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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디 Mar 21. 2020

싱가포르 생활 - 식

싱가포르에서는 무얼 먹고 지낼까

개인적으로 아침식사를 꼬박꼬박 챙기는 스타일인데 이곳에서는 주로 싱가포르 현지 스타일인 '카야 토스트'를 즐겨 먹었다. 한국에서 처음 접한 야쿤 카야 토스트는 기존에 알던 토스트와 다른 매력이 있었다. 카야 토스트는 바삭하게 구운 빵 사이에 버터와 카야잼이 들어있는데, 겉바속촉의 식감은 물론이고 버터의 부드러움과 카야잼 특유의 달달함의 기가막힌 조화를 이룬다. 

야쿤 카야 토스트

코코넛과 계란 등으로 만들어진 카야잼은 이 독특한 맛의 핵심인데 싱가포르 슈퍼마켓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카야잼만 있으면 집에서도 누구나 쉽게 카야 토스트를 만들 수 있다. 한국에 돌아온 지금도 카야 토스트를 즐겨 먹는데, 싱가포르 출장을 다녀올 때마다 카야잼은 쇼핑 1순위이다. 


점심 문화는 회사마다 지역마다 조금 다를 수 있을 것이다. 점심식사 혹은 식사비를 지원하는 대부분의 한국회사와 달리 싱가포르 회사에서는 (적어도 내가 다녔던 회사에서는) 임직원이 점심식사를 각자 알아서 해결한다. 내가 다니던 사무실 주변에는 중국음식 전문점, 햄버거 가게, 샐러드 전문점 등 몇몇 레스토랑이 있었고, 마음에 드는 반찬을 이것 저것 선택하는 중국식 밥집을 포함하여 인도식, 베트남식, 인도네시아식 등 다양한 음식을 선택할 수 있는 푸드코트가 있었다. 레스토랑에서 먹으면 한 끼에 1~2만원 정도 들었던 것 같고, 푸드코트는 5천원 미만이었던 것 같다. 만약, 음료나 후식 등을 먹으려면 따로 구입해야 한다. 우리나라 식당들처럼 물을 무료로 제공하는 곳은 외국에서 거의 못 봤다.


모든 회사가 그러진 않겠지만 내가 다니던 회사에서는 야근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회식을 제외하면 저녁식사는 각자 알아서 해결한다. 나는, 한국에 있을 때 부모님과 함께 지냈는데 저녁밥은 주로 어머니가 해주셨다. 그래서 요리를 별로 해보진 않았지만 왠지 요리에는 항상 자신있었다. 그래서일까 초반에는 집에서 이것 저것 해먹었는데 가장 많이 했던 메뉴는 제육볶음과 불고기, 그리고 스테이크였다. 한 마트에서 한국 식품 특별전(?!) 행사를 하길래 고추장과 '만능소스'를 구입하게 되어 애용했다. CJ 비비고에서 나온 '만능소스'는 굴소스와 비슷한데 '단짠' 맛은 살려주면서 너무 강하진 않아 거의 모든 음식에 사용했다. (한국에서 판매하지 않는게 몹시 아쉽다.)


인스턴트 라면도 자주 먹었다. 이전까지 라면은 한국에서나 먹는 줄 알았고, 외국 나갈때 한 박스씩 사가야 하는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싱가포르 마트에는 신라면 등 한국 제품을 포함하여 각종 인스턴트 라면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알고보니 동남아 국가들이 인스턴트 누들의 큰 손이더라. 그 중에서도 글로벌 인스턴트 라면 순위 1,2위를 다투는 인도네시아의 Indomie 미고랭을 즐겨 먹었는데, 미고랭에 양파, 마늘, 고기, 계란 등을 추가하면 제법 그럴싸한 음식이 된다. 

Indomie 미고랭


시간이 지날 수록 요리에 대한 열정이 사그라들었고, 밖에서 사먹는 비용이 전혀 부담되지 않았기에 점점 외식 빈도가 늘었다. (외식비가 너무 비싼 덴마크에서는 마지막까지 요리에 대한 열정을 붙들어야 했다.) 개인적으로 싱가포르 생활의 가장 큰 매력으로 '호커센터'를 꼽고 싶다. '푸드코트'라고 부르기도 하는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싱가포르 현지인들이 즐겨 찾아 가장 '로컬'스러운 곳이기도 하다.

출처: singaporeguidebook.com

호커센터를 오면 수 많은 선택권 때문에 결정장애가 올지도 모른다. 센터 마다 다르겠지만 절대로 실패하지 않는 볶음밥, 팟타이부터 시작해서 치킨라이스, 새우누들 등 딱 봐도 맛있어 보이는 메뉴가 한가득이다. 그 중에서도 차콰테오(Char Kway Teow)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다. 일부 여행책에서는 싱가포르 버전 자장면이라고도 소개하는데, 넓다란 면에 몇몇 채소와 조갯살로 추정되는 식감의 재료를 넣고 볶은 누들이다. 한국에서 놀러온 친구가 한입먹고 외면했던 것을 생각하면, 모두가 좋아하는 메뉴는 아닐 수 있다.

차콰테오, 푸드 리퍼블릭

혹시 여러 친구들과 함께 호커센터를 찾는다면 사테(꼬치 음식), 굴튀김, 해산물 요리 등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맛도록 하자. 맥주 또는 슈가케인을 곁들인다면 최고의 저녁을 보낼 것이다.

East Coast Lagoon Food Village

호커센터 말고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식당이 많다. 바쿠테는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싱가포르 음식이다. 한국 여행자들에게는 송파 바쿠테(Song Fa Bak Kut Teh)가 가장 유명할텐데 현지인은 응아시오 바쿠테(Ng Ah Sio Bak Kut Teh) 또한 강력하게 추천했다. 개인적으로는 둘다 아주 맛있다. 바쿠테를 먹을 때 참고할 사항은, 국물이 리필되니 마음놓고 먹어도 된다는점, 그리고 곱창 혹은 족발을 사이드로 주문하라는 점이다.

송파 바쿠테

이 밖에도 치킨을 너무 좋아하던 나는 매주 한번씩 KFC 또는 네네치킨을 찾았다. 특히 네네치킨은 한국과 달리 치킨 두 조각과 간장밥, 음료수가 나오는 1인용 메뉴가 있다. 싱가포르에서도 한국 치킨이 큰 인기를 얻고 있으며 양념치킨은 매콤 달콤하다 하여 Swicy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점이 흥미로웠다. 한 마리씩 시키는 치킨과 달리 조각 치킨을 먹을 때에는 선호하는 부위를 어필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리는 Drum(드럼), 날개는 Wing(윙), 가슴살은 Blast(블라스트)라고 하면 알아들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넓적다리를 좋아하는데 이 부위의 영문 명칭은 'Thigh'이며 '싸이' 혹은 '따이' 라고 열심히 말하면 알아 들을 것이다.

네네치킨


물론 싱가포르에는 저렴한 먹거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싱가포르의 화려한 야경을 경험하려면 CE LA VI, 1-Altitude, Level 33 등의 스카이바를 추천한다. 식사비가 부담스럽다면 가볍게 맥주 한 잔 마시며 최고의 뷰를 눈에 담고 오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싱가포르 여행자들이라면 반드시 한번 맛보아야 하는 칠리크랩도 빠질 수 없다. 사실 칠리크랩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호커센터에서는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맛볼수 있지만 한국인들에게도 유명한 점보 씨푸드(Jumbo Seafood) 등 전문점에 가면 고가의 메뉴를 권유할지도 모른다. 

블랙 페퍼 크랩, 점보 씨푸드

한번은 한국에서 두명의 엔지니어가 교육을 받으러 싱가포르에 출장 온 적이 있는데, 칠리크랩 한번 대접해야지 싶어서 노사인보드(No Signboard)라는 식당에 모셔간 적이 있다. 가본 식당은 아니었지만 가까운 거리에 있길래 선택한 곳인데, 메뉴에서 가격이 보이지 않았다. 크랩을 먹겠다고 하니 전담 직원이 와서는 가격을 슬쩍 적어주고 갔다. 고급 식당에서는 알래스카 킹크랩 등 고가의 크랩을 시가로 제공하는 것 같다. 셋이서 맥주 한잔씩 마시고 볶음밥 추가하였더니 대략 50만원 정도 나왔던 것 같다. 당시 쫄보였던 나는 회사에 비용청구하려니 눈치가 보여 두 달정도 고민하다가 지사장님 기분 좋은날 이야기 꺼내서 겨우 넘어갔다. 럭셔리 레스토랑은 미리 좀 알아보고 가자.


이렇듯 싱가포르에는 다양한 먹거리가 있고, 심지어 한국 식당도 점점 늘어나고 있으니 먹을 걱정은 접어 두어도 괜찮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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