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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디 Mar 22. 2020

싱가포르 생활 - 주

싱가포르 어느 동네에서 살까

다른 나라로 이주할 때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 '거주지'를 마련하는 것이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곳이며 지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본인에게 맞는 '집'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은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싱가포르에서는 높은 인구밀도 때문인지 대부분 고층 아파트에서 생활한다.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을 보면 싱가포르 부자들이 저택에서 생활하는데, 적어도 내 주변에 그런 '크레이지 리치'는 없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면 주거 형태는 싱가포르 정부 기관인 HDB(Housing & Development Board)에서 공급하는 아파트와 민영주택인 콘도미니엄(Condominium, 줄여서 '콘도'라 부름)으로 나뉜다. 주거비가 높기로 악명높은 싱가포르이지만, 가성비 높은 HDB 아파트 덕분에 싱가포르 국민들과 영주권자들에게 주거 불안 문제는 심각하지 않아 보였다. 참고로 싱가포르 정부에서는 HDB 아파트에 몇몇 지침을 제공하는데, 가령 HDB 아파트 세입자는 그곳에서 6개월 이상 거주해야 하고 주인은 HDB 표준 계약서를 작성하여 정부에 제출할 의무를 갖는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콘도는 가격이 비싸지만 매매나 세입자에 대한 규정이 유연하다. 콘도는 공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영장, 헬스장 등이 포함되어 있다. 회사 지사장의 콘도에서 다같이 바베큐 파티를 한 적이 있는데, 고급 콘도는 거대한 수영장과 바베큐장 등 럭셔리한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내가 다니던 회사는 사이언스 파크 2(Science Park 2)에 있었다. NUS(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 싱가포르 국립대학교)가 위치한 곳으로 잘 알려진 사이언스 파크는 싱가포르의 연구, 개발, 기술 허브이며 나름 공원이라 경관도 좋고 조용한 것이 장점이다. '출퇴근 편한 게 최고'라는 기준으로 사무실에서 최대한 가까운 곳에 구한 곳은 지하철역 호파빌라(Haw Par Villa)와 파시르 판장(Pasir Panjang) 중간 쯤에 위치한 콘도 였다. 계약이 만료되어 다른 곳으로 이사하기 전까지 이곳에서 만족하며 지냈다. 


최근 한국에도 '쉐어하우스' 문화가 등장한 것 같은데, 싱가포르 첫인상에서 언급했듯이 싱가포르에서는 이러한 주거 방식이 '보편'적이다. 나는 두 명의 하우스메이트가 있었는데, 독일에서 박사과정 공부를 하면서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싱가포르에 온 미국인 친구와 국제 인턴쉽을 하던 프랑스인 친구와 함께 살았다. 우리는 모두 싱가포르가 처음이었고 마침 나이도 비슷해서 같이 공원에 놀러가고 술도 마시고 가끔 클럽도 가곤 했다. 그 친구들 덕분에 덜 외로웠던 것 같다.


이 집에 들어올 때 이전 세입자로부터 계약을 이어 받았었는데, 8개월쯤 지나고 나니 집 주인이 우리 셋과 더이상 계약하고 싶지 않다는 연락을 받았다. 마침 회사에서는 한국 사무소를 열기로 결정하여 몇 달 후에는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막상 싱가포르를 떠난다고 생각하니 싱가포르 구석구석을 더 경험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마침 에어비앤비(Airbnb)를 통해 짧게 지낼 수 있는 옵션을 쉽게 찾을 수 있었고 길게는 한 달, 짧게는 일주일에 한번씩 떠돌아 다니는 생활을 해보았다.


두 번째 거주지는 탄종 파가(Tanjong Pagar)라는 곳이었는데, 이 동네는 한국 음식점이 많아 한인타운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다운타운과 가깝고 차이나타운도 걸어갈 수 있는 싱가포르 중심지이다. 그 다음으로 선택한 곳은 싱가포르 서쪽의 레이크 사이드(Lakeside)였다. 이 동네는 주롱 레이크(Jurong Lake)와 차이니즈 가든(Chinese Garden) 덕분에 물과 풀을 실컷 감상할 수 있었다. 공원 주변이라 조용하고 평온한 게 장점이다. 서쪽을 경험하고 나니 동쪽도 궁금했다. 이스트 코스트 파크(East Coast Park) 근처에 머물면서 매일 같이 해변을 거닐었다. 이곳 바다는 썩 예쁘진 않은 것 같다. 

East Coast


짧은 기간이었지만 여러 지역에 지내보니 느낀 바가 있다. 비록 하나의 도시였지만 동네마다 분위기는 달랐다. 그러나 어느 지역이든 가까운 거리에 마트(주로 FairPrice)와 호커센터가 있었고,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하기에 불편함이 전혀 없었다. 조금 허무한 결론일 수는 있는데, 최외곽 지역은 조금 다를 수도 있겠지만 싱가포르는 어디든 살만하다. 출퇴근 거리와 예산에 문제가 없다면 동네의 분위기를 살피고 취향에 맞는 곳을 선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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