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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디 Mar 24. 2020

싱가포르 생활 - 업무

싱가포르 직장인의 하루

아래 내용은 지극히 제한적인 개인 경험이므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영어공용어로 사용하는 덕에 언어 장벽이 낮은 편이고 글로벌 기업들의 아시아 헤드쿼터가 많아 높은 퀄리티의 Job에 대한 공급이 제법 있다. 취업 비자(Working Permission)를 받는 것이 수월한 편이며 같은 아시아 국가이기에 문화적 이질감도 덜하다. 싱가포르는 분명 한국인이 취업하기에 매력적인 나라다. 그런데 사실 해외 취업을 생각하는 직장인들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면 한국 기업 특유의 수직적인 문화와 빈번한 야근을 견디기 힘들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싱가포르 회사들의 업무 분위기는 어떨까? 


싱가포르 취업의 장점

- 낮은 언어 장벽: 업무상 현지언어 불필요

- 글로벌 기업들의 아시아 헤드쿼터 위치: 우수한 Job 공급

- 취업 비자 취득 수월

- 낮은 문화적 이질감


내가 다니던 회사는 오전 8시에 업무를 시작하여 오후 5시면 마무리하였다. 참고로 내가 처음 입사할 싱가포르인 지사장, 중국어에 능통한 영국인 엔지니어, 영어와 일본어를 구사할 수 있는 한국인 직원, 그리고 나 이렇게 4명의 직원이 있었고 곧 이어 싱가포르인 두 명을 채용하였다. 배려인지 모르겠으나 지사장님은 8시 넘어 도착하여 5시가 되기 전에 먼저 떠났고, 나머지 직원들도 5시가 되면 모두 떠났다. (보스가 먼저 퇴근하면 모두의 마음이 편하다..) 나는 제일 먼저 도착하여 가장 늦게까지 머물곤 했는데, 그래도 6시를 넘기는 날은 손 꼽는다. 물론 당시 회사가 덴마크 특유의 널널한 분위기여서 그 영향을 받은 것도 있지만 최근에도 싱가포르에 출장을 가보면 야근하는 직원을 찾기 어렵다.


빈번한 회식에 불만을 갖는 직장인도 상당수 있을 것이다. 특히 직장 상사가 술을 강권하는 분위기라면 회식자리를 즐기는 건 그 상사 뿐일지도 모른다. 내가 싱가포르에서 경험한 회식문화는 조금 독특했다. (결코 일반적인 싱가포르 회식문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당시 매출이 잘 나오던 상황이었고 인원 수도 적어서 그랬던 것 같은데, 1차는 주로 비싼 레스토랑에 갔다. 스테이크에 와인은 기본이고 푸아그라나 크랩 같은 고급 음식을 맛보곤 했다. 2차는 클락키(Clarke Quay)로 이동해 맥주를 마신다. 3차는 라이브 뮤직이 나오는 클럽에서 흥을 발산하곤 했는데, 이건 그냥 당시 지사장 취향이었던 것 같다.


업무에 따라 다르겠지만 당시 싱가포르 사무실에서는 중국과 인도, 중동을 제외한 아시아 태평양 모든 국가를 관리했었고, 나는 태국과 베트남, 싱가포르, 그리고 한국을 담당하였다. 태국이나 베트남으로 출장이 잡히면 일정 전후의 주말을 이용하여 짧은 여행을 즐기곤 하였다. 그렇지만 한국이 가장 중요한 지역이었기에 교육이나 전시회 등의 일정이 가장 많았고 싱가포르에 머무는 1년간 서너번 정도 한국 출장을 오곤 했다. 외국에 있으면서 한국 출장이 잡히는 건 그야말로 '꿀'이다. 업무 일정을 마치고 여유 시간을 이용해 가족 및 친구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한번은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한 노인이 다가와 뭐라 하였다. 아마도 길을 묻는 것 같았는데 난 말문이 막혔다. 중국어로 말을 걸었기 때문이다. 내 외모가 중국 느낌이어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중국어가 그만큼 흔한 언어이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Department of Statistics Singapore 에서 발간한 Population trend 리포트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싱가포르 거주자의 민족구성은 중국계(Chinese) 74.3%, 말레이(Malay) 13.4%, 인도인(Indian) 9% 순이라 한다. 실제로 싱가포르인들끼리 모이면 중국어로 소통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의 공용어는 영어이므로 중국어를 할 줄 몰라도 회사 생활에 지장이 없다. 


참고로 싱가포르 영어는 우리가 배운 영어와는 조금 다를 수 있다. 일단 미국이나 영국 영어처럼 혀가 굴러가는 유창한 발음은 아니다. 그리고 중국어 성조의 영향인지 특유의 억양이 있다. 또 한가지 재미있는 점은 문장마다 '-라'를 붙이는 습관이다. 예를 들어 "I am a boy"를 말해야 하는 상황에 "아이 엠 어 보이 라" 하고 말할 것이다. '명사'를 '동사'처럼 쓰는 '파괴적 혁신'의 면모도 보인다. 내 싱가포르인 동료는 "스카이프로 나에게 메시지를 보내라"라는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Skype me"라고 말하곤 했다. 의미 전달이나 효율성 면에서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싱가포르인들이 구사하는 이러한 영어를 사람들은 '싱글리쉬(Singlish)'라 부른다. 처음에는 참 알아듣기 어려웠는데 지금은 싱글리쉬가 더 듣기 편하다.


업무 환경

- 업무 시간: 오전 8시 ~ 오후 5시

- 회식: 회사 실적이나 보스 취향에 따라 달라짐

- 출장: 동남아 국가 및 한국

- 언어: 비즈니스 영어


운 좋게 해외 취업을 하게 되었지만 나에게 영어는 여전히 아킬레스 건이었다. 다행히 나의 상황을 이해해주는 동료들은 나를 배려해 두번씩 또박또박 천천히 이야기해주었고, 회사에서 영어학원 수강료까지 지원해주어 무사히 비즈니스 영어를 익힐 수 있었다. 말로 하는 영어(Verbal English)도 중요하지만 회사업무를 처리함에 있어 필수가 되는 건 쓰는 영어(Written English)라고 생각한다. 이메일은 기록으로 남고 추후 근거 자료로 활용될 여지가 있으므로 업무상 중요한 내용을 전달하는 수단으로 이메일이 중용된다. 의사소통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의미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인데, 그런 면에서 문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대한민국 영어 교육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법이 잘못된 문장은 의미가 불명확(unclear)한 경우가 많다. 그리고 가급적 짧은 문장을 구사하는 것도 이해하기 쉬운 영작에 도움이 된다.


영문 이메일 작성 팁

- 올바른 문법 사용

- 짧은 문장 구사


존댓말과 반말이 존재하는 한국어와 달리, 대화하는 상대의 나이가 많든 지위가 높든 사용하는 영어는 차이가 없다. 그러다보니 수직적(hierarchical)이라기 보다는 평평한(flat) 입장에서 이야기한다는 느낌을 받기 쉽다. 언어적인 차이를 떠나 외국의 회사는 한국처럼 상하관계가 수직적이지 않다고 들어 왔다. 처음에는 회사 분위기도 워낙 좋았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었는데 직원 수가 늘어나고 매출도 불안정해지면서 지사장님이 비합리적으로 푸쉬(push)하는 경우가 더러 발생했다. 스스로가 반항분자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명령이 떨어질 때에는 약간의 마찰이 생겼다. 그런데 싱가포르 동료들은 전혀 그런 게 없었다. 지사장과 면담을 하고 나면 울그락 불그락 어쩔줄 몰라했지만 어쨌든 상사에게 순종했다. 어쩌다보니 나 혼자 저항파가 되어 있었다. 시간이 지나 일본에 사는 미국인 엔지니어를 고용하면서 나는 다시 순종파에 편입되었지만 당시에 싱가포르 또한 상사와의 관계가 수직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싱가포르인 대부분은 이런 상황에 순응한다는 점 또한 흥미로웠다. 


싱가포르 회사 문화

- 의외로 수직적(hierarchical)일수도 있음 => 직장 상사가 중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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