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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직요정 Sep 26. 2022

3. 돈 많은 백수가 되고 싶다

『이직요정의 백수인생』

돈 많은 백수는 행복할까?


백수도 이렇게 행복한데, 돈까지 많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막 백수가 되고 나서 한동안은 여유로운 백수의 하루하루가 너무 만족스러워서 정말 돈만 있으면 이렇게만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루의 가장 큰 고민이 "오늘 뭐 먹지" 정도였으니 얼마나 행복한가!(지난 글에선 골치 아프다고 했지만)


오전에 동네 두어 바퀴 돌고 돌아와서 샤워 싹 하고 선풍기를 틀어놓은 소파에 드러눕는다.

그날 기분에 어울리는 플레이리스트를 재생시킨다(내가 여기 와서 제일 잘 산 사치품은 아무래도 스피커 같다). 

핸드폰을 꺼내 습관적으로 새로 올라온 구인공고가 있는지 한 번 둘러보고, 새로운 소식은 없는지 인터넷을 돌아다닌다.

그러다 졸리면 한숨 잔다.

오전을 이렇게 보낸 죄책감이 든다 싶으면 인터넷 강의를 좀 듣거나 책을 읽는다.

그러다 졸리면 또 잔다.

저녁밥도 하기 귀찮은 날엔 배달!


아무것도 안 해도 이렇게 즐거울 수 있다니!

하지만 이 즐거움은 통장 잔고에 비례하여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돈 많은 백수가 되고 싶다!!"


이전에도 우스갯소리로 종종 하던 소리였지만 진심이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나는 일하는 게 재미있고 좋았기 때문이다. 근데 이제는 예전의 나라면 정말 한심하게 생각했을 하루를 보내는데도 몸과 마음은 어찌나 편하던지, 이래서 돈 많은 백수, 돈 많은 백수 하나보다 싶은 마음이 들면서, 농담으로 내뱉던 말이 농담 반 진담 반이 되어간다. 돈이 많아지면 진짜 아무것도 안 하고 지내고 싶어 질까 진지하게 고민도 해본다.


확실히 시간이 많아지니 별생각을 다 하는 것 같다. 처음엔 실없는 고민,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고 중간에 생각을 멈추곤 했다. 대충, '해보면 알겠지' 하고 넘기곤 했다. 근데 결국엔 또다시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백수로 지내는 게 정말 좋아? 행복해?'

'이 상태에서 돈만 딱 많아지면 만족스러울까?'

'하고 싶은 일 많았잖아, 정말 백수가 하고 싶은 거야?'


"아니,"


나는 여전히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다. 돈은 많다는 전제하에 0개의 직업(=백수)과 10개의 직업 중 선택하라면 나는 10개의 직업을 택할 것이다. 

질문 끝에, 나는 무엇을 해도 즐거운 돈이 주는 여유를 원하는 것이지 백수를 원하는 것이 아니었음을 깨달았고, 비로소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다.


'그러면 백수가 돈 많아지는 방법은 없으려나?'


새로운 고민이 시작됐다.

이 고민이 의미 없는 고민으로 끝나지 않기를 ^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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