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에 두 번 하던 일을 멈추고
모두들 가족들과 함께 길을 떠난다.
누군가는 반나절이 걸리는 곳으로 향하고
어떤 이는 집에서 분주하게 그들을 기다리며
또 다른 이는 어제와 비슷한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나와 같은 교대근무자에게 명절은
조금 연장된 주말 같은 느낌이다.
그래도 이번 명절은 운 좋게 당일에
본가에 다녀올 수 있게 되었다.
겨우 한 시간 남짓한 거리에 있지만
귀성길 운전은 매번 부담스럽다.
좋은 날 그런 마음이 드는 게 정말 죄송스럽다.
며칠 전부터 묵혀둔 피로는 기다렸단 듯이
이 도로 위에서 정점을 찍지만
오랜만에 마주한 집 앞의 먼바다가 보이기 시작하면
왠지 모르게 안심하며 피곤한 모습은 잠시 숨겨버린다.
집 문을 열고 들어서면 반갑게 맞이해 주시는 모습에
일이 바쁘고 피곤하다는 철없는 핑계로
자주 찾아뵙지 못했던 죄송함과
조금 더 약해진 모습에 속상함이 함께 밀려왔다.
나이가 들면서 돌아갈 수 있는 집이 있고
언제나 나를 찾아주고 반갑게 맞이해 주는 곳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다시금 깨닫는다.
어느덧 누나들과 매형 그리고 조카들도 다 모여서
모두 그동안에 이야기들을 하나둘씩 꺼내어 놓는다.
직장 이야기부터 대부분 아이들 이야기로 바뀐다.
이 북적거림 속에 엄마 아빠 이야기는 거의 없다.
언젠가부터 명절의 주인공이 아이들이 된 것 같아
누나들에게 말은 못 했지만 사실 속이 꽤 상했다.
열댓 명이 한 번에 밥을 먹기란 쉽지가 않아
두 번에 나누어서 식사를 하는데
매형과 조카들이 먼저 밥을 먹고 나면
매번 엄마는 끝자리에서 또 두 번째로 드신다.
먼저 드시라고 권해도 우리 먼저 먹여야
마음이 편하신지 꼭 뒤에 드시려고 하신다.
매형들을 먼저 챙기고 싶은 엄마의 마음도 이해하지만
이제 혼자 밥 먹을 수 있는 조카들까지도
매번 먼저 먹어야 하는지 사실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직 결혼도 자녀도 없어서 잘 모르는 건지
나도 오랜만에 온 자식이니까 그리웠던 엄마의
밥상에 욕심이 난 철없는 마음인지 알 수 없지만
엄마와 함께 먼저 밥 먹고 싶었다.
자식들이 오기만 기다리며
며칠을 성치 않은 몸으로 시장을 오가며
누구보다 정성스럽게 음식을 만드셨을 텐데
부모님은 어떻게 지내셨을지보다
우리는 이렇게 지냈다는 이야기가 더 많아
내심 서운하시진 않으셨을까.
자식들 사는 이야기와 재롱부리는 손주들 모습에
그저 그런 모습만으로도 만족하셨으리라
생각하기엔 너무나도 지쳐 보였던 엄마의 표정이
오늘은 왠지 더 신경 쓰였다.
집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 이제야
엄마와 제대로 된 대화도 많이 못했다는 생각에
나는 아직도 철없는 막내아들 같아 죄송스러웠다.
다음에 내려가면 그동안 못 들었던
엄마의 이야기를 나도 들어드려야겠다.
그때까지 모두 건강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