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의 경력은 물이 되었는가?!
이직과 관련한 여러 표현 중 '물경력'이란 것이 있습니다.
'물' 자가 붙어 부정적인 느낌을 주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데요. 물경력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평가되며 이직 과정에 작용하는지를 알아볼까 합니다.
여러분의 경력은 왜 물경력이 되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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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은 겪어 지내 온 여러 가지 일 (이력)이란 의미로 해석이 된다고 합니다.
기업과 직무로 생각하면 내가 해온 일이 그냥 쌓인 상태로 보면 될 듯합니다. 영업에서 경력을 가지고 있다면, 영업을 계속해왔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죠. 만약 이 경력이 경쟁력이 있다, 잘했다!라고 누군가에 의해 평가가 되려면 이직을 하거나, 내부 평가로 상벌을 받을 때뿐일 것입니다.
즉, 평가되는 시점에서야 내 경력의 점수를 알 수 있다는 것이죠.
우선 회사 안에서의 평가를 살펴보겠습니다.
보통 물경력이라 느끼는 경우는 '같은 업무, 허드렛일의 반복'이 심화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예를 들어 짜장면 집에서 매일 양파만 깎는 사람이 있습니다. 깎고 썰기를 반복하던 어느 날, 나는 다른 곳에서 일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면 누구도 이 경력이 필요하다,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 중이다 말해준 적이 없기 때문이죠. 그리고 몇 해, 몇 달 동안 나의 월급과 연봉은 그대로일 때... 극단적으로 '물경력'이 되었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회사도 동일한 과정으로 물경력이 되어갈 수 있습니다. 회계를 기준으로 보면 매일 증빙을 풀칠해 전표 뒤에 붙이는 일을 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업무의 자체는 본질적인 것이나, 행위는 굉장히 비효율적입니다. 그래서 이 기간이 길어지고, 아무도 조언해주지 않거나 일을 주지 않으면 일에 지루함을 느끼겠죠. 그리고 아마 물경력이라 느끼는 단계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회사 안에서 본다면 이런 사소한 과정의 반복에 있어 '이정표'가 보이지 않을 때, 물경력으로 흘러가는 마음을 느끼게 될 수 있습니다. 이게 반복되면 확신이 되고, 업무에 불만족을 느끼며 이직을 결심하게 되는 하나의 이유가 되는 것이죠.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외부의 자극도 필요하지만, 나의 점검도 필요합니다. 간혹 상담 과정에 '손을 들어 일을 하게 되었다'는 경우를 봅니다. 누구나 적극적인 사람은 좋아하기 마련이고, 회사는 힘든 순간 이런 사람이 눈에 띄기 마련입니다. 나의 경력을 스스로 찾아 기회를 만드는 경우에 물경력을 끊는 고리가 되고, 이를 통해 성장할 기회를 만들게 되는 것이죠.
한편으로 과연 이런 물경력이 될 것 같은 일이 언제까지, 어느 정도까지 이어질 것인가도 보아야 합니다. 그런 판단으로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타이밍을 잡는 것도 우리의 몫입니다. 회사는 이 순간을 알려주지 않죠.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게 하지도 않습니다. 하나의 구성원, 역할을 끝까지 잘 해낼 수 있도록 부품처럼 가만있어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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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외부로 눈을 돌려 보겠습니다.
이직을 중심으로 생각해 보면 이는 마치 물건이 시장에 처음 선보이고, 경쟁하며 매출을 일으키는 과정과 유사합니다. 자신이 가진 제품의 특징을 차별로 하여 같은 것이라도 다르게 포장하죠. 왜냐면 시장에는 답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반면 이직은 답은 알 수 없지만, 답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평가자의 마음속에만 답이 있는 것이죠. 우리는 직무 소개로 이를 유추하고, 다른 지원자 대비 답에 더 가까운 나의 장점으로 합격을 위한 어필을 합니다.
그때 알게 됩니다. (사실은) 내 경력이 비슷한 연차와 산업 내 기업을 다닌 사람 대비 혹은 옆사람 대비 '물경력'이구나. 그러나 여기서 함정은 다른 기업, 다른 조건에서도 물경력이냐? 그건 아니란 것이죠.
제품의 경쟁력이 떨어지면 보완/수정해서 내보이면 됩니다. 그러나 경력은 '다녀야 쌓이는 것'이고, 재직 중이라도 이런 기회가 없다면 돌아갈 수 없는 것이고 하죠. 이런 모든 것을 사전에 알기에는 어려움이 따릅니다. 수많은 사업과 기업의 직무 형태, 역할을 경험해본 적도 없기 때문이죠. 또 학교처럼 단계가 그려져 있는 것도 아니기에 스스로, 찾고/판단해야 하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이런 상황에 처하거나, 처할 위기에 놓였다면 생각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스스로의 평가가 충분했나?' 하는 것입니다. 왜냐면 이직은 나의 가장 큰 장점을 기반으로 기회를 찾는 행위입니다. 불량품, 하자가 있는 물건을 사지 않듯이, 경력 이직 과정도 그러합니다. 그리고 '딱 맞는 사람'을 찾는 것이 경력 채용의 과정인데, 공고의 내용이 '나와 어느 정도 유사한가?'를 밝히는 과정 없이 좌절감을 느꼈다면 준비가 부족했다고도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래서 부족한 경력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기회, 부족함을 채울 방법 (자기 계발 등)을 찾고 실행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영어가 부족하면 토익 공부를 하는 것이 필요하고, 자격이 필요하면 취득하는 것과 같이 말이죠.
물경력은 이렇듯 회사 안팎에서 느끼는 경력의 경쟁력입니다. 때문에 애초에 선택을 잘해야 하나, 맘만큼 기회가 있는 것도 아니기에 고민의 고민을 거듭해야 합니다. 이미 쌓인 경력이라면 타이밍을 파악해 움직여야 하고, 시장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빛날 경력을 내세워 접근해야 하죠.
그럼 어떻게 물경력을 극복해야 하는가?
01. 회피하지 말아야 합니다.
수년간 경력을 쌓은 사람이 갑자기 신입으로 가고 싶다는 상담을 하기도 합니다. '단언코 안된다'라고 피드백을 드리는데.... 경력의 정도와 가능성에 대한 판단이 없거나, 그냥 다른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 별 수 없지만, 전자의 경우 앞서 와 같이 '경쟁력 있는 기회'가 어느 정도 일지 설정을 해드립니다.
즉, 회피하지 않고 경쟁력을 찾고 제안할 지점이 어딘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 것이죠.
02. 빠르게 움직여라
물경력이 시작되었다 느끼면 지체할 것 없이 기회를 찾아야 합니다. 현 직장에서 경력을 연장하는 것은 경력이란 롤러코스터의 내리막을 타는 것과 같습니다. 더 늦을수록, 기회는 더 줄어들고, 더 어려운 상황만 만들 뿐입니다. 그래서 그 시점에 빠르게 기회를 찾아 움직여야 합니다.
당연히 약간의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그 손해와 경력 기회 중 더 값진 부분을 생각하면 당연히 '경력을 보완하는 기회'를 찾아야 합니다. 작은 회사에서 큰 역할/업무를 맡거나, 경력 년차를 손해 보더라도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어야 합니다.
03. 역발상이 필요하다
여러 공고를 지원하다 보면 업무가 유사한 일들을 보게 됩니다. 예를 들어 회계 세무업무와 회계업무, PO와 PM의 일들 등 100% 매칭하진 않지만, 유사성을 가지는 직무 설명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물경력으로 해당 직무 경력에서 불리함이 있는 경우 지원의 기회가 현저하게 줄어드는 과정을 보완할 수 있는 것들로 기회를 확장시키는데 도움이 됩니다.
물론 손해는 감수해야 합니다. 인정을 해줄지 모르고, 내가 어필해서 취득해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죠. 아무리 회계와 연관된 직무라고 하지만, 세무는 엄연히 다른 영역이고... 10~20%의 유사성으로 직무에 동일한 기회를 달라는 얘기를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이직의 지원 모수를 넓히는 기회가 됨으로 '역발상' 기회를 찾는 것, 직무를 활용한 다른 기회로 영역을 넓히는 것 (역발상이라 하니 뭔가 좀 모호하긴 하나....) 이 필요하다는 거죠.
이렇게 짧게나마 물경력에 대한 고찰과 해결 방법을 제안해 보았습니다.
'빨리 도망가' 사실 이 다섯자로 이 말을 요약할 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경력은 직장 생활의 전부입니다. 그래서 물경력을 최대한 예민하게, 빨리 알아차릴 수 있도록 안테나를 세우고 살피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