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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초 Feb 10. 2024

업무에서 중요한 건,

팀장의 마지막 한마디

 2년마다 근무지를 옮겨야 하는 회사 특성상, 정기인사때면 긴장하게 된다. 어느 지역으로 발령 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아이 셋을 두고 주말부부한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깜깜해지지만 다가올 걱정은 잠시 접어두고, 새부서로 이동하기까지 1년 6개월 남았으니,  집근처 팀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팀장님이 조용히 회의실로 나를 불러서는 십 년 만에 복직해서 회사생활하랴, 애들 챙기랴, 수고 많았다고 건네는 팀장님의 말 한마디에 울컥했다.

 

 "잡초과장 수도꼭지 열렸네, 열렸어~"


 인사이동 있거나, 누가 거센 민원인에 힘들어할 때면 같이 울었는데, 팀장은 쉴 새 없이 흐르는 내 눈물을 '수도꼭지'라고 불렀다.

 아이들이 아플 때마다 눈치 봐가며 휴가 썼던 내 모습이 떠올랐고, 일 실수할 때마다 팀장한테 구박받던 일도 생각났고 젊은 대리들한테 굽신거리며 일배우던 때도 기억났다.  


 밀린 업무처리하랴, 짐싸랴 분주한 와중에 팀장이 건넨 한마디,


 "잡초과장, 우리 업무에서 젤 중요한 게 뭔지 알아?"

 " 신속, 정확하게 일하는 거요?"

 실적이야. 실력을 실적으로 증명해 보이면 돼. 다른 건 필요 없어."



 문서 회신기한 놓칠까 봐 전전긍긍했었는데, 회계연도 마감 놓칠까 봐 관련 문서들 쳐내느라 아픈 몸 이끌고 일하러 나왔었는데, 민원 문서 빨리 해결 못해서 끙끙댔는데, 내가 하던 모든 일이 잡일로 느껴졌다. 중요한 걸 놓쳤다는 기분이 들었다.

 

 진즉에 이 말을 해줬더라면, 경중을 따져가며 일했을 텐데.

'내 부하일 땐 잡일도 소중히 다루는 충실한 부하를 두고 싶었기에 이런 말씀을 하지 않으셨던가?' 하는 뒤틀린 생각도 들었지만... 그동안 처리하지 못했던 많은 일들은 중요하지 않았던 일이라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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