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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디 Apr 21. 2020

지속적인 커리어 개발

중요한 건 실력, 새로운 기회

회사에서 일하는 것 만으로도 많이 배울 수 있다. 특히 고객은 최고의 스승 편에서 말한 것처럼, 고객을 상대하다 보면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쌓을 수 있다. 그러나 업무를 통해 배우는 것 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불투명한 미래에 끌려다니기 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며 스스로의 커리어를 주도하길 희망하며, 그러기 위해 새로운 것에 대한 배움을 추구한다. 그 중에서도 업무와 관련성이 떨어지는 분야에 대해 공부하는 것을 선호하는데, 업무와 당장 직접적인 연관성은 떨어질 수 있는 분야를 습득한 다음 추후 이를 업무와 연관시킬 수 있다면 스펙트럼이 넓어져 다른 사람이 갖지 못하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론(?!) 때문이다. 


첫 번째 회사는 대기업이어서 그런지 교육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었고 회사에서 제공하는 온/오프라인 교육의 혜택을 받았다. 반면에 두 번째 회사는 작은 규모여서 그런지 자체 교육 프로그램은 다소 부족하였으나 일과를 마친 후 공부하는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었다. (회사 크기에 따른 분위기를 파악하려면 대기업 vs 소기업 편을 참조하자) 싱가포르 입사 첫 해에는 회사에서 비즈니스 영어 수업료를 지원해주었다. 아마도 직장상사가 나와 대화해보니 영어교육이 절실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 다음 해에는 최신 트렌드를 놓치지 않기 위해 Coursera에서 제공하는 Andrew Ng 교수의 머신러닝 수업을 들었다. 오랜만에 확률이나 행렬과 같은 수학 공부를 하고 MATLAB 실습을 하니 연구원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참고로 Coursera를 포함하여 edX, Udemy 등 여러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 온라인 대중 공개 수업) 플랫폼에서는 세계최고 수준의 다양한 강의를 제공하며,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교육 수료증을 발급 받는 옵션도 있다. 이러한 교육 수료증은 취업 시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한국에 돌아오고 맞이한 새로운 보스는 사교육(?!)을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었다. 덕분에 Pilz라는 안전 전문 회사에서 제공하는 기계류 안전 전문가 과정(Certified Machinery Safety Expert)을 수료하였는데, 이는 추후 ISO 안전표준 회원으로 활동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 다음 해에는 예전부터 관심이 많던 분야인 시스템 공학을 배우기 위해 MIT에서 개설한 Architecture and Systems Engineering 라는 온라인 Professional Certificate 과정을 수료하였다. 이는 수업료도 비쌌지만 학습량이 어마어마해서 반년 정도 상당히 애먹었다. 


문득 실력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고, 내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확실하게 다져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마침 한국에 돌아온 후 고객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주고 받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산업용 로봇에 대해 잘 모르고, 궁금해하는 사항이 대체로 유사하다는 점을 발견하였다. 그래서 모두를 위한 산업용 로봇 이라는 블로그를 개설하고 산업용 로봇의 개념부터 시장현황, 로봇의 동작원리와 같은 이론적인 부분까지 체계적으로 정리하였다. 비전문가도 이해할 수 있도록 복잡한 수식도 빼고 나름대로 쉽게 풀어 쓰려고 노력했지만 이 분야에 종사하지 않는 분들은 너무 전문적이라며 읽기를 거부하더라. 물질적인 보상은 없었지만 몇 달동안 저녁마다 카페를 찾아 열정과 시간을 투자한 것도 나름 좋은 경험이었다. 


고객을 통해 배우고 스스로도 나머지 공부를 하다보니 스스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실력이 쌓였고, 자신감이 상승했다. 공교롭게도 국내의 대기업들에서 산업용 로봇 분야에 진출하기 시작하였고 경쟁사에서도 여러 번 연락을 받게 되었다. 사실 회사 내에서 한국의 유일한 엔지니어였던 나에게 승진의 옵션은 많지 않았다. 한국을 포함한 일본, 대만의 기술팀을 이끄는 포지션이 있었지만(실무적인 부분은 일본, 대만 엔지니어들을 리딩하긴 했다) 나이가 어린 나에게 사람을 관리하는 업무를 기대하기는 어려웠고, 보스인 지사장이 일본에 있는데 기술팀을 이끄는 담당자가 타지에 있다는 점은 어색했다. 그런 가운데 동일한 일을 3년쯤 하다보니 업무에 대한 권태가 밀려오는 건 막을 수 없었다. 나는 업무적인 변화가 필요했다. 이런 가운데 보스인 일본인 지사장님과 향후 커리어에 대해 지속적으로 면담을 했다. 그동안 내가 열심히 일해 온 것을 알고 있던 보스도 나의 상황을 이해했고 나름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하였다. 특히 본사에서 새로운 포지션이 열리면 나에게 추천해주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 본사인 덴마크에 근무하게 되는 글로벌 프로덕트 엔지니어(Global Product Engineer)라는 새로운 포지션이 공고되었고 보스는 나에게 지원해 보라며 추천해 주었다. 본사의 R&D나 서비스팀 등의 협조를 받아 각 지역의 기술지원 엔지니어들을 서포트하는 업무였는데, 특히 소프트웨어나 로봇공학 이론을 잘 이해하는 엔지니어를 찾고 있었다. 이전 회사에서 산업용 로봇 연구개발을 담당했고 3년 동안 기술지원 업무를 경험한 나에게 안성맞춤인 직무였다. 마침 이 포지션의 담당 매니저도 나를 조금 알았었는데, 그분은 이전 직장에서 내 이전 회사의 로봇을 사용했었고 그래서인지 나에 대해 상당히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인터뷰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고 그렇게 나는 덴마크에서 두 번째 외국생활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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