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취미가 필요한 때

by 이대표

이력서에 쓰는 취미 말고,

진짜 취미 있으세요?




나는 취미가 없는 사람이었다.


이력서에나 취미를 운전 같은 것으로 쓸 정도였는데. (아마 이것도 튀려고 그랬나 싶기도) 이력서를 쓰지 않고, 소개팅 같은 것도 하지 않으니 어디 가서 취미가 무엇이다, 이런 것을 좋아한다고 말할 기회가 없다. 생각하면 그만큼 심심했던 삶 같은데. 그래도 굳이 꼽자면 캠핑과 전시관람, 운동 (최근 추가) 정도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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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를 빨리 느끼고, 빨리 지치는 편인데... 캠핑은 시작한 지 11년이 되었다.

딱히 어떤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아이가 커가니 소풍에 쓸 목적으로 산 작은 의자가 시작이었다. 의자를 시작으로, 중고 텐트와 해바라기매트, 코펠을 포함한 각종 용품을 사서 모아 서울로 올라오던 해쯤 첫 캠핑을 떠났다.


사각의 빨간 텐트는 치기가 그리 어렵지 않았고, 행사에 참여했으니 주변에 이미 시작하신 분들의 장비를 보며 눈 돌아가기 바빴던 때였다. 밤이 되니 제대로 된 등도 없었던 우리였고, 화로대가 없었던 집도 우리뿐이었다. 열악한 장비에, 결로로 텐트가 젖는지도 몰랐던 우리는 그 후로 작은 텐트로 기변을 하며 본격적인 캠핑을 시작했다.


11년 차인 지금은 장비도, 함께 다니는 사람도 많이 바뀌었지만... 가족이 오랜 시간 함께한 취미가 되었으니 의미가 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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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이 되고 갖게 된 취미 중 하나는 전시와 공연을 보는 일이다.


유명한 작가의 전시를 보러 가거나, 아이 덕분에 나오는 티켓을 활용해 가는 정도긴 한데. 그림을 전공으로 하고 싶었던 나였기에 전시 보러 가는 것을 더 선호한다. 가끔 주변에서 이를 신기해하기도 하는데. 의외로 내 주변에 전시의 유명세 여부를 떠나 다니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런데도 현장에 가면 수많은 인파를 만나고,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음을 알게 된다.


전시 자체가 가지는 보이지 않는 턱 때문인지 시작 자체를 두려워하는 것도 같다. 캠핑도 그랬지만 '일단 가는 것과 반복적으로 가는 것'이 두 가지가 필요한 것이 전시나 공연의 관람이 아닌가 싶다. 말 그대로 '안목'이 생기기까지 경험이 필요하고, 경험이 쌓여야 나름의 안목이 생기는 것이니 말이다.


나도 최근에서야 그림을 들여다보는 것이 즐거운 것임을 알게 되었고, 나름 좋아하는 작가와 이유도 생겼다. 여담으로 나는 모네라는 인상파 작가를 좋아한다. 그리고 관심이 이어져 작가의 일생, 사회의 분위기를 담은 책을 읽게 되었고... 아주 낮은 수준이지만 안목을 가지게 되었다.




그럼, 왜 취미를 가져야 하는가?


예스 24의 40대 인기 도서를 검색하면 '흔한 남매', '아이들의 수학 문제집'이 상위권에 항상 있다. 이는 아이들 위주의 도서 선택과 구매가 이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이 모습을 보며 괜히 서글펐는데. 자신의 기호나 선호가 아이들에 가려져 미뤄지거나, 보이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마흔 초반인 지인의 경우 여러 취미를 이어가고 있고 최근에는 RC카에 빠져있다. 가족들을 두고 산에 오르기도 하고, 멀리 벙개를 하러 가기도 한다. 또 다른 마흔의 후배는 매주 축구를 하러 새벽에 집을 나선다. 그리고 오전에 돌아와 주말 내 아이들과 여행을 가거나, 시간을 보낸다.


취미는 결국 자기만족이다. 금전적 대가도 아니고, 스스로의 기쁨과 만족이 높아지는 활동으로 정의되는 이유다. 이 의미를 100% 충실하게 생각한다면 억지로 시간을 내어 다소 반대가 있더라도 즐길 수 있는 일이어야 한다.


왜 그래야 하나고? 결국 나를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회사와 집을 챗바퀴처럼 오가는 마흔, 남편과 아빠로 주말도 쉬지 못하는 마흔에게 취미가 필요한 이유다. 마흔을 넘어선 이후로 대부분은 앞선 책들의 순위처럼 나보다 가족을 위해, 나의 시간을 포기하며 살아가곤 한다. 그마저도 함께 섞이며 그 일부로 나의 시간을 찾곤 하는데. 마치 누군가의 엄마, 아빠에서 나의 이름이 불리는 짜릿함이라고 할까.


취미는 그런 것이어야 하고, 없다면 그런 취미를 가져 마흔을 좀 더 슬기롭게 보내보도록 하자.

그래야 마흔 살이를 지루하지 않게, 즐겁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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