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서류 떼는데 2시간 반 걸리며 느낀 일
최근 은행 창구 가보셨나요?
최근 은행에 가 본적이 언제냐 물으면 아마 기억을 못 할 분들도 많을 듯합니다. 휴대폰으로 몇 번 누르면 송금, 대출까지 웬만한 일은 다 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기도 하니까요.
은행통계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2023년 9월 말 기준으로 국내 은행의 지점/출장소는 15,350여 개라고 합니다. 물론 토스, 카뱅 같은 곳은 점포가 하나도 없고요. 5년 전 18,228개 대비 3천 개 넘 개가 줄어든 것이기도 합니다. 하루에 두 개씩 점포가 사라졌다는 얘기기도 하죠.
은행은 '수익성'이란 이유로 매일 수 개의 점포를 없애고 있는데. 되려 이 것이 고객의 불편을 늘리고 있다는 생각을 최근 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디지털 문맹, 디지털 소외계층이란 말로 불리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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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버지 일로 다녀온 거의 대부분의 은행 점포에서 마주친 고객들은 최소 50대 이상의 분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어쩌다 보니 눈에 띈 것이 이렇게 보인 것일 수 있습니다.) 사소한 입출금, 보험금 청구와 공과금 납부 등의 업무들도 은행을 직접 가서 보시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저희 부모님도 이제 겨우 송금 정도만 폰뱅킹으로 하시지, 대부분의 일은 직접 찾아가 이체를 하곤 하십니다.
공인인증서, 금융인증서 같은 것들이 편리와 보완이란 이름으로 누군가에겐 불편이 된 것이죠.
그래서인지,
은행 자소서를 보면 자주 나오는 항목 중 하나가 고령화 시대와 은행의 대응에 대한 질문입니다. 제가 며칠간 경험한 것을 은행도 모르지 않았을 것이고, 이에 대한 고민이 크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줄어드는 점포수와 직원 한 명이 부담하는 일반 고객의 수는 반비례할 겁니다. SUPER라고 이름 붙인 애플리케이션을 아무리 고도화해도 이런 문제는 해결되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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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한편으로,
고급 세단을 탄 아저씨가 길을 가다가 묻습니다. 'OOO아파트가 어디예요?'
당연히 저희는 동네에 살지 않으니 모른다고 했고, 차량의 정면에는 최신 버전이 탑재된 광활함을 자랑하는 내비게이션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왜 검색하지 않지?"
앞선 은행의 멋진 애플리케이션은 사용에 있어 어려움이 세대를 가른다고 하지만.. 내 차에 달린 내비게이션을 사용하지 않고, 낯선 사람에게 길을 묻는 아저씨의 모습은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까요?
기록의 차원에서 남긴 이야기긴 하지만,
고령화와 기술의 발달, 서비스에 대한 공급자와 수요자의 관점을 생각하게 하는 경험 같기도 합니다. 디지털 문맹은 하나의 현상이긴 하나 이는 같은 사회적 자산 혹은 비용이 특정 세대로 몰빵 되어 쓰이는 단면 같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손해를 보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죠. 특히 고령세대가 그 대상이 되는 것 같고요. 이를 그들이 몰라서라기보다, 은행이 손실을 개인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깝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금융 서비스라 할 수 있습니다. 서비스는 모든 이가 쉽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그 과정에 느끼는 불편함을 해소하는 것은 기업의 몫이겠죠. '기다리다 안되면 가시던지...' 혹은 '편리한 방법이 있지만 사용은 니 몫'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아 불편해지기도 했습니다.