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 카페를 찾았다가,
막내와 함께 노트북을 챙겨 동네 카페를 찾았다.
노트북 충전선을 연결하려니, 콘센트를 다 막아뒀다. 유일한 콘센트는 널찍한 테이블 한 곳뿐.
"콘센트는 여기만 있나요?"
"네!"
아이와 곳곳 테이블을 유목민처럼 방랑하던 우리를 힐끗 쳐다보다 이제야 알았냐는 듯한 대답이었다.
텅 빈 카페에 유일한 손님은 테이블에 이미 한 분 앉아계셨는데, 중년의 남성분이 혼자 커피를 홀짝이고 계셨다. 처음 보는 아저씨와 계면쩍게 마주 보고 앉아있자니, 너무 불편했다.
카페에 오래 앉아있지 말라는 사장의 의도가 다분히 보여, 나도 모르게 괜히 거부당한 느낌이 들어 불쾌해졌다.
사실 이 카페는 내 단골이었다. 코로나 이전부터 막내 어린이집 보내고 마시던 한 잔의 커피는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탈출구였다. 그러다가 인근에 저가의 커피집이 생기고 싼 맛에 그곳으로 몇 번 가던 나를 발견하고는, 사장님은 나를 본 체 만 체 하셨다. 평소 동네에서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던 그 사장님이 아니셨다. 배신감을 느끼셨나 했지만, 코로나로 타격을 입으셨을 때 자주 다시 찾았더니 다시금 친절해지셨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입구에 들어서도 인사도 않으시는 모습을 마주한 뒤로는, 찾지 않았고 복직한 뒤로는 갈 일이 없어졌다.
몇 달 만에 카페를 찾았는데, 역시나 불친절하다.
글 한 번 써보겠다고 노트북을 열었는데, 집에서는 몇 시간이고 색칠공부를 잘하던 막내도 불편했는지 집에 가자고 재촉한다. 역시나 우아하게 커피 마시며 글 쓰는 건 나에게 사치인가 보다.
점심시간이 다가오고 사람들로 카페가 붐비면서 혼잡한 이 공간은 시장판으로 변하고 아이는 집에 가자고 재촉한다.
친절함을 강요한 나는 꼰대다.
맞아, 코로나 이후 어디서나 친절을 강구하는 것은 꼰대나 하는 짓으로 바뀐 것 같다.
맞아, 나는 밥 차리러 가야지. 주말에도 쉴 수 없는 나는 아이 셋을 둔 엄마니까, 하고 짐을 주섬 주섬 챙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