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계

by 조금 바른 청년

언젠가부터 나의 하루에는

크고 작은 핑계들이 자리 잡았다.


삼교대 근무가 힘들다는 핑계로

며칠간 근무가 끝난 다음 휴일에는

그동안에 피로를 푸는 게 우선이라며

쉬어야 한다는 생각이 어느새 당연해졌다.


그렇게 휴식한 그다음 날에도

다음 근무에 피곤하지 않을까 하며

시간이 나면 하려 했던 일들도

지레 겁먹고 무리하지 않으려 했다.


일하면서 생긴 허리 통증 때문에

퇴근하면 눕는 게 일상이 되었고

조금 괜찮아져 걷기 운동을 하려고

밖을 나서면 추워진 날씨 탓을 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을 줄였다.


그렇게 나의 일상은

해야만 하는 이유보다

하지 않아야 될 이유가 더 많아졌다.


하지만 이런 수많은 핑곗거리를

단번에 잠재워 버린 건

그저 단 한 번의 행동일 뿐이었다.


이른 새벽 평소보다 일찍 눈이 떠졌고

일어난 김에 어제 치우지 못했던

식탁 위를 정리하고 바닥을 치웠다.


그러다 아직 비닐이 벗겨지지도 않은

새로 산 덤벨이 눈에 들어왔다.

별생각 없이 포장을 뜯은 김에

몇 번씩 들고 내리기를 반복했다.


다행히 허리는 아프지 않았고

오히려 덤벨은 내 걱정들보다 훨씬 가벼웠다.


내친김에 집 밖을 나와 걸었다.

평소였으면 추웠을 바람이

오랜만에 흘린 땀 때문인지 꽤 시원하다.


온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떠오르는

태양 덕분에 홀로 걷는 이 길이

외롭지도 두렵지도 않아서 좋았다.


하지 않아야 할 이유나 핑계들은

어느 순간에나 마음속에 존재한다.


그런 마음에 쉽게 넘어가는 날도 있겠지만

언제라도 한 번만, 한 걸음만 행동한다면

다시 나아갈 수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이번 겨울, 유난히 움츠려든 것 보니

이런저런 핑계들로 불어난 몸에

고작 한 걸음조차 꽤나 무거웠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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