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디 Apr 17. 2020

고객은 최고의 스승

Learn from customers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고객과의 거리가 가까워졌다는 점이다. 싱가포르에 있을 때에는 파트너 업체와 영어 이메일로 업무내용을 주고 받았는데 아무래도 의사소통에 제약이 많았다. 사실 한국에 복귀한 이후에도 내가 고객분들께 적극적으로 다가가진 않았다. 고객들을 직접 만나기 보다는 파트너 업체들을 서포트하라는 회사의 지침 때문이다. 제한된 인원으로 수 많은 비즈니스를 커버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렇지만 파트너 업체들로부터 고객들의 기술적 문의사항을 전해들을 수 있었고 전시회 기간에는 국내 고객들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 간혹 중요한 고객사는 직접 방문하거나 사무실에 모셔 미팅을 진행하기도 했다. 


고객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은 많이 들어왔지만 이전 직장에서는 R&D 부서에 있어서 그런지 막상 고객을 만날 기회가 없었다. 언젠가 회사에서 제품을 개발함에 있어서도 고객의 목소리(Voice of Customer)를 반영해야 한다며 분주했던 적이 있는데, 영업담당자들을 통해 고객 요구사항을 전달받고 R&D에서는 이를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제품 개발에 반영했었다. 새로운 회사에서 기술지원 엔지니어가 되니 상황이 달라졌다.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이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해야 했다. 필요한 경우에는 고객의 입장을 대변하여 본사에 전달해야 했다. 이전 직장에서와 정반대의 역할이다. 


초반에는 애로사항이 많았다. 이따금씩 파트너 업체를 통해 전달받은 고객의 질문사항이나 요구사항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무엇이 궁금한지 왜 그것을 알고 싶은지, 무얼 하고 싶은 것이고 왜 그것을 하려 하는지 말이다. 한 가지 원인은 간접 커뮤니케이션이었다. 고객사의 메시지를 대리인을 통해 전달받다 보니 중간에 내용이 와전되는 경우가 빈번했는데, 특히 용어나 표현방법이 달라 심각한 난관에 봉착하곤 했다. 더 중요한 문제는 나 자신이었데,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의 나는 너무 몰랐다. 제품에 대해서도 부족한 점이 많았는데 자동화 분야에 대한 현업(Field Work)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그러다보니 고객들이 로봇으로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파악하기 어려웠다. 이러한 어려움들은 시간이 지나며 해결되었다. 제품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쌓았고, 함께 일하는 파트너 분들과 눈높이를 맞추게 되었다. 기술적으로 난이도가 높은 질문을 던지는 고객의 경우에는 직접 대화하기도 했다. 특히 대기업의 실무진 중에 공부도 많이 하시고 답변하기 까다로운 질문을 하시는 엔지니어 분들이 많았다. 이 경우에는 과거 R&D 시절의 지식과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나는 기술지원 엔지니어로서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직접적, 간접적으로 고객들과 소통하며 빠른 속도로 큰 배움을 얻을 수 있었다. 고객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그들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하다보면 그 분야를 경험하고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단연 고객은 최고의 스승이다. (고객과 소통하고 그들을 이해하려면 '듣는 힘'이 중요하다)


고객은 직장생활에서 최고의 빽이기도 하다. 높은 사람들도 고객의 의견이라 하면 귀를 기울인다. 본사 담당자들이 지사 임직원을 존중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결국 '고객'인 것 같다. 지역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각 지역 고객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지사에 의존한다. 고객 덕분에 큰 소리 칠 수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