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첫인상
대충 알고 있던 싱가포르는 깨끗하고 임금이 높은 '선진국' 이었다. 길거리에 침을 뱉으면 벌금을 내야하고, 심지어 껌을 씹는 것 조차 불법이란다. 엄격한 법과 준법 정신이 뛰어난 국민들 덕분에 도시는 아주 깨끗한 상태를 유지한다. 6만달러(USD)가 넘는 1인당 국민소득을 보고 있자면 탈 아시아 국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유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싱가포르를 찾아본 적이 있다. 순위가 전부는 아니지만 World University Rankings 최상위권에 있는 싱가포르 대학교에 관심이 생겼고, 찾아보니 훌륭한 연구실도 눈에 띄어 담당 교수에게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싱가포르의 공용어가 영어라는 점이라든지, 서울의 4/3 크기의 도시국가라는 것도 이때 알게 되었다. 그런 과정에서 싱가포르에 대한 긍정적인 호기심이 생겼던 것 같다.
입사를 확정짓고 본격적인 근무를 하기 전, 마침 덴마크에서 CEO가 싱가포르에 방문한다며 저녁식사를 같이 하자며 초대받았다. 나는 싱가포르 사무실의 4번째 직원이었는데, 당시에 직원이 적다보니 각별히 신경써줬던 것 같다. 마침 싱가포르에서 살 집도 구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회사에서 항공권과 숙박을 제공해주겠다고 하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정착하기 전 짧은 여행으로 싱가포르를 처음 마주하게 되었다.
실제로 가서 본 싱가포르는 평소에 생각하던 그대로였다. 거리는 깨끗했고, 높은 빌딩들은 도시미를 뽐내고 있었다. MRT(Mass Rapid Transit)라 부르는 지하철과 버스 덕분에 어디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었고,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국가라 그런지 외국인도 상당히 많았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치안이다. 늦은 밤 혼자 걸어다녀도 전혀 위험이 느껴지지 않았다. 싱가포르는 아마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가 아닐까 싶다.
싱가포르 첫인상
- 깨끗한 거리
- 높은 임금
- 도시국가
- 훌륭한 치안
- 잘 갖춰진 대중교통
싱가포르에는 두개의 계절이 있다는 농담이 있다. "Hot or hotter(덥거나 더 덥거나)." 결국 1년 내내 여름이라고 보면 된다. 내가 싱가포르에 처음 방문한 게 6월이었으니 하필 더 더운 시기였다. 정말로 버스 정류장 기준으로 한 정거장 걸어가면 땀 샤워를 해야했다. 물론, 대부분의 건물 내부에서는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기 때문에 생활하는데 큰 문제는 없다. (실내에서는 오히려 감기를 조심해야 할지도..)
소득이 높은 만큼 물가 또한 상당히 비싸다. 그 중에서도 월세는 세계 1, 2위를 다툰다. (도시별로 따지면 실리콘 밸리가 있는 샌프란시스코나 뉴욕 맨하튼, 런던 등이 더 비싸다고 하더라.)
높은 월세와 주거구조(우리나라처럼 원룸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탓에 여러 명이 한 집에 같이 사는 경우가 매우 많다. 심지어 집을 소유한 경우에도 그 가족만 독립적으로 살지 않고 남는 방을 월세 주는 게 보편적이다. 참고로 나는 거실과 화장실, 주방을 공유하면서 미국인 한명, 프랑스인 한명과 같이 지냈다.
싱가포르에서 자동차를 끌고 다닌다면 상당한 재력가일 것이다. 이곳에는 자동차를 구입하려면 일종의 면허를 취득해야 하는데 이 비용이 자동차 비용의 두 배정도 된다고 한다. 대략적으로 소나타가 1억쯤 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비싼 면허 덕분에 그나마 교통 체증이 덜한 것 같다. 술도 아주 비싸다. 주류세가 200% 정도 된다고 들었는데 슈퍼마켓에서 파는 술 값은 면세점의 3배쯤 된다. 그러다보니 여행 다녀올 때마다 면세점에서 독한 술 하나씩 사오는 건 필수였다.
싱가포르 생활 유의사항
- 비싼 주거비
- 비싼 자동차
- 비싼 술
- 더운 날씨
물가가 높아 당연히 세금도 비쌀 줄 알았지만 다행히 그건 아니었다. 싱가포르 국민들은 월급의 일부가 건강보험료로 공제된다고 하는데 외국인 노동자들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사설 보험에 가입하곤 하는데, 당시에 나는 아프지 않는 방법을 택했다. 그리고 의외로 소득세가 상당히 낮다. 아래 표는 연 소득 구간 별 소득세율인데, 120,000 SGD(한화 약 1억원 이상) 정도의 수입에 대한 세금이 11.5%라니 아주 바람직하다. 나는 7월에 취업해서 첫 해의 소득에 대한 세금을 내는데 기분이 매우 좋았다. (싱가포르는 임금을 먼저 받고, 세금을 차년도에 따로 지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