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작성
복직 후 놀랐던 일 중 하나는, 신입 때 친했던 J 대리님이 팀장이 되신 일이다. 그때도 일 잘하고 성격 좋다고 평판이 좋았는데, 이렇게 빨리 승진하실 줄은 몰랐다. 늙지도 않고 살도 찌지 않으시고 10년 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정수리 부분에 머리만 빠져 있었다. 맡으시는 일의 업무강도가 상당하다는 말을 들었기에 스트레스성 탈모인 것 같아 변화된 모습에 말을 아꼈다.
"잡초과장은 신입 때부터 본사업무를 하지 않아서 보고서 작성이 어렵겠구나. 본사 기획업무를 해야 우리 회사에선 두각을 나타낼 수 있고 인정을 받아. 기회 되면 본사에서 기획일을 배우면 좋을 텐데."
"그러게요. 지사에서 기획일 배울 기회가 있었는데, 육아로 단축시간쓰는 저는 늦은시각까지 일해야하는 기획일 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그 일에서 빠졌어요. 제가 담당하는 업무들은 어쩌다 보니 모두 민원담당하는 일이네요."
"한 번 그렇게 이미지가 박혀버리면, 기획업무를 받기가 쉽지 않아. 그런데 지사 기획일은 기획이 아니야. 본사에서 기획을 해야 해."
"저도 배우고 싶은데, 지금 본사로 간다고 해도, 이 나이에 젊은 직원들한테 배워야 하는데, 잘 안 가르쳐 줄 것 같지 않고... 애들 두고 본사로 가기도 그렇고..."
"정말 안타깝네. 승진을 하려면 본사 가서 기획일로 두각을 나타내거나 지사에서는 윗분들한테 승진하고 싶다고 잘 어필을 해야 해."
"어떻게 어필해요?"
"대놓고 승진시켜 주세요, 말해야 하지."
"그건 제 성격상 못할 것 같아요..."
"요즘 잡초과장 직급(5급)은 예전과 달라. 몇 년 전에 대거 승진을 해서 지금 4급은 인플레가 되어 있어. 몇 년 후엔 3급이 그럴 거야. 4급은 입사 후 5년이 지나면 무조건 달고 시작하는 직급이라 보면 돼. 다만, 아는 부장들이 많아야 하는데, 잡초과장은 오래 쉬어서 승진으로 이끌어 줄 사람이 없으니, 안타깝다."
기획일은 어떻게 배우는 것이며, 보고서는 어떻게 작성하는 것일까? 나는 그동안 회사에서 뭘 배우고 무엇을 한 것일까. 울적한 2024년 12월의 마지막 점심식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장님은 한마디 남기시며 떠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