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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쇼이 Dec 22. 2023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다이어리 펀딩이 끝났다. 하나의 프로젝트가 제대로 끝맺기까지는 5개의 단계를 거쳐야 했다. 펀딩 사이트에서 주문 신청을 마감하는 ‘펀딩 종료', 그리고 일주일 동안의 ‘결제 진행’, 낱개별 패키지별 상품 포장, 배송, 그리고 잘 도착했는지 ‘확인’하는 것까지 마쳐야 비로소 펀딩이 끝났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열흘 전, 드디어 후원자들에게 보낼 다이어리를 포장하고 발송하는 날이었다. 사전에 3일에 걸쳐서 발송할 예정이라고 안내했지만 되도록이면 하루 만에 모두 발송하고 싶었다. 하루라도 더 빨리 받을 수 있는 것이 한 달 가까이 기다려준 후원자들에게 보답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주말 동안 발송에 필요한 후원자 정보들을 작업하기 좋게 정리해 놓고, 발송할 다이어리들을 리워드별로 분류했고 함께 보낼 스티커, 감사한 마음을 담은 메시지까지도 미리 준비해 뒀다.






오전에 다이어리 발송 외 꼭 마쳐야 하는 업무들을 처리하고 나니 오후가 돼서야 다이어리 발송을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손이 엇갈리거나 실수가 발생하면 안 되니까 두어 차례 리허설도 해봤다.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싶을지도 모르지만 나의 이런 수고로운 과정은 이전의 펀딩 프로젝트를 통해 한 번 꼬이면 수습하느라 몇 배의 노력과 에너지가 쓰인다는 걸 학습한 결과인 셈이다.


우리는 편의점 택배를 이용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평일 기준, 오후 세 시까지 접수해야 저녁에 수거가 되고 다음 날부터 바로바로 보내진다. 그런데 시간을 보니 하루 만에 보내지는 건 이미 늦은 것 같다. 그래도 속도를 내보자며 열심을 냈다. 손을 빠르게 움직이면서도 선택한 리워드가 후원자와 다르게 보내지지 않도록 몇 번이고 재확인하느라 예민해지는 게 느껴졌다.


분명 다이어리를 받고 좋아했으면 좋겠다는 기대하는 마음을 가지고 일을 시작했는데, 몇백 권의 다이어리를 포장하는 작업을 반복하면서 내 머릿속은 어느새 ‘내일 월차 쓴다고 할까?’ ‘나 진짜 아플 것 같은데?’ 같은 생각들로 채워지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정말 그렇게 생각해서인지 식은땀도 나고 창문을 열어놨음에도 더운 것 같고 더 힘들게 느껴졌다. 정신에 지배를 당한다는 게 이런 걸까. 같은 일을 계속 반복하고 있으니까 별 생각을 다한다 정말.






오후 7시. 드디어 포장 작업이 끝났다. 시작할 땐 하나하나 정성껏 영상으로도 남기고 싶었는데, 영상 촬영을 하고 사진을 찍어가면서 할만한 여유가 없어 과감하게 포기했다. 과정을 여러 형태로 잘 남기고 싶었는데 일하는 과정을 영상과 사진으로 잘 남겨두는 사람들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사이트를 통해 미리 택배 접수를 마치고 들고 갈 수 있을 만큼 커다란 백에 담고 문을 나섰다. 아. 비가 온다. 오후엔 그칠 줄 알았는데 어째 더 세차게 내리는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한 손은 우산에 양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끙차. 한쪽 어깨에 택배봉투가 가득 든 가방을 들쳐 매고 우산을 쓰고 나섰다. 한 번. 두 번… 거의 열 번 가까이 편의점과 사무실을 왔다 갔다 하니까 드디어 끝! … 이 아니지. 운송장 번호를 사이트에 입력하고 나면 이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끝! 진짜 모두 마쳤다.


여러 번 펀딩을 하면서 질 높은 상품을 제공하는 것 외에 신경 쓰고 주의하는 것은 디테일한 것들이다. 주문한 상품이 엇갈려 담긴 것은 아닌지, 배송지 주소와 연락처를 정확히 기입했는지, 마음을 담아 적은 편지에 오해를 살만한 표현이나 내용은 없는지, 배송 중에 상품이 손상되지 않게 꼼꼼히 잘 포장했는지 등이 이에 속한다. 주문량이 적을 땐 감사한 마음을 담아 일일이 손편지도 적었는데 손편지만 꼬박 하루를 적고 나서부터는 오히려 더 필요한 곳에 에너지를 쓰기로 했다. 그래도 받는 이의 이름만큼은 손으로 적는다. 어떤 분이 받으시는지 이름을 적으면서 나도 더불어 응원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필요한 부분이 채워지기를' ‘기록을 통해 나를 잘 만나기를' ‘스스로 가장 잘 알아주는 사람이 되기를'







이번에 후원자분들께 적은 메시지 내용을 끝으로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안녕하세요. 오오앤미입니다.
기다려주신 ‘마음과 나, 두 번째' 다이어리를 보내드릴 수 있어서 기뻐요:) 후원을 통해 보내주신 응원의 마음에 감사합니다. 마음과 나 다이어리를 작성하는 한 달 동안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되길 바라요.
혹시 마음을 마주하는 것이 두렵게 느껴지는 분이 계시다면, 기록을 통해 마주하는 것은 ‘지금의 나'라는 것을 알아주면 좋겠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우리는 고정된 존재가 아니니까요.
내 마음이 보내는 신호를 읽어주는 연습, 건강한 마음 습관을 기르는 연습을 통해 나타날 다양한 변화들을 기대하고 함께 응원합니다. 00님 안에 내재된 힘을 믿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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