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키우지도 못하면서
"우리나라 출생률이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보다 출생률이 더 낮다네요. 0.65라는데, 흑사병이 창궐했을 때 수준이라는데..."
'문제는 그게 아니야, 더 떨어질 거라는 데 있지'
회식자리 팀장님의 말씀에 혼자 중얼거렸다. 출생률은 단골 안줏거리지만 아무도 대책을 쉽사리 내어 놓지 못한다. 헬조선에서 누가 애를 낳으라고 강요하겠는가. 나처럼 미련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이런 환경에서 아이를 셋이나 낳겠냐 말이다.
내 꿈은 국제변호사였다. 세계를 누비며 돈을 많이 벌며 자유롭게 혼자 살고 싶었다. 평생 궁핍하게 살던 엄마에게 풍족한 생활을 안겨드리고 싶었다. 변호사는 돈을 많이 번다는데, 울 엄마 돈 펑펑 쓸 수 있게 돈다발을 안겨드려야지, 했지만.
현실은.
애셋도 제대로 못 키우면서 밖에서 일한답시고 7시에 출근해서 6시 하원하고 돌아와서 애들 씻기고 밥 먹이고 재우면 하루가 끝나는 쳇바퀴 생활을 할 뿐이다. 아프기라도 한 날에는, 퇴근 후 병원이라도 다녀오면 9시에 저녁을 먹이기 일쑤다.
한 명이라도 열이 나면, 줄줄이 소시지처럼 연이어 열이 나고 연달아 휴가를 써야 한다. 회사에선 '애 많은 거 티 내나' 속으로 이렇게들 생각하겠지.
퇴근 후 장 봐서 아이하원시킨 후, 샤워시키고 밥상을 후딱 차려주면 7시. 다 먹고 치우고 나면 막내는 자러 가자고 졸라대고 초딩 아들들은 숙제 봐달라고 아우성이다. 찡얼대는 막내를 달래 양치시키고 잠자리에 누워 책 읽어주다 보면 내가 먼저 스르르 잠들어버리고 아들들은 만화책 읽다가 10시쯤 잠이 든다. 수학은 언제 봐주며, 영어는 언제 가르친단 말인가.
회사에선 팀장한테 쌓인 일을 빨리 안 한다고 닦이고 민원인한테 시달리고 하다 보면,
나는 뭘 위해 이렇게 숨 쉬고 아직까지 죽지 않고 살아있는 건지, 하루하루 버티며 사는 게 맞는 건지.
스트레스 명목으로 커피만 들이부었더니 이 시간까지 말똥말똥. 이러다가 내일 또 헤롱 대며 커피를 찾으며 또 하루를 버티겠지. 꾸역꾸역 살다 보면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모든 색을 섞어놨더니 검은색이 되는 것처럼 나의 삶은 이도 저도 아니게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