묶는다. 배려, 이해를 한 묶음으로 행복, 기쁨을 한 묶음으로 덩어리를 만든다. 그렇게 유목화하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가장 많은 학생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매년 이 활동을 하면 비슷하다. 이해, 배려, 존중 등이 가장 큰 덩어리다. 1학년 때부터 이해, 배려, 존중을 귀가 닳도록 강조한 결과일까?


나라 이름은 이 가치 덩어리를 중심으로 짓게 한다. 이해, 배려, 존중이 많으니 이런 가치가 나라 이름에 반영됐으면 하는 식이다. 2021년에는 나라 이름이 '배우장'이었다. 배려, 우정, 성장의 가치가 반영된 셈이다. 작년에는 '소고기뭇국'이었다. 소중함, 고마움, 기쁨이 반영됐다. 올해는 어떤 이름이 나올까?




12개 후보가 나왔다. 1인당 3표씩 투표하게 했다. 그 결과 2개 후보가 20표씩 받아 결선을 치르게 됐다. 후보 하나씩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이중인격: 이해, 존중, 인내, 격려

2. 우영우: 우리들의 영원한 우정


결승전은 18:8로 이중인격이 승리했다.


그렇게 나는 이중인격 담임 선생님이 됐다.





'이중인격'을 나라 이름으로 정하다니.. 범상치 않은 아이들이라 느꼈다.


그런데 이 아이들은 첫날 나누어줬던 안내장 및 동의서를 다음 날 100% 제출했다. 교직 경력 중 처음 겪는 일이었다. 보통 다음 주까지 계속 제출 안 하는 학생들이 있는데.


마지막 학생의 안내장까지 걷으며 이 범상치 않은 아이들에게 말했다.


"너희들 정말 이중인격이구나!"


다들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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