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디 Mar 28. 2020

엔지니어가 하는 일 - 기술지원

산업용 로봇 기술지원 업무

싱가포르로 넘어갈 때 제안받은 직무은 기술지원 엔지니어(Technical Support Engineer)였는데, 사실 나는 연구개발 이외의 분야에 대해 잘 몰랐다. 입사 준비를 하면서 직무기술서(Job Description)를 읽었지만 해당 직무에 대해 깊이있게 이해하고 고민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 보다는 연고도 지인도 없는 타지에서 생활하게 된다는 점이나,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아는 대기업을 떠나 듣도 보도 못한 작은 규모의 회사로 이직한다는 점이 신경쓰였다. 그런데 기술지원 업무는 연구개발과는 완전히 달랐고, 향후 커리어에 큰 전환점이었음을 당시에는 잘 몰랐다. 


제조기업은 제품을 만들고 이를 판매하여 이윤을 남긴다. 엔지니어가 하는 일 - 연구개발(R&D)에서 언급했듯이 '연구개발(R&D)' 조직에서는 회사가 판매하고자 하는 제품에 대해 연구하고 이를 개발한다. '생산(Production)' 부서에서는 연구개발에서 설계한 내용을 토대로 실제 제품을 제조한다. 예를 들어, 산업용 로봇의 경우 모터, 감속기, 베어링 등의 부품을 조립하여 로봇 완제품을 만든다. 부품 공급처(Supplier)를 발굴하여 구매계약을 맺거나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해 조립 공정을 개선하는 작업, 제품의 품질 관리 또한 '생산'이라는 큰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다. 제품이 완성되면 고객에게 이를 '판매(Sales)'해야 하며 '영업(Sales)' 조직에서 이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회사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재무, 회계, 인사 등의 '관리(Administration)' 부서 또한 필요하다. 회사에 따라 일부 기능을 외부 업체에 위탁하기도 한다. (가령, '애플(Apple)'의 아이폰은 중국의 '폭스콘(Foxconn)' 공장에서 생산한다)

제조기업 핵심 기능 


기술지원 엔지니어는 영업 조직의 일원으로서, 제품 판매 전후로 고객들의 기술적 궁금증을 해소해주거나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해준다.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과의 접점이 많기 때문에 제조자(Manufacturer)의 마인드 보다는 사용자(User)의 시각으로 제품을 바라보는 경우가 많고, 사내에서는 고객(Customer)의 입장을 대변하여 연구개발 혹은 생산 부서에 의견을 제시하곤 한다. 내가 일하던 회사의 유통 방식은 대리점(Distributor)을 통한 간접 판매(Indirect Sales)였다. 고객 관리 측면에서 제한사항이 있지만, 고용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면서 사업을 빠르게 확장하는데 유리하고 각종 로컬 규제에 대응하기 유연하다. 이런 장점으로 인해 수출 제조기업이나 규모가 작은 회사 등에서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을 많이 사용한다. 여기서 기술지원 엔지니어의 주된 업무는 대리점에 대한 기술지원을 제공하는 것이다. 대리점 엔지니어가 로봇을 사용할 수 있도록 기술교육을 실시하고, 로봇 사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준다.


일반적으로, 연구개발 엔지니어와 기술지원 엔지니어는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다.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관련 기술에 대한 이론(Theory)이나 원리(Principle)에 대해 심도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반면, 제품을 사용하는 입장에서는 해당 기술에 대한 이론보다는 어떻게 하면 동작 시킬 수 있는지 보다 '실용적인(Practical)' 측면이 강조된다.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더라도 문제가 해결된다면 그 방법이 우선시된다. 


산업용 로봇 엔지니어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자. 산업용 로봇 하나의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기술이 필요하며, 연구개발 엔지니어 개개인이 담당하게 되는 업무의 범위는 상당히 좁다. 그러다보니 엔지니어들은 본인이 담당하는 특정 기능에 대해 전문가가 되겠지만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잘 모르게 쉽다. (기술 전체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시스템 엔지니어(System Engineer) 직무는 예외) 기술지원 엔지니어는 조금 다르다. 산업용 로봇의 정의에 따르면 산업용 로봇은 프로그래밍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 기술지원 엔지니어는 다양한 응용(Application) 사례를 접하게 되므로 기술적 '범위(Scope)'측면에서 '다양성(Diversity)'을 추구하는 엔지니어에게 잘 맞을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제품을 만드는 기술과 제품을 사용하는 기술이 다른 점은 유념해야 한다. 쉽게 말하면 기술적 장르가 다르다. 산업용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제어공학이나 로봇역학, 재료역학, 회로이론, 전기공학 등의 이론이 요구될 것이다. 반면 산업용 로봇을 응용하기 위해서는 공압제어, 솔레노이드 제어, 용접, 페인팅 등의 기술을 활용하게 된다.


산업용 로봇은 복잡한 기계이기 때문에 사용하는 과정에서 고려해야하는 사항이 많은데, 잘못 사용하면 고장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기술지원 엔지니어들은 고객들로 하여금 사용상의 제한사항을 납득시켜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제품 개발 원리를 이해하고 있으면 설득력 있는 설명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개인적으로 연구개발 엔지니어의 과거 경험은 이럴 때 큰 도움이 되곤 하였다. 


마지막으로, 기술지원 엔지니어는 영업 조직에 속해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판매를 담당하는 조직의 최우선 목표는 매출을 올리는 것이다. 만약 매출에 문제가 생기면 영업 담당자가 해고되는 현장을 목격하게 될지도 모른다. 물론 기술적 경험이 중요한 기술지원 엔지니어는 상대적으로 고용 안정성이 보장되는 편이지만 (어지간 해서는 안 자르지만..) 같은 조직에 있는 이상 매출에 대한 압박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연구개발 대비 기술지원 엔지니어의 특징

- 고객과 가까움

- 개발 원리 보다는 사용하는 부분에 중점

- 기술적 실용성 및 다양성

- 매출에 대한 압박


이전 25화 엔지니어가 하는 일 - 연구개발(R&D)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