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직요정 Nov 17. 2023

1. 설레는 대만행

『이직요정의 대만 생활기』

생애 첫 대만 여행은 너무 좋았다. 맑은 날씨, 멋진 풍경, 친절한 사람들, 맛있는 음식, 그리고 달콤한 밀크티. 대만에 홀딱 빠져서 그 뒤로 두어 번 더 여행을 다녀왔다. 대만은 갈 때마다 좋았고, 떠날 때마다 아쉬웠다.


'대만에 그냥 쭉 산다면 얼마나 즐겁고 행복할까.'


나는 희망 사항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구체적으로 대만에서 살 방법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해외에서 합법적으로 살 수 있는 가장 확실하면서도 비교적 쉬운 방법은 취직을 하는 게 아닐까. 나는 대만의 구직 플랫폼을 찾아 이력서를 업데이트하는 등의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준비하기를 약 1년, 여러 대만 회사로부터 연락을 받고 면접을 봤지만 내가 최종적으로 선택한 것은 한국에서 대만으로 파견 가는 프로젝트였다. 직전에 오퍼 받은 대만 회사의 조건보다 세 배 이상 좋은 조건이었기 때문에 고민의 여지없이 선택하게 됐다. 그렇게 대만행이 확정되고 모든 준비를 마치고 출국을 기다리는 시간은 너무 즐겁고 설렜다.


그리고 드디어 입국일. 몸집만한 가방을 줄줄이 끌고 가면서도, 코로나에 2주 동안 호텔에서 격리를 하면서도, 생애 첫 지진을 겪으면서도, 그냥 모든 게 신나고 좋았다. 매일 호텔에서 제공되는 세끼의 식사는 맛을 떠나서 대만에 있다는 느낌을 만끽할 수 있는 굉장히 대만스러운 것들이었는데, 특히 작은 아오리 사과처럼 생겨서 배 맛이 나는 듯한 과일의 정체가 대추라는 것을 알았을 땐 신기하면서도 내가 진짜 대만에 있구나 싶었다.

대추

그리고 격리 해제, 본격적인 대만 라이프가 시작됐다.

출퇴근 길에 항상 큰 호수가 있는 공원을 가로지르며 낭만을 만끽하고, 점심시간엔 회사 주변 맛집을 찾아 돌아다녔다. 퇴근 후엔 냉장고 가득 채워 놓은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보며 뿌듯해하다가 한두 개 골라 마시며 시간을 보내거나 숙소 주변을 탐험하곤 했다. 그러다 편의점이 보이면 꼭 들러서 뭐가 있나 구경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주말엔 언어 교환 모임도 나가고, 거기서 사귄 친구들과 놀러 다니기도 하면서, 하루하루 알차고 즐겁게 보냈다.

출퇴근길

물론 맨날 이렇게 놀기만 했던 건 아니다. 한편으로는 주니어가 와서 다닐 초등학교도 알아보고, 집도 열심히 찾아다녔다. 또 만일을 대비해 대만 운전면허도 만들어 두고(2023년부터는 대만에서도 국제면허 사용이 가능해져서 굳이 대만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을 필요는 없다), 주니어의 비자와 거류증 신청을 위한 서류들을 공증받으러 다니는 등 필요한 일들을 하나씩 처리해 나갔다. 여행으로 왔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이제 내가 반해서 온 이 나라에 터를 잡고 살아가게 된 것이다. 하나하나 차근차근 준비하면서 쉽지만은 않다는 걸 느꼈다. 그래도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다는 건 언제나 두근두근 설레는 일이다.


이직요정의 대만 생활기(라고 쓰고 생존기라 읽는), 다음 편을 기대해 주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이직요정의 대만 생활기』 프롤로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