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계좌 만들기

by 조병원

23년 10월에 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월급 받을 계좌를 만드는 일이었다.

원래 이런 일들은 빠르게 처리하는 편이었지만, 첫 근무부터 8일동안 쉬지못했고 워낙 몸이 지치고 힘들어서 10월 30일에나 겨우 겨우 만들었다.

월급일이 5일이었기 때문에 다음달로 넘어가기전에 만들지않으면 현금으로 받을 운명이었으니까.

“형, 그거 만드려면 아마 예약해야되요.”

계좌 만들기전에 준비물이 뭔지 물어보는 내게 친절한 S씨가 조언했다.

"아, 그냥 나는 현장에 가서 접수하려고."

"어? 그럼 오래 걸릴텐데?"

그때 그 말을 잘 새겨들었어야했다.

내가 계좌를 만들러갔던 곳은 센트럴에서 가까운 Queen's Road Central Branch 다.

여기도 예약은 가능한데, 그냥 입구에서 계좌를 만들러왔다고 얘기하면 직원이 번호표를 준다.

10월 30일 월요일이었고 평일이었다. 따라서 한산하리라 착각한 내 자신이 멍청했다. 오전 9시에 갔던 것 같은데, 끝나고보니 오후 1시 30분이었다.

사람이 엄청 많은 것 같지는 않은데, 이상하게 사람이 줄지를 않았다.

좌석에 앉아 꾸벅꾸벅 졸다보니 내 번호를 부르는 소리를 들었을때는 벌써 점심을 지났을때였다.

가져온 여권과 혹시 몰라서 챙겨왔던 홍콩 워킹홀리데이를 증명하는 A4 용지 하나를 같이 제출했다.

다행히 필요한 서류가 맞았나보다.

그리고 직원이 간단한 질문과 함께 A4 용지에 인적사항과 메일, 급여 수령액을 적으라고 준다.

어려운 게 하나도 없어서 영어나 중국어를 몰라도 해결 가능한 수준이다. 정말 불안하고 아무것도 귀에 들어오지않는다면 파파고를 이용하자. 그게 만능이다.

아무튼 계좌 개설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적으면 직원이 물어본다.

현금 카드와 체크 카드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는데, 내가 그때 아무 생각없이 현금 카드를 달라고 했었다.

현금 카드 받으면 ATM 에서 입금과 출금만 가능한 고철 플라스틱에 불과하다.

슬기로운 홍콩 생활을 원한다면 무조건 체크 기능이 있는 카드로 발급받자! 월급 들어오는 그 카드로 그냥 갖다대기만 해도 결제되는 그 편리함!

아쉽게도 나는 누리지못했다.

카드 발급은 현장에서 즉시 이루어진다. 비밀번호는 ATM 에서 바꿀 수 있다고하는데, 굳이 바꾸지않았다.

현금을 뽑을 일도 별로 없었고 돈이 필요하면 그냥 옥토퍼스로 연동하여 충전하면 되니까 번거롭게 현금을 쓸 일이 없었다.

대부분은 환전하기때문에 그런 이유도 있다.

그럼 대부분의 예비 홍콩 워홀러들은 생각할 것이다.

'어? 그럼 환전은 어떻게 하지?'

그것은 다음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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