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째. 하고 싶은 것과 잘 하는 것은 다르다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알면서도 여전히 해보고 싶은 것들을 툭툭 건드리고 있지만, 사실은 사실이다. 하고 싶은 것과 잘하는 것은 분명 다르다. 이 둘이 일치하는 경우도 있지만, 축복받은 몇몇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없다.
하고 싶은 것을 잘하게 만들면 안 되나?
늘 하는 생각인데, 나는 하고 싶은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좀 힘들다. 그래서 나는 해본 것이나 할 줄 아는 것만 많지, 특별히 잘하는 것이 없다. 이런 유형의 사람을 스타트업 회사들이 선호한다는 것을 수년의 구직 경험을 통해 알았다. 돈은 많이 못 받는데 일은 이것저것 많이 해야 하는, 뭔가 손해 보는 유형이다.
지금까지 내가 다녀왔던 직장들을 보면, 다들 조금씩 연관이 없지 않아 있지만 똑같은 직무는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경험은 참 많은데 뭐 하나 내세울 만한 경력이 없다는 것이 단점이다. 새로 가게 된 회사도 직무 자체는 원래 하던 일과 연관이 있긴 했지만, 완전히 새로운 분야였다. 지원동기는 구인 게시글을 보고 '그냥 이건 난데?'라는 생각에서였다.
1. 글을 재미있게 자~알 쓰셔야 합니다 (중요)
2. 사진 편집 능력과 간단한 영상편집이 가능하시면 가점!
3. 마케팅, 여행 트렌드, SNS 활용능력이 뛰어나신 분도 후한 점수
4. 프로그램 개발 경력이 있으신 분은 특별 보너스 점수
5. 영어 외 제2외국어 가능자 플러스 점수
6. (당사에 필요한) 특별한 끼가 있는 경우, 타고난 아이디어 뱅크, 사업가 기질 대환영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이 회사는 한 달 다녔다. 일도 재미있었고, 복지도 좋았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좋았다. 하지만 신사업이 불발 위기에 놓이면서 커리어를 이어가기 힘들어졌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고, 근로 계약서 작성을 차일피일 미룬다는 점과 '박봉'도 퇴사를 결정하게 된 이유다. 물론 새로운 일이 너무 재미있고 좋아서 남아있고 싶었다면 굳이 퇴사하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하지만 맨날 글만 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구나 싶었던 것이, 나는 이렇게 틈틈이 내 생각과 경험을 공유하는 글을 쓰는 것이 좋은 거지, 억지로 콘텐츠를 짜내어 만드는 것은 스트레스였다. 경험해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사실이다. 아무튼 신선했던 새 직장은 이렇게 한 달 만에 막을 내렸다. 내가 그만두고 얼마지않아 대표와 부장은 인사이동을 당했고, 부장은 새 부서에서 다시 기존 사업을 이어가자며 나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는 뒷이야기.
어떤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내 시간을 한 가지에만 바칠 자신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다. 생각해보면 그 정도로 간절히 잘하고 싶다고 생각이 드는 것이 없기도 했다. 이 글의 제목은 나에게 앞으로도 계속 생각해봐야 할 과제로 남아있을 듯싶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들로 나만이 할 수 있는 분야를 만들어낸다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