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볼, 등굣길 우당탕탕
어젠,
왠지 술이 땡겨서 집에 있는 위스키로 하이볼을 한 잔 말아 후루룩 마시고야 말았다. 마시고야 말았다는 말은 '원래 하면 안 되는데'라는 전제가 빠진 말이다. 운동을 하는 주간에는 참으려고 하지만... 낮잠 때문인지 잠이 안 오기도 하고, 괜히 센티해져서..
물론 다음날 늦지 않게 일어났다. 아니 더 일찍 눈이 떠지는 바람에 당황하기까지 했다. 눈을 떠 시계를 보니 5시.. 조금 더 자야겠다 싶어 잠을 청했는데... 보통 이런 때는 일어나는 순간이 몇 배는 더 힘들긴 하지만 제 때 일어나 운동을 다녀왔다.
세 가지 운동을 돌아가며 하고 있는데. 가장 힘들다는 하체를 하는 날이다. 스쿼트를 포함해 몇 가지를 하고 나니 몸에 땀이 비 오듯 흐른다. 그리고 아침 일찍 늘 그렇듯이 아이들을 등교시키며 탁송 부업을 위해 집을 나섰다.
어느 집이나 그렇겠지만 아침이면 전쟁터와 다름없다. 오늘 같이 조금 일찍 나가기를 바라는 날에 아이들은 더 늘어지고, 등교 준비가 지지부진하다. 그럴 때면 괜한 것들이 트집이 되기도 하는데... 방 청소라던가 하는 것들이 주로 소재가 된다. 차로 10분은 가야 하고, 첫째와 둘 째의 학교가 한 동선에 놓여 있지만...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를 등굣길이다. 최근에는 공사로 차도 많고, 두 갈래 길 뿐인 동네 상황에 차가 몰리다 보니 생각보다 등굣길이 늦어지곤 한다.
'25분이다! 넘으면 아빠 혼자 가버릴 거야!'
이렇게 엄포를 놓긴 했지만 불편한 마음은 숨길 수 없다. 그럼에도 지켜야 할 것은 좀 세게 얘기하는 편인데. 시간 약속이 특히 그렇다. '언제 꼭 가야 한다'를 기준으로 시간을 역으로 계산해 준비하는 내 입장에선 마치 '아무것도 하지 않고 허둥대는 것'처럼 보였기에 아침부터 싫은 소리를 내뱉은 것이다.
그렇게 우당탕탕 하루가 지나가고, 여름인 듯 가을인듯한 날씨 속에 오늘도 마무리되는구나.
(사진은 며칠 전 노을 진 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