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디 May 23. 2020

학교에서 배운 것은 쓸모있을까?

학교 수업의 가치

대학교 수업은 의미 없어. 어차피 회사가면 다시 배워야 해.


학부시절 한 졸업생 선배가 해준 조언(?!)이다. 회사에 들어가면 새로운 업무를 배워야 한다는 점은 동의하지만, 학교에서 배운 교과과정이 쓸모 없다는 부분은 지난 10년 간의 직장생활 경험을 걸고 부정하고 싶다. 물론,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을 실제 업무에 그대로 적용하는 경우는 흔치 않을 것이다. 업무 미팅 중 학교 수업에서 등장할 법한 내용을 언급하면 이론과 실제는 다르다며 무시당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학교에서 배운 내용들이 전혀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탄탄한 실력을 갖추는데 밑거름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엔지니어가 하는 일 - 연구개발 (R&D) 편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연구개발 담당자는 상대적으로 대학교 및 대학원에서 배운 전공내용을 써먹을 기회가 많다. 이전 직장에서는 산업용 로봇의 모션제어 소프트웨어를 개발함에 있어 대학교 전공과목인 로봇역학(Robotics)이나 제어이론(Control Theory) 내용을 직접적으로 적용하였다. 뿐만 아니라 로봇과 특정 물체와의 간섭여부를 검지하는 기능을 개발한 적이 있는데, 이때에는 점과 직선 사이의 거리 혹은 점과 평면 사이의 거리 공식을 활용했다. 이는 중고등학교 수학시간에 배우는 내용이다. 


회사를 옮겨 담당하게 된 기술지원 업무에서는, 엔지니어가 하는 일 - 기술지원 편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론보다는 실용적인 측면이 강조되었고, 대학교 전공 내용을 직접적으로 활용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하지만 고객들이 로봇을 사용하다가 문제가 발생했을 때 로봇역학이나 제어공학, 물리학 등의 이론을 빌려 설명하면 고객들을 납득시키는데 효과가 아주 좋았다. (아무래도 복잡하고 어려운 이론에 대한 논쟁은 피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또한, 산업용 로봇은 다양한 환경에서 여러가지 주변장치와 통합하여 사용하는데, 대학교에서 꾸역꾸역 배웠던 전기전자, 유체역학, 열역학 등의 수업이 다양한 분야의 기술적인 부분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로봇의 복잡한 동작을 구현하기 위해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때 삼각함수나 비례식과 같은 중고등학교 수학 내용도 요긴하게 쓰였다. 그 외에도 경영학 부전공을 하며 배웠던 내용들은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특히, 작은 회사에서 일하다보니 영업이나 마케팅 등 다양한 업무를 지원하게 되는데 (대기업 vs 소기업 참조) 경영학 전공 수업이 쏠쏠한 역할을 했다. 


굳이 높은 성적을 받기 위해 과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얼마나 효율적인지는 잘 모르겠다. 높은 학점은 취업에 유리하게 작용하겠지만,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시험기간에 잠깐 암기했던 내용들은 오래지 않아 어차피 까먹게 되는 것 같다. 차라리 남는 시간은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하는데 투자하면 좋을 것 같다. 그렇다고 수업 내용을 무시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수업 중 교수님/선생님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교과서 내용을 한번쯤 이해하고 넘어가면 충분한 것 같다는 의미다. 업무를 하다가 언젠가 수업에서 들어본 내용이 등장한다면, 그 업무에 대한 자신감이 한층 올라갈 것이다.


이전 26화 엔지니어가 하는 일 - 기술지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