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왕이 되는 곳
다른 나라에 정착하려면 어려서부터 익숙한 모국을 떠나 사회, 문화 환경이 다른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해야 한다. 그러한 과정에서 여러가지 어려움(Challenges)에 봉착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싱가포르는 '정착 난이도' 측면에서 '아주 쉬운(Very Easy)' 국가가 아닐까 싶다. 조금 더 나아가, 싱가포르에 살면 좋은 점의 첫 번째로 '극강의 편의성'을 꼽고자 한다.
외국인 근로자가 새로운 국가에서 거주하기 위해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세 가지가 있다. 먼저 살 집을 구해야 하는데, 이는 싱가포르 생활 - 주 편을 참고하자. 다음으로 해당 국가의 정부 기관으로부터 취업 비자(Working Permission)를 발급받아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은 무비자로 최대 90일간 싱가포르에 머무를 수 있지만 취업 비자가 있으면 그 이상 거주할 권리를 부여받는다. 무엇보다 현지 법인에 정식으로 고용되어 급여를 받으면서 일하려면 취업 비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나는 회사의 도움을 받아 Employment Pass를 발급 받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입사 전, 여권 사본 및 졸업증명서 등의 서류를 보냈고 싱가포르에 도착하여 노동부(Ministry of Manpower) 사무실에서 간단한 미팅을 하고 나니 며칠 후 카드를 받을 수 있었다. 참고로 일정 금액 이상의 급여를 수령하는 경력직 엔지니어는 전문 인력(Professionals)으로 간주되어 쉽게 Employment Pass를 받을 수 있는 것 같다. 세부사항 및 기타 비자 종류에 대한 내용은 싱가포르 노동부 홈페이지를 참고하자.
오늘날 우리는 은행 계좌 없이 살 수 있을까? 급여를 받고 현금을 인출하려면 현지 은행에 계좌를 개설해야 한다. 싱가포르에는 서너개의 메이저 은행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ATM 수가 가장 많다는 은행을 방문하였다. 계좌를 개설하고 직불카드(Debit Card)를 발급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한국이 "빨리 빨리" 문화라는데 싱가포르가 한 수 위인 것 같다. 은행은 싱가포르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였는데, 소비자를 지나치게 배려하는 경향이 있더라. 업무 시간 중 방문하지 못하는 고객을 위해 평일 밤 9시까지 영업하는 요일이 있다. 일부 창구는 토요일에도 이용 가능했고 심지어 일요일에 문 여는 지점도 있었다. 소비자로서는 너무 편했고, 직원들은 안쓰러웠다.
해외 정착을 위한 필수 사항
- 거주지 마련
- 취업 비자 발급
- 은행 계좌 개설 및 직불카드 발급
성공적으로 정착하고나면 싱가포르가 얼마나 살기 편한지 본격적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싱가포르 생활 - 식 편에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인이라면 먹는 걱정은 비워도 될 것 같다. 특히 다양하고 저렴한 음식들을 만날 수 있는 호커센터의 존재는 감사할 따름이다. 일상 생활에서 마트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 부분도 나쁘지 않다. 싱가포르는 전반적인 물가가 높고, 대부분의 제품을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마트에서 괜찮은 품질의 식재료를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싱가포르 국가기관인 NTUC(National Trades Union Congress)에서 공동운영하는 FairPrice 슈퍼마켓 덕분인지 가격이 컨트롤 되는 것인지 아니면 주변 동남아 국가들로부터 좋은 가격으로 제품을 수입하기 때문인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싱가포르 마트에서 계산을 하고 나올 때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국내의 대형마트에서는 비닐봉투를 유료로 제공하는데 반해 싱가포르 슈퍼마켓은 비닐봉투를 아낌없이 제공한다. 심지어 구입하는 물건이 무거우면 2장은 기본이고 3장씩 겹쳐 주기도 한다. 비닐봉투를 불필요하게 많이 사용하여 환경오염이 염려되긴 하지만 소비자로서 엄청 편하긴 하다.
싱가포르 첫인상 편에서 언급한 것 처럼, 싱가포르는 상당히 덥다. 그렇지만 이곳에서 더위를 걱정하는 사람은 별로 보지 못했다. 실내에서는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추위에 약한 편이라 사무실 내에서는 가디건을 입곤 했다. 교통 수단 또한 훌륭하다. 어지간한 장소는 지하철과 버스로 이동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고 택시도 친절하고 이용하기 편하다. 뿐만 아니라 그랩(Grab) 같은 차량공유 서비스 덕분에 가성비 높은 이동수단이 잘 갖춰져 있다.
소득 수준이 낮은 동남아 국가에 둘러싸인 지리적 특징이 싱가포르에 큰 장점으로 작용하는데, 주변 국가로부터 가성비 높은 인력(우수한 인재 혹은 낮은 비용의 근로자)을 끌어올 수 있다. 싱가포르에 거주하는 개개인도 이러한 부분으로부터 혜택을 누리는데, 특히 '육아'에 막대한 이점이 있다. 아이 둘을 키우는 싱가포르 동료는 미얀마 출신의 '입주 도우미'를 고용했는데 매달 지불하는 비용이 약 50만원 정도였다. 미얀마 기준으로는 큰 금액일 수 있는데, 싱가포르 직장인 소득을 생각하면 너무 좋은 조건이다. 혹시라도 싱가포르에서 아이를 키우게 된다면 이러한 부분을 십분 활용하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