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류성식도염으로 소화가 잘 되지 않은 상태로 잠이 들었다.
꾸웩,
물컥 올라올 것 같은 기분에 눈을 뜨니 2시.
더 자야 하는데, 휴대폰을 잡고 브런치 글 몇 개 읽다 보니 3시 반.
까무룩 잠들었다 다시 일어나니 6시 반.
늦었다.
후다닥 집을 치우고 고구마 찌고 밥상을 차린다. 입맛 없을 아이들을 위해 김밥을 싸고 통밀베이글을 굽는다. 어제저녁 만들어둔 카레도 함께 식탁에 올린다.
샤워하고 옷 입고 식탁에 앉으니, 첫째 수영수업에 입을 수영복과 수건을 깜빡하고 못 챙긴 게 생각이 났다. 수영용품 챙기고 아이들 물통 챙기고 하다 보니 등원시간. 대충 선크림만 찍어 바르고 8:15에 집을 나섰다.
"걸어갈 수 있지?"
비가 와서 5살 막내에게 유치원까지 걸어가자고 손을 잡았는데 이 속도로는 무조건 지각이다.
할 수 없이 자전거에 아이를 태우고 우산을 쥐게 했다. 나는 패딩에 달린 모자를 썼지만 비가 제법 내려 패딩이 축축해졌다.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자전거는 유치원에 세워둔 채로 버스정류장까지 뛰었다. 빗방울이 안경에 묻어 앞이 보이지 않는다.
버스에 간신히 탔는데 기사아저씨가
"앞에 서 있지 말고 뒤로 가세요!"
호통소리에 정신을 차려보니, 나를 보고 외치고 계셨다.
내 꼴이 물에 빠진 생쥐처럼 처량해서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아, 힘들다"
지금은 1시간 퇴근시간을 앞당겨 육아시간을 쓰고 있는데 내년은 이 짓을 어떻게 더 할 것인가. 단축근무를 써야겠지?
모든 워킹맘들, 워킹대디들, 아침마다 바쁜 등원으로 힘들죠? 잘하고 있어요. 다들 대단하세요.
토닥토닥해주고 싶은 비 오는 날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