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요정의 『퇴사이야기』 6

여섯 번째. 아름다운 마무리

by 이직요정
좋게 퇴사를 하는 방법이 있을까?


평소에 생각도 해본 적 없는 질문이다. 말도 안 되는 질문이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이런 나의 편견을 깨고 퇴사를 이렇게 훈훈하게 할 수도 있구나를 느끼게 해줬던 회사가 있었다.

내가 속해있던 부서는 회사에서 야심 차게 투자한 신설 부서였는데, 1년이 지났지만 생각만큼 발전이 없어서 없앤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당시 진행 중인 프로젝트도 없었고, 여기저기 치이던 중에 다른 곳에서 괜찮은 제안이 들어와 퇴사를 결심했다. 그리고 조심스럽지만 단호하게 퇴사 의사를 전달했다. 나의 상황을 다 알고 계셨던 인사 팀장님은 미안해하시며 퇴사 절차를 진행해 주셨다. 나중에 하시는 말씀이 퇴사를 결정한 뒤로 내가 너무 즐겁고 행복해 보여서 차마 잡을 수 없었다고 하셨다. 나름 숨긴 줄 알았는데 너무 티가 났었나 보다. 역시 퇴사는 언제나 짜릿해☆ (농담입니다)

짧은 인수인계를 마치고 퇴사 당일, 회의실 한구석에서 퇴사 관련 서류를 작성하고 있는데, 직전 프로젝트를 함께했던 부장님께서 들어오셨다. 사실 부장님에겐 좋지 못한 감정이 좀 쌓여있었다. 그래도 마지막이니 티 안 내고 밝게 인사를 드렸는데, 갑자기 나에게 사과를 하셨다. 자신이 했던 말로 인해 상처를 받은 게 있다면 그럴 의도로 했던 말이 아니니 담아 두지 말라고 하시면서. 조금은 당황했지만 감동했다. 아랫사람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어차피 그만두는데 모른척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인데. 마음에 남아있던 앙금은 모두 눈 녹듯 사라지고 감동과 감사함만이 남았다. 부장님과 인사를 마무리하고 남은 서류를 작성하고 있는데, 내가 속해있던 팀의 팀장님이 빼꼼 들어오셨다. '갈 데는 정해졌냐', '앞으로 뭐 할 거냐', '아는 사람 회사 한번 알아봐 줄까' 하시며 걱정을 하셨다. 그리고는 지난번 우리 프로젝트 정리해놓으신 거라며 포트폴리오로 쓰라고 직접 만들어 놓으신 자료도 주셨다. 이분들이 오늘 작정을 하셨나, 감동이 물밀듯이 밀려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오전 세 시간가량을 팀장님들과 부장님과의 담소로 보냈다. 서류는 진작 끝냈지만 점심까지 먹여서 보내신다고 계속 잡아두셨다. 맛있는 점심도 사주시고, 가끔씩만 가시는 비싼 카페에 데려가 커피도 사주셨다. 다시 회사로 돌아와 가방을 챙겨 인사드리고 나오려는데, 갑자기 인사 팀장님이 후다닥 테이프를 가져오시더니 내 코트에 묻은 먼지를 떼어 주신다. 정말 진심으로 나를 아껴주시는 마음이 전해졌다. 자리에 계셨던 모든 분과 인사를 나눴고, 자리에 안 계셨던 부장님 한 분은 나중에 전화를 주시기까지 했다.

나는 이렇게 입사 때보다 더 요란하고 따뜻하게 퇴사를 했다. 내가 겪었지만, 내가 쓰고 있지만 뭔가 현실감 없다. 그렇지만 모두 사실이다. 회사를 다니며 힘든 일도 많았지만, 덕분에 지금 남아있는 것은 회사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뿐이다. 앞으로 이런 퇴사가 또 있을까? 상상도 못했던 아름다운 마무리로 새로운 시작이 더욱 빛나는 느낌을 받게 해주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이번 퇴사 이야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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