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35분 천하
쿨럭쿨럭쿨럭
기침을 심하게 하며 잠에서 얼핏 깬 순간,
거실에 있던 남편이 문을 열며 방으로 들어온다.
"비상계엄선포됐대"
기침소리에 걱정되어 들어온 줄 알고 다시 잠들려던 찰나, 뭐? 계엄? 잘못 들었나 싶어, 거실로 나왔다.
국사 교과서에서만 보던 유신시대의 계엄이 내 눈앞에서 선포되고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계엄을 선포한다고 했다.
나, 대통령이야, 까불지 마
하고 발악하는 것 같았다. 대통령이 가진 마지막 권한을 행사 중이었다. 순간,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건가? 아이들 학교는 보낼 수 있는지? 해외여행 간 남동생은 입국할 수 있는지? 정치적 집회에 참석하면 붙잡혀가는 건 아닌지? 이런 류의 글을 쓰면 잡혀가는 건 아닌지 등등 걱정되었다.
티브이에서는 국회 앞에서 시민, 정치인, 유튜버, 기자 등이 군인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군모에는 망원경 두 개씩 달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지 않으면 수류탄 같기도 했다. 총을 가지고 있었기에 군인 말을 듣지 않으면 누구 하나 다칠 것 같은 분위기를 내뿜고 있었다.
국회의원 재적 과반수의 동의를 얻으면 계엄령 선포를 무효화시킬 수 있다는 남편의 말에,
국회의원들이 국회의사당에 무사히 도착하도록 응원했다. 정말 저분들은 국민을 대표하라고 뽑은 분이구나. 국회의원에게 이토록 희망을 건 적이 있었던가. 민주당에서는 정치적으로 하루이틀을 끌 수도 있겠다는 얄팍한 의심도 들었다. 순간, 국회 본회의장에 진입하려는 총을 든 계엄군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끈으로 문을 묶고 소화기를 뿌려 진입을 막으려는 국회의원 보좌관의 모습도 보였다. 국민을 지켜줘야 하는 군인들이,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을 향해 뛰어가는 모습은 공포스러웠다.
국민을 안심시키는 것이 정치 아니었던가?
불안에 떨게 만들고 자유를 구속하려고 하다니. 대통령은 국민을 개돼지로 보고 있었다.
재적의원과반수인 190명 참석, 전원 찬성으로 계엄령 해제 요구안이 가결되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령 선포한 지, 2시간 35분 만이다.
그는 무엇이 두려웠을까. 명태균의 구속을 연장시키고 싶었던 걸까. 탄핵이 두려웠던 걸까. 청와대에 입성하지 않아도 말로가 좋지 못한 걸 보니, 점쟁이의 예언이 늘 맞는 건 아닌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