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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초 Mar 27. 2024

어쩌자고 애를 셋이나 낳았을까?

잘 키우지도 못하면서

"우리나라 출생률이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보다 출생률이 더 낮다네요. 0.65라는데, 흑사병이 창궐했을 때 수준이라는데..."


'문제는 그게 아니야, 더 떨어질 거라는 데 있지'


회식자리 팀장님의 말씀에 혼자 중얼거렸다. 출생률은 단골 안줏거리지만 아무도 대책을 쉽사리 내어 놓지 못한다. 헬조선에서 누가 애를 낳으라고 강요하겠는가. 나처럼 미련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이런 환경에서 아이를 셋이나 낳겠냐 말이다.



 내 꿈은 국제변호사였다. 세계를 누비며 돈을 많이 벌며 자유롭게 혼자 살고 싶었다. 평생 궁핍하게 살던 엄마에게 풍족한 생활을 안겨드리고 싶었다. 변호사는 돈을 많이 번다는데, 울 엄마 돈 펑펑 쓸 수 있게 돈다발을 안겨드려야지, 했지만.


현실은.

 애셋도 제대로 못 키우면서 밖에서 일한답시고 7시에 출근해서 6시 하원하고 돌아와서 애들 씻기고 밥 먹이고 재우면 하루가 끝나는 쳇바퀴 생활을 할 뿐이다. 아프기라도 한 날에는, 퇴근 후 병원이라도 다녀오면 9시에 저녁을 먹이기 일쑤다.

 

 한 명이라도 열이 나면, 줄줄이 소시지처럼 연이어 열이 나고 연달아 휴가를 써야 한다. 회사에선 '애 많은 거 티 내나' 속으로 이렇게들 생각하겠지.



 퇴근   봐서 아이하원시킨 , 샤워시키고 밥상을 후딱 차려주면 7.  먹고 치우고 나면 막내는 자러 가자고 졸라대고 초딩 아들들은 숙제 봐달라고 아우성이다. 찡얼대는 막내를 달래 양치시키고 잠자리에 누워  읽어주다 보면 내가 먼저 스르르 잠들어버리고 아들들은 만화책 읽다가 10시쯤 잠이 든다. 수학은 언제 봐주며, 영어는 언제 가르친단 말인가.  


 회사에선 팀장한테 쌓인 일을 빨리 안 한다고 닦이고 민원인한테 시달리고 하다 보면,


나는 뭘 위해 이렇게 숨 쉬고 아직까지 죽지 않고 살아있는 건지, 하루하루 버티며 사는 게 맞는 건지.


 스트레스 명목으로 커피만 들이부었더니 이 시간까지 말똥말똥. 이러다가 내일 또 헤롱 대며 커피를 찾으며 또 하루를 버티겠지. 꾸역꾸역 살다 보면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모든 색을 섞어놨더니 검은색이 되는 것처럼 나의 삶은 이도 저도 아니게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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